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을 위해 1년을 버틴다...화려한 무대의 그늘

1분을 위해 1년을 버틴다...화려한 무대의 그늘

2015.01.09. 오후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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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무명격투기 선수 얘기를 취재했습니다. 한때 격투기 선수를 꿈꿨다고 합니다.

한동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먼저 리포트 보시죠.

[기자]

정적과 어둠이 내려앉은 산책로.

종합격투기 선수 홍성찬 씨의 하루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체육관에 가기 전, 가볍게 달리기를 하면서 몸을 풉니다.

묵직한 쇳덩이가 하나둘 바벨에 쌓입니다.

[인터뷰:홍성찬, 종합격투기 선수]
(이게 몇 kg짜리인가요?)
"150kg입니다."
(몸무게가 어떻게 되세요?)
"84kg요."
(몸무게 2배 정도 되는 거네요.)
"그렇죠."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무게지만, 손쉽게 들고, 또 듭니다.

이번엔 글러브를 꼈습니다.

펀치와 킥에 맞을 때마다 출렁이는 샌드백은 알고 보면 무게만 50kg에 육박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 훈련, 매일 반복되는 홍 선수의 일과입니다.

조금 전까지 선수들이 굴렀던 매트는 작은 식탁이 됐습니다.

[인터뷰:홍성찬, 종합격투기 선수]
(평소에도 체육관에서 점심 드세요?)
"그렇죠. 집에서 점심, 저녁 두 끼 싸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사 먹기 힘들어서..."

오후 3시, 본격적인 선수부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실전 같은 격렬한 스파링입니다.

많이 때리고, 그만큼 또 맞습니다.

숨 돌릴 새 없이 2시간이 흘러갑니다.

[인터뷰:김장용, 소속팀 주장]
"매일 아침 일찍 와서 늦게까지 열심히 하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머릿속에 운동만 있는 건지..."

홍 선수의 전적은 3승 1패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훈련해도 때로는 지는 게 격투기입니다.

지난 경기에선 턱이 부서지는 큰 부상으로 1년 넘게 운동을 쉬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링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다시 글러브를 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홍성찬, 종합격투기 선수]
"계속 생각이 납니다. 잘 때도 스파링하는 꿈 꾸고 시합 나가는 꿈 꾸고... 어머님께 너무 죄송해요. 지금도 계속 걱정해 하시는데 너무 죄송해요."

격투기 선수는 실제로 얼마나 셀까.

나름 격투기를 배워봤던 기자가 직접 홍 선수와 '맞짱'을 떠봤습니다.

팔이 꺾이는 암바에, 목이 졸리는 초크 기술까지.

'무모한 도전'은 30초도 안 돼 끝났습니다.

종일 고된 운동으로 녹초가 된 홍 선수의 마지막 행선지는 또 다른 체육관입니다.

이번엔 선수가 아닌 어엿한 코치입니다.

[인터뷰:홍성찬, 종합격투기 선수]
"잡아주고 제가 이쪽 발목을 잡아야 해요."

홍 선수가 참가한 대회 파이트머니는 200만 원꼴.

1년에 두 차례 출전하면 연봉 400만 원인 셈, 한 달에 40만 원도 안 되는 쥐꼬리만한 수입입니다.

격투기 선수 대부분이 코치나 배달원 등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인터뷰:하동진, 소속팀 감독]
"(UFC 진출은) 100명 중 1명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인 거 같아요. 여기에만 전념하고 싶지만 자기 일거리를 찾아서 생활해야 하는 현실이죠."

늦은 밤까지 체육관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심장 깊숙이 꿈이 살아있는 무명 파이터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인터뷰:홍성찬, 종합격투기 선수]
"최종 목표는 가장 큰 무대인 UFC에 가서 좋은 활약 하고 싶어요."

YTN 한동오입니다.

[앵커]

자기 꿈을 위해서 흘리는 저 땀방울. 그리고 저 반짝거리는 눈빛이 참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취재를 한 한동오 기자 나와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꼼짝도 못하데요, 보니까. 전혀 힘을 못 썼어요?

