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책 벼락치기⑤] "재벌개혁공약" 지금같은 식이면 그다지 효과없다

[대선후보 정책 벼락치기⑤] "재벌개혁공약" 지금같은 식이면 그다지 효과없다

2017.04.20. 오후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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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정책 벼락치기⑤] "재벌개혁공약" 지금같은 식이면 그다지 효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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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정책 벼락치기⑤] "재벌개혁공약" 지금같은 식이면 그다지 효과없다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7년 4월 20일 (목요일)
■ 대담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앵커 곽수종 박사(이하 곽수종)> 대선후보들의 정책 공약들을 점검해보는 시간, 오늘 주제는 ‘재벌개혁’ 공약입니다. 경실련 재벌개혁 위원장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와 함께 대선 후보들의 재벌 개혁 공약 점검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 곽수종>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경유착, 늘 우리 정부와 기업들 간 어떤 부정과 부조리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대체로 어떤 문제점들이 있습니까?

◆ 박상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고요. 박근혜 대통령도 구속 사유 중에서 뇌물 수수로 구속이 된 상태죠. 정경유착의 문제는 사실 뿌리가 깊죠. 그래서 60년대 이후로 정부 주도 재벌 중심 발전을 해오면서 정경유착이 시작됐고요. 그 뿌리가 지금까지 이어져 최근에는 재벌 세습 문제와 관련해서 재벌들이 정부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정부는 그것을 정치인들의 미끼로 금품을 수수하는, 그러한 암묵적인 일들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알게 된 거죠.

◇ 곽수종> 피터 드러커 교수도 정치가 경제와 재벌 기업들과 유착하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기업도 망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재벌 개혁 문제, 늘 역대 정권에서도 들고 나왔지만 다 실패하고 돈에 매수됐다는 표현이 거친 표현이지만 재벌 개혁이 이뤄지지 못했는데요. 큰 틀에서 어떻게 개혁해야 한다고 보세요?

◆ 박상인> 일단 재벌이라는 개념 자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재벌은 대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요. 대규모 기업 집단입니다. 기업 집단은 적어도 두 개 이상의 기업으로 구성된 거죠. 이러한 기업 집단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클 때 대규모 기업 집단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대규모 기업 집단이 한 개인이나 가문에 의해 지배를 받는 상태입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집단을 한 개인이나 가문이 통제함으로 인해 개인이나 가문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이 굉장히 커지죠. 그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편취하는, 사익 편취를 하게 되는 세습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건데요. 우리가 경제력 집중의 문제라고 부릅니다. 재벌 문제의 핵심은 경제력 집중의 문제고요. 경제력 집중이 불법 편법을 동원한 세습을 가능하게 하고 정경유착의 근원이 되고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황제 경영을 가능하게 해서 많은 상법상의 균형과 견제 같은 것들이 무력화되고 있고요. 경제 구조도 보면 우리가 과거 재벌 중심 구조가 지속되면서 산업의 고도화나 혁신형으로 이행 같은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총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재벌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거겠죠.

◇ 곽수종> 교수님도 잘 아시겠지만 중세의 왕정도 붕괴시킨 것이 자본가 세력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놓고 보면 로스차일드 가문도 있고 록펠러 재단도 있고 여러 가지 가문이 있지만 미국처럼 재벌이 정치에 깊게 관여되어 부패시키지 않는다, 우리와 차이가 무엇이 있을까요. 아니면 같습니까?

◆ 박상인> 미국도 재벌이 있었습니다. 1920, 30년대 우리와 굉장히 유사한 재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딜 정책 기간을 통해서 사실상 미국의 재벌들은 해체됐죠. 그 이후 미국은 이른바 독립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금융 자본이 되어서 활동하고 있죠. 금융 자본이 미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최근에 많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재벌처럼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커져 사회적 정치적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미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경제력 집중의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곽수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공약, 각 후보들이 내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박상인>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말 자체가 오역이라고 생각합니다. Punitive Damages, 징벌적 배상입니다. 우리가 지금 흔히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3배수, 10배수,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손해액에 비례해서 배상을 더 해주자는 취지로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말을 합니다만, 사실 Punitive Damages 아이디어는 손해액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고 가해자의 경제 능력에 비례해서 징벌적으로 배상하게 하는 겁니다. 손해액 플러스 징벌적 배상을 따로 부과하는 것이죠. 그래서 행위 자체를 바꾸게 하는, 불법적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 하는 배상 제도입니다. 다른 말로 영어로 Exemplary Damages라고 합니다. 일벌 백계형 Damages이다. 그래서 징벌적 손해배상 공약들을 후보들이 많이 하고 계시는데 지금 같은 식의 3배수, 10배수 만으로는 징벌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특히 우리 같은 경우 실손 배상이 상당히 법원에서 보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3배수가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곽수종> 손해를 끼쳤다고 한다면 회장님들이 TV 앞에 서서 몇천억, 몇조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는 것을 가끔 보게 되는데 이것을 손해배상제도로 착각하면 안 되겠군요.

