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담]박승 전 총재 "집값 땅값 묶고 과세는 무겁게! 가계부채 우리 경제 발목잡을것"

[특집대담]박승 전 총재 "집값 땅값 묶고 과세는 무겁게! 가계부채 우리 경제 발목잡을것"

2017.01.12. 오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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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담]박승 전 총재 "집값 땅값 묶고 과세는 무겁게! 가계부채 우리 경제 발목잡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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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담]박승 전 총재 "집값 땅값 묶고 과세는 무겁게! 가계부채 우리 경제 발목잡을것"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7년 1월 12일 (목요일)
■ 대담 :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

◇ 앵커 곽수종 박사(이하 곽수종)>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신년기획 특집대담 2017년 정치경제를 말한다, 지금부터는 한국 경제의 기틀을 짜시고 우리가 보통 정치를 얘기할 때 정치의 어른이 없다, 이런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사실 경제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아직 존재하고 계시는, 석학이시면서 경제 문제 직면했을 때 정책적으로나 정치적 측면에서 모든 경험을 두루 갖추고 계신 석학들이 계십니다. 그중에 제가 늘 문제가 있으면 여쭙고 싶은 그런 분을 모셨습니다. 2017년 새로운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진단해보겠습니다.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이하 박승): 네, 안녕하십니까?

◇ 곽수종> 올해도 상당히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대선을 빼놓지 못할 것 같고요. 무엇보다 촛불 민심이 휩쓸었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 박승> 촛불은 우리나라 역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큰 시민혁명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장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 곽수종> 총재님 말씀하신 것처럼 바닥까지 와서 국민들이 좌절하고 꿈을 접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촛불을 통해 그 꿈을 살려놓으셨다는. 총재님 보시기에 한국경제가 지난 10년간 상당히 어렵지 않았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잃어버린 20년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총재님 보시기에 왜 이렇게 경제가 10년 동안 더 어려워졌다고 보시나요.

◆ 박승> 국민의 잘못이 아니라 정책 당국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봅니다. 왜냐면 과거 산업화 시대가 있지 않았습니까. 군사 독재와 산업화가 묶였거든요. 그 시대를 지냈는데요. 그동안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은 그때 묶여있었습니다. 그대로 군사 독재 산업화 시대에 묶여있었던 겁니다. 그건 산업화 시대에는 수출이 성장을 이끌지 않았나요. 수출은 대기업이 했어요. 정부는 대기업에 온갖 특혜를 다 줬습니다. 정부와 대기업이 동업자입니다. 주고받는. 정부는 특혜를 주고 대기업은 정부에 대해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이게 정경유착이거든요. 그래서 그러한 속에서 결국은 우리나라 경제가 커왔는데요.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그 모델을 그대로 닮은 겁니다. 수출 주도, 재벌 주도. 온갖 특혜를 주고 무엇을 얻는 정경유착. 이제 그 시대가 안 됩니다. 아시다시피 수출은 재작년에 –8% 아닙니까. 작년은 –6%입니다. 이제 우리 성장을 끌고 갈 힘이 없어요. 이 수출 주도의 구 엔진은 죽은 겁니다. 죽은 엔진을 가지고 계속 작동하려고 하니 지금 경제가 2%로 주저앉은 겁니다. 성장률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수출 대신에 소비가 끌어가는 엔진으로 바꿔 타야 합니다. 모든 경제를 소비가 성장을 주도하는 엔진으로 바꿔 타야 하고요. 그렇게 되면 소비는 누가 하느냐. 가계가 합니다. 정부는 대기업 보호 정책을 쓸 것이 아니라 가계 소득 보호 정책을 썼어야 합니다. 가계 보호를 하고 특혜나 이런 것, 대기업에 대한 것을 끊고요. 그리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 복지를 늘리고. 이렇게 해야 하는 건데요. 그 길로 가지 못한 거죠. 앞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그런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 곽수종> 김종인 박사 말씀을 들어보니, 정경유착과 관련해서는 전경련 해체에 대해서는 전경련 해체 쪽으로 가야 되지 않느냐, 이런 말씀을 하셨고요. 방금 말씀하신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고민도 한 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총재님도 비슷한 생각이신가요?

