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솜방망이 처벌과 규정이 불러온 한미약품 사태

[생생경제]솜방망이 처벌과 규정이 불러온 한미약품 사태

2016.10.04. 오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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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솜방망이 처벌과 규정이 불러온 한미약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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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대사이거나 우스갯소리 같은 일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에 무엇을 먼저 들을 거냐, 이런 얘기를 들으시죠? 그런데 큰 돈이 오가고 투자자의 이익이 걸려 있는 증시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미약품이 29일과 30일, 하루 차이로 호재와 악재 공시를 내며 주가가 18%까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계약 해지 사실을 이미 통보 받고도 자회사의 호재성 공시, 좋은 이야기를 먼저 공시하고, 14시간 후 나쁜 이야기를 공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요. 이게 자칫하면 내부자 거래 혹은 불법으로까지 점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 등은 불공정 관련 조사에 착수했지만, 규정상 늑장 공시를 하고 이런 식으로 공시를 해도 잘못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번 피해에 대해 어떤 분석이 필요한지 관련해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이효섭)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평소에 주식에 관심이 없던 분들까지 이 뉴스에 관심을 보이는데요. 한미약품 주가 폭락을 둘러싼 이야기,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 이효섭> 우선 지난주 목요일 9월 29일, 오후 4시 반쯤에 미국의 제네텍 사와 항암제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공시가 나왔습니다. 장 마감 후에 나왔기에 다음날 지난주 금요일 시초가부터 주가가 5% 상승세로 출발했는데요. 여기까지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날 오후 9시 30분쯤, 독일 베링거 사와 1조에 이르는 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악재성 공지가 나온 것이 문제가 됩니다. 악재성 공시가 나오자마자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해 금요일 약 10% 하락 마감을 하며 시초가 대비 약 25%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고요. 오늘도 7%~10%가량 주가가 하락하며, 고점에서 주가를 산 투자자들은 약 30% 가까운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우성> 설명 들으신 대로, 좋은 소식으로 값이 최대한 올랐다가 나쁜 소식으로 최대한 떨어지는 일인데요. 이게 굉장히 급락하는 사태였습니다. 호재 공시, 즉 기술 수출 1조 원 가까이 한다는 것을 4시 30분경에 했는데, 또 ‘올부티닙’ 이라는 베링거잉겔하임에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던 개발 중단 통지를 받은 것은 오후 7시 6분이었다고 합니다. 시장 혼란이 있을 수 있어서 판단을 미뤘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이렇게 큰 계약 건수를 단지 이메일로 통보받은 시점에 알았다는 점도 의구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공시에 있어서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닌가요, 원칙이 필요하지 않나요?

◆ 이효섭> 일단 공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크게 문제 삼기 어렵습니다. 호재성 공시가 처음 생성되고, 기술 이전 계약 체결이나 해지와 같은 공시는 자율 공시 사항이기에 공시가 생성된 시점 이후에 24시간 이내에만 모든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면 됩니다. 사실 그 공시 의무 사항을 법적으로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면 24시간 이내에 다 했기 때문에.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악재성 공시가 호재성 공시 직후에 나왔다는 것이고, 호재성 공시는 좋은 정보가 생성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공시가 나온 반면에, 악재성 공시는 생성된 이후에 한참 뒤에, 약 14시간 뒤에 나왔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호재성 공시가 나와서 사실 주가가 올라갔을 때, 악재성 공시가 나오면서 내부자들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비싸게 팔려고 일부러 악재성 공시를 지연 공시한 것이 아니냐, 이런 개연성이 제기됩니다.

◇ 김우성> 지금 방금 말씀해주신 내용인데요, 조사 중이라고 하지만, 개장 직후 30분간 쉽게 말하면 악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 공시 되진 않았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처분할 수 있도록 늑장 공시했다, 이런 의혹이 가능한지도 궁금하고요. 이렇게 되는 것은 문제 있는 부분 아닙니까?

◆ 이효섭> 당연히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호재성 공시가 나와 주가가 올랐다가, 악재성 공시는 거의 하루 차이를 두고 나오면서 나오자마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그런 중요 공시들은 내부자들이 분명 알지 않았을까, 또 그 시점에 특히 공매도가 크게 거래가 나왔습니다. 분명 내부자들이 그런 악재성 공시를 이용해서 비싸게 팔려고 공매도 등을 수행한 것이 아니냐,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 김우성> 의혹은 좀 더 밝힌다면 확실하게 나올 수도 있을 텐데요. 투자자들의 피해가 큽니다. 4분의 1 토막 났다, 이런 분들도 나왔다고 하는데요. 규정상으로는 잘못을 물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가 많으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걸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은 없나요?

