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8585] 남한에 첫발...매부터 맞는 탈북자들

[YTN 8585] 남한에 첫발...매부터 맞는 탈북자들

2011.11.21.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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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탈북자들이 국내로 들어오면 조사를 받기 위해 제일 먼저 들러야 하는 곳은 국가정보원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일부 탈북자들을 폭행하고, 아파도 병원에 보내지 않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강정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0여 년 전 탈북해 중국 국적으로 서울에 들어와 살다가 지난 2009년에 자수한 강 모 씨.

떳떳한 한국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희망은 탈북자들의 첫 관문인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무참히 깨졌습니다.

평소 앓던 천식에다 감기까지 심해져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지만, 대답 대신 무자비한 폭행만 되돌아왔습니다.

[인터뷰:강 모 씨, 피해자]
"'(병원이) 뒤쪽에 있으니까 네가 알아서 걸어가라' 저는 지도관 선생님이 가라고 하면 정말 가는 줄 알고 20m 정도 걸어갔어요. 근데 그 분이 와서 팔을 비틀어서 꺾더라고요."

남성 지도관 3명에게 20여 분간 주먹과 발로 맞아 고막이 터졌고, 반항했다는 이유로 5일 동안 독방에 갖혀 지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후유증으로 난청과 허리 통증에 시달려 온 강 씨는 억울함이라도 풀기 위해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인터뷰:강 모 씨, 피해자]
"언론을 통해서 사과하기를 바래요. (그렇지 않으면) 폭행당한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 의사를 표현할 거예요."

지난 2007년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 넌 박 모 씨.

국정원 조사를 받는 동안 심한 복통을 느끼고 맹장염을 의심해 수차례 치료를 요구했지만, 되돌아 온 건 폭언과 폭행이었습니다.

결국 맹장이 터져 실신한 뒤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박 씨는,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인터뷰:박 모 씨, 피해자]
"깨어 나니까 수술이 끝났어요. (군의관이) 맹장이 터저 떡이 돼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하나님이 도운 거라고 맹장이 터진 상태에서 다른 약을 먹으면 큰일 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에 대해 국정원은 이들 탈북자들을 폭행하지 않았고 제때 군 의료기관에 보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에도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들이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폭행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조사과정에서 구타나 인격모독을 당해도 밖에서 증명할 길이 없고, 권력기관을 상대로 싸웠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인터뷰: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
"거기는 완전히 폐쇄된 장소이기 때문에 누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고, 오직 맞은 사람,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건데..."

탈북자들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만 2천 3백여 명이 자유를 찾아 남으로 넘어왔고, 지금도 백여 명이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YTN 강정규[liv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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