[기자]

나름 격투기를 4년 가까이 배워봤는데...

[앵커]

4년 했어요?

[기자]

그런데 이 홍 선수랑 거의 쨉이 안 될 정도로 30초 만에 두 판의 스파링에서 제가 처절하게 깨지고 말았습니다.

[앵커]

어떻게, 전혀 해 볼 수가 없던가요?

[기자]

보통은 거리를 재면서 이것저것 좀 탐색도 하고 할 텐데 홍 선수가 바로 태클로 밀고 들어오니까 저로서는 어느 순간 몸이 떠 있고 어느 순간 기술에 걸려서 항복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전력으로 안 한 거죠, 저 선수도. 일반인 상대로 하는 거니까.

[기자]

사실 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하는데 좀 봐달라, 아프니까. 저렇게 한 건데도 빨리 끝날 정도면 일반인과 격투기 선수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어떻던가요? 순수하던가요? 취재한 저 선수가요?

[기자]

원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특징인 것 같은데 하나밖에 볼 줄 모르고 그러니까 격투기라는 게 너무 좋아서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고 꿈에서도 계속 생각나고 이러다 보니까 그것만 바라보는 순수한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앵커]

홍성찬 선수요. 대체 뭘까, 저게 매력이. 힘들고 저렇게 땀을 흘려야 되고 그런데도 될지 말지 하는 건데 대체 매력이 뭐길래 저걸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자]

홍 선수의 말을 들어보면 홍 선수가 대회에 나갔을 때 턱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서 사실 격투기 선수를 그만 둬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자다가도 꿈에서 스파링 하는 게 생각나고 부모님도 많이 반대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다 부모님을 설득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격투기가 너무 좋았다는 말을 계속 반복을 했습니다.

[앵커]

너무 좋으니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죠, 힘들어도. 저렇게 하다 보면 꿈이 이뤄지겠죠. 죽을 만큼 사랑하면.

[기자]

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홍성찬 선수는 그런 것 같습니다.

[앵커]

어떤가요? 저렇게 해서 100명 중에 1명이 될까 말까라고 하는데 그렇게 성공하면 돈을 벌겠지만 그것도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한다면서요? 대부분의 선수들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일류대회라고 하는 대회가 UFC라고 할 수 있겠는데 UFC에서 작년에 지난해에 경기로서 수당을 얼마나 받았는지 집계를 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UFC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었던 선수가 10억을 벌었고요.

[앵커]

전세계 1위가요? 생각보다 별로 많지 않군요. 우리나라로는 많지만 전세계 1위인데 10억이라고 하면 다른 종목에 비해서 많은 건 아니죠.

[기자]

테니스나 스포츠 드라이버 같은 경우 100억, 1000억 이렇게 버는데 세계 1위가 10억 정도를 경기수당으로 벌 정도면 다른 2류, 3류 선수들은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겠죠.

[앵커]

그러면 저런 선수들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땀흘리는 저런 선수들은 생계는 어떻게 유지를 합니까?

[기자]

보통은 운동을 하고 다른 투잡을 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운동을 하다보니까 헬스장 헬스트레이너를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앵커]

그래서 아까 학생들 가르치고 그런 거군요.

[기자]

이렇게 체육관 코치를 하면서 부업으로 생활비를 버는 경우도 대부분입니다.

[앵커]

그렇다고 해도 거기서 버는 돈이 얼마 안 될 것 아닙니까?

[기자]

그냥 밥먹고 생활비하고 그 정도 수준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만약에 저게 성공하면 좋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피라미드 구조다보니까 성공하는 사람들은 엄청 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다가 자신의 이름으로 체육관을 내서 그렇게 해서 근근히 생활비를 벌고 사는 그런 형태인데 큰 돈을 벌 수는 없습니다.

[앵커]

한동오 기자, 지금 기자생활 한 지 얼마나 됐죠?

