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가라앉은 개성공단...입주기업 '당혹'

무겁게 가라앉은 개성공단...입주기업 '당혹'

2016.02.11. 오후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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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오전부터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들의 철수가 시작된 가운데 북측 근로자들도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설 연휴 지나고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던 개성공단은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YTN 중계차 나가 있습니다. 이강진 기자!

우선 지금 철수 상황 먼저 정리해볼까요?

[기자]
오늘 북한으로 넘어가는 출경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됐습니다.

30분 단위로 오후 5시까지 모두 11번 예정돼 있습니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입경은 모두 10번입니다.

북쪽에서 10시에 출발해 이곳 출입사무소에는 10시 30분에 도착하는 게 첫 일정이고 오후 5시 반에 마지막 입경 절차가 있습니다.

당초 오늘부터 다시 1,084명이 들어가 조업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이런 계획은 전면 수정됐습니다.

124개 기업 가운데 체류 직원이 없는 50여 개 기업에서 각 2명씩만 올려보내 철수를 준비하고, 이외에는 북쪽으로 출경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 측에서는 132명이 방북하고 남쪽으로 귀환 예정인 기업 관계자는 모두 68명입니다.

[앵커]
북측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에서 어떻게 하고 있답니까?

[기자]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오늘 개성공단에 출근할 예정이던 북측 근로자들 거의 대다수가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개성공단으로 출근할 때 북측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통근 버스 280여 대가 오늘 출근 시간, 모두 빈 차로 들어왔다는 겁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수는 모두 5만 4천여 명 정도인데, 정부는 출근하지 않은 근로자의 수를 확인 중입니다.

북한 당국에서 출근하지 말라는 공식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남쪽으로 돌아온 우리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장한 북한군의 수가 늘어나고, 북한 근로자들도 공단이 완전히 폐쇄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등 현지 분위기가 많이 악화된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앵커]
2013년 경험을 봤을 때 철수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닐 텐데요, 앞으로 어떻게 철수가 진행됩니까?

[기자]
오늘부터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단계적으로 철수합니다.

가동 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직원들은 완제품은 물론 원자재를 최대한 많이 싣고 내려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승용차와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내려오던 안타까운 장면이 또 한 번 재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기본 원칙도 설비와 자재, 완제품을 모두 철수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북측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 근로자의 임금이나 세금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 2013년에도 이런 실무협의 때문에 7명이 마지막까지 발이 묶였다가 미수금 명목으로 140억 원을 지급한 뒤에야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현재 남북관계를 볼 때 협의가 짧은 기간에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단 오늘 우리 기업의 철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텐데 기업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 것 같습니다. 입주기업들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기업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지난 2013년에는 123개 입주기업들이 160일 동안 가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 생산 차질로 피해를 본 금액은 하루 평균 14억 원 정도였습니다.

입주 기업 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잠시 뒤 오후 5시에 긴급 이사회를 엽니다.

또 모든 입주기업들이 모이는 비상총회는 내일 오전 11시에 열기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기업들은 이번에도 2013년의 악몽이 재현될 경우 기업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속한 공단 운영 재개와 함께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YTN 이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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