◆ 박승> 지금 유럽에서 나오는 기본소득제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기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나온 기본소득제는, 유럽은 이미 복지가 거의 완벽하게 되어 있습니다. 과복지가 되어 있습니다. 과복지가 되다 보니 정부가 주는 돈만 받고 일은 안 하려고 해요. 실업보험금을 받고 일은 기피하는. 그러니까 이것을 없애는 방법으로 아예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똑같이 주자, 그러면 이 돈을 받으면서도 일은 할 건 아니냐, 그러한 발상이 밑바닥에 깔린 겁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기본 복지도 안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 소득제를 하려면, 저소득층에 국한해서 하자, 고소득층은 빼고. 저소득층에 국한된, 가량 30% 이하 계층이나, 그렇게 하는 건 좋다고 봅니다.

◇ 곽수종> 소득 1분위와 2분위 쪽으로 집중해서 그분들에게 숨통을 트여주자, 이런 말씀이시군요. 이명박 정부 때는 747이라고 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474라고 했는데요. 능력은 있겠지, 다 이렇게 생각했단 말입니다. 총재님도 나름대로는 기대도 하셨을 거라고 보는데요. 지금 이렇게 되고 나니 국민들 생각에는, 너무 지나친 환상이었구나. 지도자를 이런 식으로 K팝 스타 뽑듯 뽑으면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 박승>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했냐면, 애국심이 강한 분이다. 원리원칙에 성실한 분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번에 실망 많이 했는데요. 이번에 보니 첫째로 이분이 애국심이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그 애국심이 유신적 애국심이다. 이렇게 봤어요. 권위주의적 애국심, 상명하복식 애국심. 이렇게 하다 보니 소통이 안 되는, 수직적 애국심이다. 수평적 애국심이 되어야 하는데요. 소통이 안 되고 대화를 안 하고, 이런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고요. 또 하나는 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은, 이 분은 인간으로서 모습이 조금 비정상이다, 편향되어 있다, 구체적 예를 들면, TV를 보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남과 절대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요. 보통 사람들은 남과 식사 같이 하길 좋아하잖아요. 이야기를 들으니 잠시 쉬는 자리에서도 화장실을 남이 쓴 것은 쓸 수가 없어 새 것을 놓아야 된다고 해요. 이건 내가 볼 때는 정상적인, 보통사람은 아니란 말이에요. 좀 특별한. 이렇게 그분의 성품이 편향된 결과 때문에 최순실이라고 하는, 최태민이라고 하는. 우리가 생각할 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믿고 맡긴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과연 이런 인식을 가진 분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그동안 했다는 게 저는 참 한탄스럽다. 이렇게 생각해요.

◇ 곽수종> 총재님, 방금 말씀하신 유신적인 애국심, 이렇게 표현하셨는데요. 착각이 있었겠습니다. 본인이, 그죠.

◆ 박승> 제가 보기엔 자라면서부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아닌가, 이런 느낌도 있는데요. 이분의 착각은 깊다고 봅니다. 왜냐면 아까도 얘기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생각은 경제는 수출이 끌고 간다, 재벌이 한다, 재벌을 도우면 된다, 그러면 경제가 발전한다. 우리가 재벌을 도왔으니 재벌은 권력을 가진 나를 도와라. 이런 동업자로 생각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 때 육영재단을 만들었잖아요. 최태민이 중심이 된 구국봉사단이 수천억 원의 재산을 긁어모았다고 합니다. 이것도 당연한 거로 생각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육영재단이 국가 재산입니까? 그렇게 전부 개인 재산 아닙니까. 박근혜 대통령도 형제들이나 아무튼 그렇게 됐잖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르 재단, K스포츠 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체육융성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미르, K스포츠가 국가 것이냐, 아니란 말입니다. 최순실이가 전부 하는 것 아닙니까. 개인 재단 아닙니까. 개인 재단을 하는데 재벌 모금을 해서 한다는 점을 당연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엄청난 착각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 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이 문화체육융성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면 마땅히 그것은 법인세 거둬야 합니다. 대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거둬 당당하게, 공적인 목적으로 만드는 재단은 공적인 방법으로 돈을 거둬 했으면 문제가 없는 겁니다. 바로 이런 모든 것, 박근혜 대통령이 마치 사인으로서 개인 이익을 위해 국가를 경영하지 않았나, 이런 의심을 부분적으로 갖게끔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곽수종> 결국 1970년대 유신의 시대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 박승> 유신 문화입니다.