[기자]

제가 이제 3년됐고 4년차.

[앵커]

3년됐군요. 기자도 나름 힘들잖아요. 밤에 잠도 못 자고 특히 수습기자 할 때는 욕도 많이 먹고, 밤에 거의 밤 새다시피하고 경찰서 지키고 그렇지 않습니까?

[기자]

매일같이 하니까.

[앵커]

그거하고 지금 이거하고 비교하면 어떤 것 같습니까?

[기자]

저는 개인적으로 격투기가 더 힘들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격투기 선수를 하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고 훈련 자체가 너무 두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포기를 했었고 어쨌든 지금은 3년 동안은 어쨌든 기자는 아둥바둥하고 있기는 하니까 제 개인적인 느낌에서는 격투기가 조금 더 힘든 것 같은데...

[앵커]

격투기 선수가 되려고 했었어요? 프로 선수를?

[기자]

젊었을 때 한 번은 좀 해 보자. 한 2년 동안 하면 챔피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했는데 몇 개월 안 돼서 접고 군대에 갔습니다.

[앵커]

왜 그렇게 금방 접었습니까?

[기자]

저는 그 전부터 운동을 해 오던 게 아니었고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제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선수들 같은 경우는 저보다 훨씬 더 큰 욕망을 갖고 있고 훨씬 더 큰 의지와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앵커]

지금도 화면에도 나오는데 한동오 기자도 저런 격투기 하는 분들 보면 귀가 이렇게 좀 눌려있는까지 그러진 그런 모습이잖아요. 지금 한동오 기자 귀도 좀 그러네요?

[기자]

이 왼쪽 귀가 오른쪽보다 조금 나은데 이게 격투기, 특히 종합격투기를 하다 보면 레슬링이나 아니면 관절을 꺾는 주짓수 같은 그런 무술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 많이 상대방에 부딪치고 하다 보니까 귀에 있는 연골이 부러지게 되면서 그 안에 피가...

[앵커]

이쪽 귀가 더 그런 것 같아요.

[기자]

이쪽이 맨 처음에 망가진 귀라서 그렇고, 이게 안에 부러지고 그 안에 피가 찬 그다음에 피가 쪼그라들면서 귀가 만두처럼 되는 그런... 격투기 선수들한테는 훈장처럼 되는데 저희같은 일반인들한테는 이어폰 끼는 게 불편하고 전화 받을 때 불편하고... 저는 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앵커]

어쨌던 홍성찬 선수 다시 한 번 보면서 그 열정, 그 열의, 사랑 그런 걸 보면서 자극받고 배우셨겠군요.

[기자]

저도 사회부를 언젠가 벗어나게 되면 다시 격투기를 취미로 다시 시작해서 다시 아마추어 대회라도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정도로 홍 선수를 보면서 그러한 열정이 좀 생겼습니다.

[앵커]

아까 보니까 너무 형편없이 깨지던데 하나 기술을 저한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옛날에 배웠던 거? 바로 풀르네요. 너무 세게 하면 안 돼요.

[기자]

원래 이게 땅바닥에서 기술을 거는 게 정식으로 하는 건데 여기서는 약식으로 보여 주다보니까. 보통 상대방이 여기에 있으면 페이크를 주고 바로 들어가는 걸 중간에 하게 되는데 보통 걸다가 상대방의 팔이 옆에 있으면서 걸어서 어깨를, 이쪽 어깨쪽을 꺾는 이런 기술을 기무라라고 하는데요. 이런 기술을 쓸 수도 있고...

[앵커]

별로 안 아픈데요.

[기자]

세게 하면 안 되고, 방송 계속 하셔야 되니까. 이런 기술도 있고, 수천, 수만가지의 기술이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마이크 다시 차시고요. 끝났습니다.

어쨌건 홍성찬 선수한테 저도 오늘 많이 배우고 또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응원하겠습니다. 박수 한번 보내줄까요. 홍성찬 선수에게. 모든 젊은이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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