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등반사고 장례위원장 “故 김창호는 내 양아들이었습니다”

히말라야 등반사고 장례위원장 “故 김창호는 내 양아들이었습니다”

2018.10.15. 오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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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등반사고 장례위원장 “故 김창호는 내 양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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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등반사고 장례위원장 “故 김창호는 내 양아들이었습니다”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 대담 : 이인정 아시아 산악연맹 회장

◇ 이동형 앵커(이하 이동형)>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원장대원 5명, 네팔인 가이드 4명이 히말라야 등반 도중에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죠. 이제 시신은 모두 수습돼서 17일 새벽에 한국 도착할 예정인데요. 이인정 아시아 산악연맹 회장 연결해 이번 히말라야 사고와 관련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회장님, 나와 계십니까?

◆ 이인정 아시아 산악연맹 회장(이하 이인정)>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참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는데요. 회장님도 사고 수습을 위해서 네팔 가십니까?

◆ 이인정> 내일 가기로 했는데요. 모레 아침에 시신이 다 운구가 된다고 해서 저는 안 가기로 했고, 한 명만 보냈습니다.

◇ 이동형> 한국으로 시신이 온다고 하는데, 장례 절차가 어떻게 됩니까? 화장한 상태에서 오는 겁니까?

◆ 이인정> 아니요, 화장할 시간은 없고, 많은 유족들이 사고 난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고 있기 때문에 관을 구해서 모시도록 다 조치가 됐습니다.

◇ 이동형> 사고 지점이 네팔 중부의 히말라야 해발 7,000m급의 고산 구르자히말이라고 하는데요. 여기가 어떤 곳입니까?

◆ 이인정> 큰 산이 있어요. 에베레스트 산군, 안나푸르나 산군, 이 구르자히말은 다울라기리 산군의 맨 우측에 있는 산인데, 7,200m가 되고요. 우리 김창호 대장은 편한 루트를 생각 안 하고, 자기 길을 만드는 벽 등반가입니다. 코리안 웨이라고 세 번째인데, 그런 것을 시도하다가 이번에 사고를 당한 겁니다.

◇ 이동형> 회장님도 오래 전 히말라야 등정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사고는 생전 처음이라고 말씀하셨죠. 어떤 의미죠?

◆ 이인정> 아마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없었을 겁니다. 몇 해 전에는 IS가 베이스캠프에 총을 쏴서 사고가 난 적은 있습니다만, 이렇게 천재지변으로 그야말로 돌풍으로 인한 사고는 아마 최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동형> 방금 천재지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니까 베이스캠프에 이런 일은 거의 없다는 말씀이죠?

◆ 이인정> 베이스캠프고, 캠프가 아니고 간에 하여튼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 이동형> 결국은 눈은 아닌 것 같고, 결국은 바람입니까?

◆ 이인정> 돌풍이죠. 말하자면, 가끔 뉴스에 보면 토네이도 같은 게 와가지고 차가 막 뒤집히고 나무가 꺾이고 부러지고 하잖아요. 그걸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 이동형> 그런 토네이도 같은 강풍이 불었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 이인정> 네, 갑자기요. 어떻게 대처하거나, 그럴 시간도 없고 정보도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큰 사고를 당했는데요. 김창호 대장은 산에 목표를 가지고 산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해요. 언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갔고, 초등이 언제인가, 기후 변화라든가, 철저한 친구입니다. 공부를 많이 하는 친구인데도 이런 천재지변은 막을 수 없었죠. 쉽게 말씀드려서 쓰나미가 갑자기 와서 사람이 인명피해를 당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이동형>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고 말씀하셨군요.

◆ 이인정> 네, 네팔 정부에서도 그렇게 발표를 했어요.

◇ 이동형> 우리 산을 타는 분들 중에 지금까지 히말라야에 도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등반가가 9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 이인정> 네, 그렇죠. 아마 더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산악인 네 분이 그런 일을 당한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 이동형>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산악인들에게 히말라야 등정,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이인정> 우리가 산을 찾다 보면 더 높은 산을 추구하고,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데요. 최근에는 해외 등반도 쉽게 하기 때문에 네팔 트레킹도 많이 하거든요. 그러다가 아, 큰 산도 한 번 가고 싶다, 하다 보면,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도 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산을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동형> 이번에 김창호 대장 포함해서 다섯 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에 임일진 감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이분은 산악 다큐멘터리를 찍는 분으로 유명하죠?

◆ 이인정> 그렇죠. 임일진 감독은 산악 영화를 찍는 감독인데요. 특히 우리 김창호 대장하고는 가깝습니다. 이 친구가 외국어대학교 산악부 출신인데, 아주 과묵하고, 열정적으로 산을 다니면서 산악 기록영화를 많이 만들었죠.

◇ 이동형> 김창호 대장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 이인정> 김창호 대장은 저 개인적으로는 양아들이고요. 주례도 섰고, 직장도 제가 주선을 해줬고, 또 처와 함께, 가족과 함께 가끔 만나고, 세상을 살아가는 얘기도 많이 하고요. 제가 산 얘기는 감히 못 했어요. 산을 가지 말라고 막는다고 안 갈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김창호 대장은 시립대학교 산악부 OB로서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그러면서 열심히 산에 다니고, 특히 세계적으로 기록이 무산소로 14개를 가장 빨리 올라간 사람 중 한 분이시고,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유명한 황금피켈상도 받았고요. 많은 상을 받고, 또 외국 나가서 강의도 하고요. 그럼으로써 이 사람의 산에 대한 철학을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은 세계 산악인들이 비통에 젖어 있습니다.

◇ 이동형> 아까도 이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였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이런 방법은 혹시 없을까요?

◆ 이인정> 없어요. 거기서 기상 관측을 미리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쓰나미가 갑자기 와서 졸지에 당한 것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등산에 대해, 특히 히말라야 등산에 대해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등반을 하다가 눈사태라든가, 또는 사람이 실수해서 떨어지거나 크레바스에 빠지거나 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인데, 그것도 아니고, 자다가 말고 돌풍에 맞아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은 세계 최초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다들 아연실색하고 있죠.

◇ 이동형> 마지막으로 이번 사고로 먼저 유명을 달리한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 이인정> 제가 이번에도 장례위원장을 맞는 그런 비참한 지경에 빠졌는데요. 여러 번 그런 일을 당했어요. 그러나 저는 그들에게 산에 가지 말라는 얘기는 못 해요. 그렇지만 준비는 단단히 해야겠죠. 우리들의 산은 우리들의 생활이고, 우리들의 낙원이고, 또 우리들의 어머니의 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산악인들은 산을 벗어나서 생활할 수 없지 않은가, 생각을 합니다.

◇ 이동형> 회장님, 오늘 인터뷰 감사하고요. 마음 추스르고, 장례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 이인정> 네, 고맙습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이인정 아시아 산악연맹 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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