◇ 곽수종> 그러다 보니 친박, 비박 한참 다툼하던 새누리당 안에서 비박이라고 불리는 분들은 떨어져 나왔어요. 주홍글씨,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고요. 따뜻한 보수라고 하는데, 글쎄요. 어떻게 보세요?

◆ 박승> 우리나라에서 꼭 고쳐야 할 일 중 하나가 보수와 진보를 마치 적대 관계로 보는 겁니다. 보수와 진보는 자동차의 두 바퀴처럼 보완 관계입니다. 둘 다 필요해요. 서로가 자극제가 되고, 이렇게 되는데요. 우리는 그렇지 않고 서로 적대 관계로 보는데요.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보수와 수구는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보수는 수구 쪽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은 수구 정권입니다. 재벌과 정경유착 했고, 이게 모두 극우적입니다. 수구적입니다. 여기서 이제 박근혜 정부의 문제가 이번에 횃불 민심으로 터지게 된 건데요. 거기서 신당이 튀어 나온 것을 진일보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은 수구 보수로부터 벗어나겠구나. 이렇게 생각해서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예를 들면 가령 남북 관계도 그렇습니다. 이 대결 상태도 과거 냉전 시대에서 보는 남북 관계와 지금은 달라야 한다. 과거에는 대결로만 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북진 통일 하느냐, 이렇게 대결 관계로 봐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연하게 봐야 합니다. 이게 북한을 어떻게든 개방하고 이러한 방법도 생각하는. 그리고 이러한 모든 문제가 재벌을 보는 눈도 달라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새누리당이 두 당으로 쪼개어 이렇게 하는 건, 발전으로 가는 하나의 진통이 아닌가. 빨리 새누리당도 건전한 보수 여당으로 성숙하게 되길 바랍니다.

◇ 곽수종> 총재님, 대기업도 결국 반성해야겠습니다.

◆ 박승> 많이 해야죠. 우선 전경련을 봅시다. 전경련이 왜 필요합니까. 왜 생긴 겁니까. 이게 아까도 얘기했지만, 정부와 재벌이 공생 관계, 동업자 관계에 있을 때 생긴 겁니다. 재벌이 수출하고 정부가 특혜 주고, 주고받는 관계에서. 이제는 그러한 관계를 끊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속에서 정경유착이 나오면 온갖 비리가 나오거든요. 우리나라 경제도 시장경제로 돌아가자. 관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돌아가자. 재벌 경제에서 바로 시장 기업주의 경제로 돌아가자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좋은 기회에 많은 변화가 재벌에게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곽수종> 총재님, 앞서 대기업 얘기를 했는데요. 대기업 정책은 국민들 대부분 인식하시는 것 같아요.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 경제에서 조금은 민간, 서민 경제를 살피는 경제로 가자. 지금 경제가 너무 안 좋다고 합니다. IMF 준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잘못하면 그러한 위기 상황을 다시 맞을 수 있지 않겠나요. 어떻게 진단하세요?

◆ 박승> 그렇게 될 수 있다. 지금 상태에서 우리 경제는 전방위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봅니다. 성장도 위기고 분배 쪽도 막혀서 위기입니다. 여기서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일본식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우리나라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요.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일본 형 장기 불황으로 갈 우려가 커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나 국민이 각별하게 관심을 가지고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곽수종> 오늘 듣고 보니, 위기가 코앞에 와있다고 느껴지는데요. 국민들 마음이 얼마나 상하셨는지, 이제는 금가락지 안 빼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가장 서민들이 느끼는 압박감 중에 문제가 무엇인가 보면, 가계부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습니까.

