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대응'에 거짓말까지...경찰서장 대기발령

'늑장 대응'에 거짓말까지...경찰서장 대기발령

2012.04.06.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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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경기도 수원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찰이 거짓 해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경기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관할 경찰서장은 인사 조치됐습니다.

이종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일 밤 10시 50분.

경기경찰청 112 신고센터에 20대 여성 A 씨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성폭행을 당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전화였습니다.

1분 넘게 통화는 이어졌지만, 전화를 받은 경찰이 파악한 단서는 범행이 초등학교와 놀이터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범인 검거에 실패했고 A 씨는 이로부터 13시간이 지난 뒤 근처 다세대주택 방 안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길을 걷다 부딪혔다는 이유로 중국인 42살 우 모 씨에게 끌려가 성폭행 당할 뻔 하다가 살해된 겁니다.

우 씨는 성폭행에 실패하자 A 씨를 살해한 뒤 시신까지 훼손했습니다.

신고자가 언급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사건 현장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스톱워치를 들고 걸어가 보겠습니다.

걸린 시간은 불과 40여 초.

직선거리로 60m 떨어진 곳에 범인과 피해자가 있었지만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당초 경찰은 신고가 들어온 뒤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 30여 명이 나가 수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신고 직후 출동한 경찰은 9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사건 현장 인근 주민]
"아무것도 못 들었으니까."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요?)
"경찰차도 못 들었고, 뭐 그런 사고난 것도 몰랐고, 살려주세요 했다는데 그 소리도 못 듣고."
(경찰도 못 보셨어요?)
"못 봤어요."

출동한 경찰도 사건 현장과 떨어진 곳만 순찰했을 뿐, 제대로 된 탐문수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서천호, 경기경찰청장]
"20대 여성 폭행 살해 사건과 관련해 다시 한번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찰은 관할 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사건 담당자들에 대한 감찰조사에 착수했습니다.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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