◆ 이효섭> 현재 이번 건과 같은 것들은 자율 공시 사항으로 작년 말에 바뀌었는데요. 자율 공시 사항의 경우 정보가 생성된 시점부터 24시간 이내에 공시하면 됩니다. 시간이 24시간 한도로 정해진 이유는 공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공시를 내보내는 시점까지 승인 절차나 이런 것들이 필요하기에 일정 부분 시간을 두는 건데요. 이 부분을 당기게 되면 즉각적으로 정보가 반영되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공시의 정확성을, 필터링을 제대로 못 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장단점이 있습니다.

◇ 김우성> 내부자들 중에서 해당 시간에 거래가 있는지에 대해 금융당국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는 상황이라서 의도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판단될 것 같은데요. 외국 사례는 어떻습니까? 이런 방식의 공시 규정이나 운영 방식을 보면 투자자 보호를 한국 증시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 이효섭> 사실 작년에 저희가 이번과 같은 포괄주의 공시 제도를 채택했던 것이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포괄주의 공시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요. 상장 기업들에게 주요 공시 정보를 판단하고 그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가 사실 작년부터 해외 선진 규제 체계로 간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입니다. 해외의 경우엔 공시 사항을 위반하거나, 허위 공시를 하거나, 공시와 관련한 내부자 거래가 있었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반면, 우리나라처럼 자율 공시 제도를 위반한 경우 사실 처벌 수위가 상당히 낮습니다. 이런 부분을 이제 제도 자체로는 선진 규제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처벌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다소 낮다는 점, 이것이 지적되는 상황입니다.

◇ 김우성> 정보에 민감한 곳이 증시인데, 뉴스를 보면 많은 분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매도와 관련된 뉴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공매도는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거래한 뒤 나중에 차후 주식으로 거래를 하는 건데요. 지금 뉴스에 뜬 것만 봐도 공매도 세력이 한 주당 최대 20% 넘는 차익, 이 정도면 주식 양이 많으면 어마어마한 금액인데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 이효섭> 이번 건과 관련해 공매도가 평상시보다 약 20배 가까이 거래가 터졌다,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매도가 과연 개인 투자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 정부가 공매도 잔액 공시제를 도입했는데요. 여기에 대한 실효성 부분이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이런 부분들 때문에 여당에서도 입법을 추진해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공매도 잔액 공시제, 앞서 말씀해주셨는데요. 여러 가지 자율 공시와 같은 경우도 위반했을 때 처벌이 굉장히 미약하다는 말도 해주셨지만, 이런 제도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이효섭> 공매도 잔액 공시제에 대한 실효성 부분은 개인 투자자와 정부가 의도했던 목적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사실 공매도를 아예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것 같은데요. 사실 공매도에는 경제적 순기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가가 버블을 끼고 올라갔을 때, 그것들을 제 가격으로 반영해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도 사실 존재합니다. 해외에서도 공매도에 대해 원 주문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사실 찾기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공매도 잔액 공시제를 시행했지만, 어떤 외국인들이 얼마나 원 주문으로 했는지에 대해 공개를 하라는 요구가 있는데요. 사실 그 정도까지 공개하는 것은 찾기 어렵고요. 다만 이번 공매도 잔액 공시제를 통해 법적 주문 주체의 공매도 잔고 현황, 추이를 일별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개선된 부분입니다. 기존보다 공매도와 관련된 정보의 투명성이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일부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 김우성> 공매도 자체 보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어 있는가, 공정한가, 이 부분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많은 분들이 주식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로 개미 투자자들만 피해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한국 투자 상황이 독특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건전한 투자 그리고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개선 방안, 어느 방향을 향해야 할까요?

◆ 이효섭> 제일 근본적인 것은 자본 시장의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는 부분입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본 시장의 주된 플레이어들, 특히 증권 회사나 상장 기업들, 공시 담당자, 이런 부분들은 사실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불공정 거래 처벌 수위는 우리나라가 상당히 낮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주요 불공정 거래가 시세조종행위와 내부자 정보 이용행위에 대해서는 불공정 거래 과징금 제도가 사실 도입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작년부터 시장질서 교란행위라고 하는 일부 아주 경미한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만 과징금 제도가 부과되었기에,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참조해 이번 건과 같은 내부자 거래, 시세조종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과징금, 형사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상장 기업들도 공시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처럼 설령 자율공시 사항이라고 할지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개인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계약 해지, 이런 중요 정보 공시를 일부러 지연하거나 호재성 공시 뒤에 일부러 알렸다면, 이 부분에 있어서 자본시장법상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제도 등을 도입할 수 있는 법제화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김우성> 엄격한 기준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쟁 자체가 불공정하면 결국 경쟁 전체가 망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효섭>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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