◆ 박승> 가계부채가 10년 전만 하더라도 600조였습니다. 오늘날에는 1,300조라고 하지 않습니까. 가계 소득 비한 가계 부채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미국보다, 일본보다 높고요. 더군다나 크게 우리가 걱정해야 할 일은, 미국, 독일, 일본, 이러한 선진국들 경우엔 가계 부채 증가율이 제로이거나 줄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매년 7~8%씩 늘고 있어요. 앞으로 가계 부채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따라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만든 주범이 뭐냐면, 돈 빌려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 경기부양 정책입니다. 정부가 이제 저금리 정책을 쓰고 빚을 내기 쉽도록 하고, 집값을 올려 경기부양 해서 말하자면 경기 어려운 것을 막자고 하는 정책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작년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집값은 오르지 않았습니까. 나는 이 정책은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다. 첫째는 이것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고 있고요. 둘째 이러한 부양책은 진통제일 뿐이지 치료제가 아니다.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빚 얻어서 집 사라는 정책을 중단하고, 일단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가계 부채의 총량을 경제 성장률 범위 안으로 통제하는 일이 급합니다. 우선 그 수준으로 묶어 놔서, 이자율이 비싼 가계부채는 이자율이 싼 양성 부채로 차환해주고, 그러고도 도저히 상환 능력이 없는 가장 최빈곤층의 가계부채는 아마 어떤 연차 계획을 세워서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 곽수종> 총재님이 건설부 장관 하시면서,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많이 안정됐던 측면이 있었거든요. 그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을 봐야지, 단기적 부양책으로 보니까 그렇게 됐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박승> 그렇습니다. 제가 1988, 89년에 분당 일산과 같은 5대 신도시 건설하고 200만 호 주택 건설을 할 때만 해도 주택보급률이 56%밖에 안 됐습니다. 그 말은 집을 필요로 하는 가구수는 100인데, 집은 56개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온갖 무리한 정책을 했는데요. 지금은 집 수가 오히려 가계 수보다 많습니다. 집이 오히려 남아돕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근본적으로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우리가 지난 50년 간, 도매물가가 30배 올랐습니다. 그런데 땅값, 집값이 3,000배가 올랐습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그동안 큰집 가진 사람, 땅 많이 가진 사람이 얼마나 부자가 됐습니까. 그러니까 이것이 문제가 되는 점은, 불로소득에 의해 우리나라 빈부격차가 왜곡되게 커져버렸다는 겁니다. 여기서 사회 정의가 무너지고, 서민들 한탄이 나오고요. 빈부 세습이 생기고. 이런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값을 집값이나 땅값이나 이 상태에서 묶으라는 겁니다. 물론 집값이나 땅값이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집값이나 땅값을 더 내리게 하면, 가계부채 문제나 은행 건전성 문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내리는 것보다 현 수준에서 안정되도록. 장기적으로 안정시켜라. 그러면서 정부는 경제 성장을 통해 가계 소득을 계속 올려주면, 결국 집 마련이 쉬워질 것 아니냐,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명박 정부 이후에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 시킨 것은 아주 잘못한 일이다. 그래서 부동산에 대한 종합 과세, 각종 과세는 무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곽수종> 말씀하신 가운데, 저소득층이 싼 이자로 차환하려고 할 때, 저소득층의 신용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사실 계급사회입니다. 신용등급에 따라 1등급에서 7등급 이하까지 나누게 되면, 이분들은 일반 시중은행 가서 돈을 빌릴 수 없고요. 신용이 워낙 낮아서. 이런 부분도 어떻게 신용도를 다시 조정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 박승> 지금 은행에서 신용이 좋은 사람이 돈을 빌리려면 4%만 내면 됩니다. 그러나 신용이 없는 서민들, 서민들은 연 100% 이상 이자를 내야 합니다. 가난할수록 더 비싼 이자를 내고, 말하자면 어떻게 보면 사회적 착취를 당하는 겁니다. 여기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에게 돈 떼이는 것 각오하고 돈만 대주라고 말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은, 정부에서 서민들만의 신용 보증 기구를 만들자. 이건 반절 떼일 각오를 정부가 하고요. 떼인 건 재정으로 메워서 하고요. 서민들만을 위한, 지금은 기업들 신용보증기금 많아요. 서민들은 없어요. 그러니까 전당포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위한 신용보증기금을 만들자. 여기서 보증을 해주면 4% 이자로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하고 못 갚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건 사회 정책적으로 떠안자. 그것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 아니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 곽수종> 제가 읽은 책이나 참고 도서를 보면, 오히려 인도나 방글라데시 쪽에 돈이 없는 사람들이 돈을 상환하는 비율이 92%, 93%가 넘는다고 들어서, 그분들은 오히려 더 성실하게 돈을 갚을 확률도 더 높다고 봐야겠죠.

