'온기를 배달합니다'...연탄공장 사람들

'온기를 배달합니다'...연탄공장 사람들

2015.02.06. 오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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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연탄을 추억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의 일부입니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 기획 '사람 속으로', 오늘은 김대근 기자가 연탄공장 사람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인터뷰:이정웅]
"오래는 됐지, 이제. 그런데 지금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우리 세대 같아. 이게 남이 보면 하찮은 것 같아도 탄이 한 번에 두 개씩 나오는데 똑같이 나와야 하거든. 잘못하면 한 쪽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가고 하니까."

30년 가까이 연탄을 다뤄온 이정웅 할아버지에게 연탄은 이런 의미입니다.

1초에 한 장씩,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작업 같지만

할아버지에게는 한 장 한 장 자식 같은 기분입니다.

연탄공장 사람들은 대부분 환갑을 넘겼습니다.

까만 무연탄을 부수고, 거르고, 섞는 모습에는 관록이 묻어납니다.

최고령자는 77살 주종만 할아버지.

하루 종일 수천 장의 연탄을 나르는 일이지만 손주 생각만 하면 힘든 줄 모릅니다.

[인터뷰:주종만]
"이번에 손자 대학 들어가는데, 900만 원 내가 줬어. 입학금은 줘야 할 것 아니야. (입학금 대주셨어요?) 그럼. (대단하시다.) 1년 번 것 다 들어가겠어."

실제로 연탄을 옮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의욕만 앞서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었습니다.

차에 실린 연탄은 이제 주인을 만나러 갑니다.

박광희, 염선순 부부는 30년째 연탄을 배달합니다.

한 장에 3.5kg, 20장씩이나 지게에 가득 채워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하루에 수천 장의 연탄을 나르지만 정든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습니다.

[인터뷰:염선순]
"(어머니, 저기 정리는 왜 해주신 거예요, 마지막에?) 때는 어르신이 힘들잖아요. 어르신들은 힘도 없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내려주고 하면 때기가 부드럽고…."

손이 새까매지도록 일하다가도 작은 마음 씀씀이에 피곤이 싹 풀립니다.

[인터뷰:염선순]
"일은 힘들어도 이렇게 하면 피로가 싹 풀리고. (이런 분들 많으세요? 어떠세요?) 많죠, 아직은 많아요. 좋으신 분도 많고,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지. 그렇죠, 아버님?"

열정이 담긴 인생,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정든 사람들과 나누는 온기.

연탄에 담긴 의미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연탄은 어떤 의미인가요?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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