◆ 박상인> 그건 다른 것이고요. 사실 사회 환원한다는 것이 공익 법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익 법인도 다 물려주죠. 더더군다나 공익 법인을 이용해서 세습을 하는데 이용하기도 하는, 그러한 폐단도 있게 되는 거죠.

◇ 곽수종> 결국은 재벌 체제, 경영권 승계 문제, 재벌 세습 문화. 다 연결된 것 아니겠습니까? 뿌리 뽑아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박상인> 세습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표현이죠. 불법과 편법이 동원된 승계라는 의미이고요. 사실 우리와 같은 경우 세습을 통해서 재벌 2세, 3세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은 증여세를 내고 받은 돈은 60억 정도밖에 없습니다. 61억 정도인데요. 그 돈을 가지고서 종자 기업인 에버랜드 삼성 SDS BW 같은 것을 사면서 일감 몰아주기하고 상장 시키고 M&A 하면서 지금 주가로 따져서 7조에서 8조, 2천배에서 2천5백배 정도 재산을 증식한 겁니다. 그러고 나서 삼성 그룹 전체를 또 다시 물려받는, 그러한 과정이죠. 이게 많은 불법과 편법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이지 않다는 거고요. 물론 아들이나 친인척 경영 능력이 탁월해서 경영을 물려받는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경영권을 가짐으로 인해서 아들에게 2천배, 3천배 재산 증식을 시키고 기업 집단 전체를 물려줄 수 있는, 그러한 구조이기에 사실은 물려받는 아들이나 친인척들이 경영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갈 수 있고요, 그렇게 물려주고자 하는 유인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지금 생기고 있는 것이죠.

◇ 곽수종> 교수님께서 방금 말씀해주시다가 SDS BW라고 하셨는데요. BW는 전환사채라고 해서 주식으로 된 출자자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받는 그러한 투자 기법의 하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기업이라고 하는 그룹들 자산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요?

◆ 박상인> 2015년 자료를 보면 우리 삼성 그룹이 자산이 GDP 대비 41% 정도 됩니다. 10대 재벌은 105~106% 정도 되고요. 30대 재벌로 하면 138% 정도입니다.

◇ 곽수종> 138%의 GDP 해당하는 자산을 갖고 있는 분들이 전경련을 만들었는데요. 전경련이 그동안 상당한 로비 단체로 활동했는데 대선 주자들이 전경련 해체에 대한 공약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 박상인> 경실련에서 사실 대선 주자들에게 전경련에 대해 지적을 했습니다. 홍준표 지사를 제외한 대부분 주자들이 다들 전경련 해체를 하겠다고 답신했습니다. 공약집에는 빠진 것 같은데 그러한 시민단체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전경련은 약속대로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 곽수종> 일본도 형식적이긴 하지만 재벌 체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맥아더 장군에 의해서 해체되었고 그렇지만 게이단렌이라고 하는 전경련과 같은 유사 단체가 있는데요. 이것을 유지하는 것도 대한민국 경제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박상인> 사실 전경련이 이번에 혁신안이라고 발표했는데요. 혁신안은 조직 개편인데 조직을 축소한 것인데 남아 있는 유일한, 핵심적 조직이 바로 커뮤니케이션본부, 그게 결국은 로비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정경유착을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인데 전경련이 과거도 그렇고 앞으로도 정경유착을 핵심 역할로 계속 쥐고 있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서 사실 자체적으로 전경련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곽수종>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 곽수종> 지금까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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