◆ 박승> 우리 사회가 여기에 맞지 않는 얘기인지도 모르지만, 빌게이츠가 자기 재산을 거의 80%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잖아요. 왜 환원하냐고 물으니까, 나는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다. 나와 같은 수혜자가 서민들, 못 사는 사람들 편을 안 들어주면, 우리 자본주의는 위험해진다. 저 사람들 자본주의 무너뜨리자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우리 체제를 지키기 위해 내 재산을 사회에 받치려고 한다. 이런 겁니다. 나는 우리나라 기업가 중에 이런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고요. 이것에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는 못 사는 사람들이 소외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정부도 우리를 안 돌본다. 사회도 안 돌본다. 기업들도 안 돌본다. 이 사람들 어디로 갑니까, 이 사회 망해버려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겁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잘 되려면, 이 못사는 사람들이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를 지켜야겠다, 시장경제는 내가 지켜야겠다, 이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라가 잘 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없는 사람들 신용보증해서 그 사람들이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고, 물론 그 사람들은 정부가, 우리 사회가, 부유층이, 우리를 위해 애쓰는 구나. 어떻게든 갚아야지, 이렇게 해서 자진해서 갚으려는 마음도 많아질 거고요. 떼인 돈을 생각합시다. 어차피 돈을 거둬서 세금을 내서 못 사는 사람은 어차피 도와주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되요. 그런 방식으로 도와준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 곽수종> 중장기적으로 그런 서민들이 사다리를 타고 중산층으로 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지고, 숨통을 트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이런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저는 동의합니다.

◆ 박승> 그래서 촛불 민심 이후에 새롭게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모르겠지만,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요. 우리나라 질서를 확 바꿔버리자. 지금까지 질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 살면 된다, 이 논리입니다. 우리 자본주의 논리. 남은 어떻게 되든 나는 관계없다. 그러니까 부자는 더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더 부자가 되려고만 하고 가난한 사람은 나와 관계없다. 이렇게 되는 결과가 오늘의 현실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 갈등, 빈부격차, 양극화, 여기에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자살률 높고, 다 이런 문제다. 앞으로 우리가 세워야 할 질서는 함께 살자. 같이 함께 살자. 부자 사람은 더 내놔라, 가난한 사람 돕자. 먹고 살길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느냐. 신자유주의 질서는 1등만 사는 사회 아닙니까. 승자가 독식하는. 그러나 우리 한 번 생각해봅시다. 우리 사회는 1등도 살아야 하고 2등도, 꼴등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꼴등 너는 죽어라, 이건 안 됩니다. 사실상 그렇게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서 폐지 줍는 사람들, 대게 그 사람들이 허리는 굽고 힘은 없고, 가다가 쉬는, 60대 70대 건강도 좋지 않은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그것을 끌고 가서 6천 원에서 7천 원을 받는답니다. 한번 우리가 생각해봅시다. 6천 원, 7천 원이라는 게 뭔데요. 부자 사람들에게 6천 원, 7천 원은 술집에 가서 팁값으로 5만 원, 10만 원 주잖아요. 그것을 이사람들에게 줄 수 없느냐. 내 얘기는 그겁니다.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잘 사는, 더불어 사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건, 그런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못 살게끔 제도를 바꾸자.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람이 어딘가 법에 걸리면 중벌을 주고, 함께 살도록 노력하는, 그러한 사회 질서를 확실하게 세우는 것.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이 질서입니다.

◇ 곽수종>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50대 중반들은 후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으로 들어간 세대입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선진국에 태어나 자칫 잘못해 일본식 저성장으로 들어가면, 후진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제학 이론에서는 톱니 효과라고,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오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지금 청년들이 많이 고민할 것 같습니다. 내가 선진국에 태어나 본 것은 많은데, 이것 어떻게 하지?

