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대우조선, 정부 추가 지원? 중독됐으면 금단 현상 극복해라"

[신율의출발새아침] "대우조선, 정부 추가 지원? 중독됐으면 금단 현상 극복해라"

2017.03.30. 오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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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출발새아침] "대우조선, 정부 추가 지원? 중독됐으면 금단 현상 극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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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7년 3월 30일(목요일) 
□ 출연자 :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 정부, 대우조선 살리는데 3조, 파산하면 20조 가까이 손실이라 주장
- 정부 대우조선 지원, 출자 전환 3조에 신규 지원 3조
- 국민연금, 대우조선에 일반 채권자 중 가장 많은 액수 빌려줘
- 국민연금, 대우조선에 많은 돈 빌려준 이유? 정치적인 이유 있을 듯
- 연기금, 위기 관리 능력 부족해보여
- 조선해양산업, 자구 노력 필요... 사장 급여 반납은 너무 늦은 듯
- 대우조선, 책임 규명 후 잘못 인정해야
- 우리나라 조선 산업 전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필요
- 대우조선 문제, 책임질 리더십 있는지가 관건
- 조선해양산업, 내가 잘못해도 정부에서 돈 줄 거라는 경영 마인드 바꿔야
- 정부 추가 지원? 중독됐으면 금단 증상 극복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요새 경제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대우조선해양 문제입니다. 지난 23일이었죠. 대우조선에 대한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던 정부가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지원 방안을 또 다시 내놨는데요. 살리는 데에 드는 돈보다 죽이는 데에 드는 돈이 너무 많다, 이런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을 과연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전문가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김보원 교수 전화 연결합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이하 김보원):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지금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놨잖아요. 살리는 데에 드는 돈이 죽이는 데에 드는 돈보다 많이 든다는 건데,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예요? 이게 진짜 그래요?

◆ 김보원: 지금 현재 보면 대우조선은 국책은행을 비롯해서 은행권이라든지 채권자가 빌려준 돈이 10조, 20조에 달한다고 보고 있고요. 거기에 비해서 신규 지원을 하는 데에 3조 정도가 들어간다는 게 정부의 논리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기업을 살리는 데에는 3조 정도 들어가는데, 만약에 기업이 파산했을 경우에는 10조에서 20조 가까이 국가적인 손실이 있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논리라고 볼 수 있겠죠.

◇ 신율: 그래서 살려야 한다, 이 얘기죠? 돈을 막 쏟아 부어가지고요. 그런데 지금 그러면 돈을 어떻게 쏟아 붓느냐의 문제인데요. 어떤 거예요?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집어넣겠단 거예요?

◆ 김보원: 가장 최근에 정부가 내놓은 안은, 지금 은행이 가지고 있는, 빌려준 돈 중 일부를 출자 전환하고, 그래서 아마 출자 전환을 3조 정도 하고 신규 지원을 3조 정도 하되, 여러 가지 고통 분담을 국책 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도 함께 나누자, 이게 정부 안의 큰 골자라고 볼 수 있겠어요.

◇ 신율: 지금 고통 분담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말이에요. 국민연금이 여기서 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국민연금은 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죠?

◆ 김보원: 왜냐면 이제 채권자가 여럿이 있는데 국책은행을 빼고 국민연금이 한 3,900억 정도가 대우조선에게 물린 거 같아요. 그다음에 우정사업본부가 1,800억, 사학연금이 1,000억 이렇게 됐는데요. 채권자, 그러니까 은행권이 아닌 일반 채권자 중에선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액수를 대우조선에 빌려준 상태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여기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 신율: 빌려준 돈이 많다, 보면 국민연금이 참 엄선해서 돈을 많이 빌려준 모양이에요. 아니 삼성 과정에서도 얘기가 나오고, 대우조선해양에서도 또 문제가 나오고요. 국민연금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교수님 입장에서는요.

◆ 김보원: 글쎄요. 애초에 국민연금이 왜 대우조선해양에 이렇게 많은 돈을 빌려줬느냐가 이슈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이게 좀 정치적인 이유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고요.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요. 특히나 연기금 같은 경우도 사실 금융기관인데, 연기금 같은 경우엔 사실 어떤 위기를 분석하는 능력이라든지 혹은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본질적으로 좀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보고요. 그래서 사실은 이렇게 대우조선해양에 여러 돈이 물린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역량이 좀 부족하다, 기업의 어떤 사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업의 우량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좀 부족한, 그런 부분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좀 드네요.

◇ 신율: 교수님, 대우조선해양이 월급이 많죠?

◆ 김보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조선 산업의 평균임금이 상당히 높고, 사실 일본이나 중국 수준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죠.

