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지 모르는데"...이산상봉 경쟁률 569 : 1

"마지막일지 모르는데"...이산상봉 경쟁률 569 : 1

2018.06.25. 오후 10: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오는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대상 가족을 선정하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행사에 참여할 100가족의 다섯 배수를 오늘 추첨했는데, 기대를 품고 적십자사를 찾은 어르신들 대부분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김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산가족 상봉 행사 대상자 선정의 첫 관문은 컴퓨터로 하는 다섯 배수 추첨입니다.

고령자와 직계에 가산점을 주긴 해도 전체 5만7천 신청 가족 가운데 5백 가족을 추리는데, 1% 미만의 낮은 확률입니다.

그동안 수차례 기대를 접어야 했던 95살 박성은 할아버지는 노구를 이끌고 직접 나와 선정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박성은 할아버지 / 이산가족 (95살) : 간간이 소식은 들었지만, 실제 이산가족 상봉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제가 이제 살면 몇 년 살겠어요.]

하지만 컴퓨터는 이번에도 야속했습니다.

[박성은 할아버지 / 이산가족 (95살) : 이름이 없어요? (다시 한번 해 볼게요.) 저는 이제 이산가족은 끝났어요.]

고향에 두고 온 동생들을 찾아 적십자사만 수십 년째 드나든 김영헌 할아버지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고, 세 살배기 딸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이용여 할머니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미련을 쉬이 접지 못합니다.

[이용여 / 이산가족(90살) : 이번에 안 되면 끝이지 또 언제 신청을 해. 그니까 이번에 꼭 찾아줘야 돼.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아야 돼요.]

남북은 오는 8월 20∼26일 각각 100명의 이산가족이 금강산에서 상봉하도록 의견을 모았지만 행사 정례화에는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박경서 / 대한적십자사 회장 : 5만7천 명의 한을 풀기에는 부족한 숫자입니다. 컴퓨터에 선정되지 못하신 분들은 다음 기회에 다른 형식으로 꼭 한을 풀어드린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대한적십자사는 당첨된 500가족의 상봉 의사와 건강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 뒤, 2차 상봉자 250명을 다시 추첨합니다.

이 명단을 북측과 교환해 다음 달 25일까지 생사 확인을 마친 뒤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의 명단을 북측과 주고받을 예정입니다.

YTN 김지선[sunkim@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