◆ 박승> 제가 평생 대학교수 하지 않았습니까. 26년간 중앙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습니다. 제가 교수 때 학생들은 발랄했습니다. 취업도 잘 됐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한없이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젊은이들 영특합니다. 보세요. 학술 경연에서도 학술 잘 하지, 체육도 운동도 잘하죠. 골프도 휩쓸고 바둑도 잘 두고. 우리 K팝, 얼마나 젊은이들이 용감하도 똑똑합니까. 그런데 이 젊은이들이 일자리도 잡을 수 없고, 요즘 대학교수들 만나보니 지금 명문 대학을 나와도 취업 못한다고 해요. 일자리도 없고. 일자리가 있어도 집 마련할 수 없고. 어떻게 집마련을 합니까. 못하고요. 결혼도 못하겠고. 자녀도 두기 어렵고. 이러니 실망하는 것 아닙니까. 집만 해도 적어도 몇 억을 줘야 하는데요. 월급쟁이가 월급 받아서 먹고 저축해서 집 마련이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다. 누구 때문이냐. 우리 세대 때문입니다. 우리 세대가 전부 땅값, 부동산 투기로 땅값 집값 올려서 다 재미 봤죠. 우리 세대가 다 그것 때문에 부자 된 것 아닙니까. 그렇게 집값 올린 재미를 느끼는 순간 모든 피해가 후손들에게 간 겁니다. 기성세대 잘못으로 이렇게 만들었다. 지금 일자리도 없게 하고 결혼하기도 어렵고 자식 두기도 어렵고. 이렇게 젊은이들 잘못이냐, 그게 아닙니다. 우리 기성세대 잘못이다. 이런 점에서 참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젊은이들을 보고요. 우리 기성세대는, 저도 80대이지만, 80대 안 가도, 60, 70대만 되어도 되게 보수화되어 자기 이익만 생각해요. 나와 내 자식, 내 가족, 이것만 생각하지 남이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가난한 사람이 어떻고. 이런 것 안 해요. 친구들만 해도 전부 서울대학 나와서 회사 사장하고 그러다 보니 다 기득권 계층 아닙니까. 다 잘 살고. 아까 말한 폐지 줍는 사람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것을 볼 때 우리 기성세대가 정말 잘해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열어주자. 그런 의미에서 사회, 경제, 정치, 전반적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아까도 얘기했지만, 우리가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간다. 그러지 말라고 한 국민의 함성이 이번 촛불이라고 생각합니다.

◇ 곽수종> 30년 가깝게 교수로 계시면서 많은 후학들을 가르쳤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여러 개혁 가운데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교육 개혁이 저는 가장 근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교육 개혁 차원에서 끝으로 정리해주세요.

◆ 박승> 난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경제 발전을 뒷받침도 제대로 할 수 없고, 교육 중요한 기능이 계층 상승 사다리 역할인데, 그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오히려 계층 고착화, 세습의 사다리 역할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우리나라 경제, 사회,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계층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균등을 주는. 그런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게 보면 대학 진학률은 60% 수준까지 내려야 하고요. 그 대신에 모든 교육 기회 균등을 줘야 한다. 지금 현재 교육은 돈 가진 사람만 제대로 자식을 가르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반 고등학교 중심의 교육. 그리고 형평을 가지는 교육. 개인적으로 현재 수능시험을 대입 국가 자격시험으로 바꾸자. 독일식이죠. 국가에서 전체 정원을 정해서 그 숫자를 합격시키면, 재벌 아들도 거기 합격 못하면 대학 못가도록. 그리고 일단 합격한 사람은 저소득층에 대해 국가에서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고 차상위 계층은 50%만 지원한다거나, 이렇게 하고요. 실업 고등학교와 같은 직업 교육은 전면 무상화하고, 이 사람들에게 직업에 대한 여러 가지 길을 많이 열어주자.

◇ 곽수종> 여든은 넘으셨지만, 가슴속에 타오르는 그 촛불만큼은 우리 총재님도 어쩌실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꿈을 아직도 갖고 계신 것을 보면, 우리 한국 사회는 절망에 빠질 때가 아니라 새로운 준비,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 대해 진단과 처방, 박승 전 한은 총재로부터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승>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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