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지는 연평도 이웃들

뿔뿔이 흩어지는 연평도 이웃들

2010.11.27. 오전 05:1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포격의 위험 속에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나 지키는 사람이나, 참담한 심정이야 이루 말로 할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들의 가슴 속에는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뿔뿔이 흩어지는 연평도 이웃들을 나연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노부부의 짐가방에는 약봉지만 가득합니다.

뭍에 나가도 몸을 누일 방 한 칸 없지만, 이들은 일단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터뷰:채수용, 연평도 40여 년 거주]
"몇 년 마다 또 이러는거야. 그러니까 머리에서 지워지고 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무관심해져서 이제 '그렇구나'했는데,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아픈 할머니를 부축하며 정든 집을 떠나는 길, 기나긴 뱃길도, 앞으로의 생계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23일 포격이 시작되던 날, 이 집에서는 한창 김장 배추를 절이고 있었습니다.

동료 꽃게잡이 어부들이 일년 동안 먹어야 할 김치 500포기.

몇차례 떠날 기회가 있었지만 일단 김장부터 마치고 보자는 생각에 아직도 배를 타지 못했습니다.

[인터뷰:안광헌, 연평도 3년 거주]
"(사건이)터진 날 배추를 절이다가 인천에 나왔어요. 배추를 절여놓고 손을 안 대면 버리잖아요. 그러니까 이거라도 해놓고 나가려고 다시 들어온 거예요."

갑작스런 포성에 놀란 딸이 친정 부모님부터 방공호로 피신시킵니다.

황해도 옹진군에서 살다 1·4후퇴 때 내려온 뒤, 여태껏 노부부는 고향에서 가까운 연평도에서 살아왔습니다.

연평도 군부대에서 일하는 아들을 두고 갈 수 없어, 노부모도 딸도 모두 섬에 남기로 했습니다.

[인터뷰:이유성, 연평도 60여 년 거주]
"어떻게 떠날 수가 있나? 아들은 놓고 아비, 어미만 살겠다고 떠나겠어?"

북한을 지척에 둔 위험 속에서도 이웃끼리 살뜰히 챙기며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사람들.

하지만 예고 없이 쏟아진 포격에 고향도, 이웃도 순식간에 뿔뿔히 흩어졌고 주민들의 가슴에는 상처만 남았습니다.

연평도에서, YTN 나연수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