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인만 싫었다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인만 싫었다

2010.03.26. 오후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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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났고 죽음을 앞두고는 일본을 그리워했던 권 씨.

일본인은 좋아했지만 한국인을 박해하는 일본이 싫어 온 몸으로 싸워왔던 굴곡 많은 삶을 김종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1928년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태어난 권희로 씨.

1943년 처음 절도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여러 차례 범죄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1967년에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의 싸움에 휘말렸고 출동한 경찰관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말을 하자 경찰관에게도 덤벼들었습니다.

[인터뷰:박명규, 권희로 씨 후원인]
"한국 사람하고 일본 사람하고 같이 싸웠는데 잡아가는 것은 한국 사람만 잡아 가더라 그러니까 그게 너희 나라 경찰이 이게 제대로 된 경찰이냐."

1968년 야쿠자 2명을 숨지게하고 여관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되고도 한국인을 차별하는 법정에 설 수 없다고 저항했고 7년 뒤인 1975년 일본 법정은 권 씨에 대한 무기징역 형을 확정했습니다.

국내 구명운동으로 1999년 일본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석방돼 조국 땅을 밟은 권 씨.

말도 풍습도 낯선 우리 나라 생활도 순탄치 않아 여러 문제에 휘말렸는데 2년 6개월을 감옥 신세를 졌고 고향인 일본에 가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며 말년을 쓸쓸히 보내다 숨졌습니다.

늘 자신이 일본인을 싫어한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던 권 씨.

[인터뷰:삼중 스님]
"일본인 개인에게는 관광객이 오면 중앙동에 나가셔서 그들에게 통역도 해주시고 친절히 안내해 주셔서 일본인들이 편지도 많이 했어요 고맙다고."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에 온 몸으로 저항했던 권 씨는 죽기 전에 "형무소에서 죽었을 자신을 불러준 조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이야기했다"고 주변 사람들이 전했습니다.

YTN 김종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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