◇ 신율: 아니, 누가 그러더라고요. 대우조선해양이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그러던데요. 이게 지금, 이렇게 세금을 쏟아 붓고 이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월급도 많이 주는 좋은 직장이라고 하면 자구노력부터 시작해야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김보원: 그렇죠. 사실 우리 조선해양산업이 굉장히 호황일 때는 우리나라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한다고 얘기를 하면서도 사실은 임직원들이 오히려 그 결과를 많이 향유했고, 사회에 환원한다든지 자기들 스스로가 미래를 대비한다든지 하는 게 좀 부족했어요. 그런데 필요할 때마다 공적자금을 받아가니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안 좋게 보일 수 있는 거고요. 이런 입장에서 이제 회사 자체의 자구 노력이 굉장히 필요한데요. 얼마 전에 보니까 대우조선해양 사장께서 자신의 급여를 반납하겠다, 이런 식으로 자구 노력을 보여주길 하는데요. 사실은 제가 볼 땐 그게 너무 늦은 게 아닌가, 늦은 감이 있단 생각이 드네요.

◇ 신율: 그런데 자구 노력이 전 첫 걸음이 월급 반납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전반적인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 대해서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자구노력의 일부 아니겠어요?

◆ 김보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사실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기업의 이슈를 넘어서서 아마 잘 아시겠지만 작년, 재작년 대우조선의 전직 사장들이 다 구속되고, 지금도 현재 구속된 상태입니다만, 그 과정에서 저희가 다 여실히 봤지만요. 정치권하고 굉장히 깊숙하게 연결돼 있어요. 예를 들어 국책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거라든지 아니면 정부에서 대우조선해양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라는 거라든지, 그런 과정을 보면 이게 뭔가 굉장히 석연치 않기 때문에요. 책임을 규명한다고 했을 때, 제가 볼 땐 대우조선해양 기업에 있는 경영자뿐 아니라 정치권이라든지 정부, 국책은행까지 굉장히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책임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그런 게 좀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 신율: 그게 아무리 범위가 넓어도, 이번 기회에 누가 어떤 경우에 어떻게 책임을 지는지 확실히 보여줘야만, 이게 다음번에 좀 더 조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도 되는 거 아니겠어요? 이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 문제가 있으면 그냥 세금 가져다가 쏟아 붓고, 또 문제 있으면 쏟아 붓고, 무슨 세금이 봉도 아니고 말이에요.

◆ 김보원: 맞는 말씀이에요. 그래서 책임을 먼저 규명하고 그 다음에 거기에 대한 인정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우리가 그러한 결정을 했을 때 이런 면에서는 실수했지만 원래 취지는 이거였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거기에 대해서 국민이 이해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장에서 약속을 하는, 그런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 신율: 그리고 교수님, 이렇게 돈을 쏟아 부으면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나요?

◆ 김보원: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너무 심각해요. 너무 심각하고요. 사실 대우조선해양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 산업 전체가 문제인데요. 지금까지 와 있던 규모와 상태와 조직과 이런 현상을 유지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라든지 아니면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이 살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정부에서 지금 돈을 쏟아 붓는데, 그 기본적인 전제가 대우조선이 지금까지 있었던 형태나 조직이나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겠단 거라면 성공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한데요. 예를 들어서 극단적으로 보면 대우조선해양이 반으로 잘라져서 나쁜 부분은 매각되거나 아니면 좋은 부분은 살려서 합병하거나, 이런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구조조정이 필요한데요. 과연 그것을 누군가가 책임지고 할 수 있는 그런 주체가 지금 있느냐, 그 리더십이 있느냐가 굉장히 관건이고요. 그게 없는 한엔 지금 돈을 쏟아 부어도 전 개인적으로 희망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봅니다.

◇ 신율: 그럼 하여간 여러 가지 고민이 정부도 깊은 줄은 알겠습니다만 문제는 이게 대우조선해양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사례도 유사한 사례가 많았고요. 이른바 공적자금이다 뭐다 해서 세금 쏟아 부은 게 한두 번이 아니고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앞으로 더 나아진 미래를 약속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고요. 얘기는 계속 반복되고, 이게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든 모양이에요.

◆ 김보원: 그러니까 사실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계속 반복돼 오다 보니까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거예요, 사실은.

◇ 신율: 그렇죠.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 김보원: 결국은 내가 이렇게 잘못해도, 내가 이런 식으로 해도, 결국은 이게 대마불사기 때문에 정부에서 돈을 줄 것이다, 그 다음에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경영자가 어떻게 제대로 기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있을 수 있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는데요. 저는 이걸 정말 저희가 어떤 중독 증상이 있을 때 그걸 끊으려면 금단현상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금단현상을 극복하지 않으면 그 중독을 끊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이 경우에서 금단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이 도산하면 엄청난 은행권에서 손실이 난다든지, 이런 논리를 계속 펴는 것은 결국 이대로 가겠다는 거거든요. 엄청난 고통에 대한 결단이 나와야 합니다. 사회적인, 경제적인, 정치적인 결단이 나와야 하는데 그걸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이나 정부에 아직 없단 거죠.

◇ 신율: 진짜 좀 답답하네요, 그렇죠.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보원: 네, 고맙습니다.

◇ 신율: 지금까지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김보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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