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안함 피격' 핵심 물증에서 지워진 '1번'

단독 '천안함 피격' 핵심 물증에서 지워진 '1번'

2015.12.23. 오전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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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은 북한제 어뢰 추진체였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 결과, 이 어뢰 추진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부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핵심 물증이라던 '1번' 글자도 거의 지워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권민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백령도 앞바다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습니다.

좌초설과 기뢰 폭발 등 각종 의혹에 맞서 군 당국은 피격의 결정적 증거라며 중어뢰 추진체를 공개했습니다.

군 당국은 이 추진체가 북한의 무기 책자 속 CHT-02D와 일치하며, 1번이란 한글 표기가 북측 소행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밝혔습니다.

[윤덕용,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장]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북한의 어뢰 표기 방법과도 일치합니다. 이러한 모든 증거는 수거한 어뢰 부품이 북한에서 제조됐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5년여가 흐른 지금, 천안함 피격 사건의 스모킹 건은 어떻게 됐을까?

국방부 조사본부에 있는 천안함 기념관입니다.

유리관에 진열된 어뢰 추진체에 심하게 녹이 슬어 있습니다.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조종장치 모두 공기 접촉으로 인한 부식으로 시뻘겋게 변했습니다.

군데군데 녹가루가 흩어져 있고, 추진체에 붙어있던 알루미늄 산화물도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천안함 피격의 상징이었던 추진부 안쪽 '1번'이란 글자가 산화로 거의 지워져 버렸습니다.

발견 당시 선명했던 파란색 표기가 5년 만에 희미한 윤곽만 남고, 실체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부식을 막으려면 녹을 제거하고 약품을 바른 뒤 질소를 채워 진공 상태로 보관해야 합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천안함 명예훼손 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찰이 증거물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특수 처리에 반대해 손을 댈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국방부에 증거 보전을 공식 요청한 적이 없고, 지난 10월 현장 검증도 끝난 만큼 관리 책임은 국방부 소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5년여가 흐른 지금도 천안함 피격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를 반박할 중요한 역사적 사료인 어뢰 추진체는 속절없이 훼손돼 가고 있습니다.

YTN 권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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