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O형...간 이식 대기 '한숨'

애타는 O형...간 이식 대기 '한숨'

2013.11.14.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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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간을 이식 받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나 간절하지만, 혈액형이 O형인 환자는 유독 불리합니다.

O형은 모든 혈액형에 줄 수는 있지만, 받을 때는 O형에게서만 받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간을 분배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소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간경화가 심한 고영섭 씨는 두 달 전 뇌사자의 간 이식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려도 O형 간을 받을 수 없어 결국 혈액형이 다른 남동생의 간을 이식받았습니다.

항체를 모두 없애는 생체 간 이식으로 몸도 힘들고, 수술비도 천만 원 더 들었습니다.

[인터뷰:고영섭(가명), 혈액형 O형·생체 간이식 환자]
"O형 뇌사자가 빨리 쉽게 나오지도 않고 같은 피로 받아야 하니까 기다리는데 많이 힘들고 그러더라고요. 기다리다 못해 동생 간을 받게 된 거거든요."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이식을 받지 못하면 1주일 안에 숨질 수 있는 '응급도1'군과, 이보다 덜 위험한 '응급도2'군입니다.

현재 제도로는 뇌사자가 나타나면 1군 환자가 우선 간 제공을 받고 남으면 2군 환자들에게 돌아갑니다.

문제는 응급도 2군에서 혈액형이 O형인 대기자들은 간 이식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A, B, AB형까지 모든 혈액에 이식을 해줄 수 있는 O형은 1군에서 모두 배분돼 2군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간을 기증하는 뇌사자 수를 1로 했을 때 간을 이식받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했더니, 모든 혈액을 받을 수 있는 AB형이 1.63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었습니다.

B형이 1.13, A형이 1.04, 반면 O형은 0.61에 불과합니다.

AB형은 O형보다 2.7배나 간 이식을 받는 비율이 높습니다.

이런 '혈액형 불평등'을 줄이자는 취지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응급도 2 대기자들에게 간을 배분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인터뷰:이광웅, 서울대병원 외과학교실 교수]
"현재처럼 대기 기간이 긴 다른 혈액형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게 아니라, O형 대기자에게 우선 배분을 하게 되면 O형 대기자의 간 이식 건수를 약 20% 정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와 함께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를 단순히 2개 그룹으로만 나눌 것이 아니라, 증상이 심한 정도에 따라 차례로 순서를 매겨 간 이식을 받도록 하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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