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YS "명순이 잘 자라"...인터뷰에 남긴 아내 사랑

단독 YS "명순이 잘 자라"...인터뷰에 남긴 아내 사랑

2015.11.24. 오후 5:5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생전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두 가지로 '민주화', 그리고 '아내와 결혼한 것'을 꼽았다고 합니다.

부인 손명순 여사는 역대 '가장 조용한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며 든든한 내조만으로 남편의 정치 인생을 지원했지요.

2003년, 당시 YTN 앵커였던 백지연 씨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직접 약혼 사진을 보여주며 젊은 날을 회상했는데요.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김영삼 전 대통령 (2003년 YTN 단독 인터뷰 당시)]
"이게 나하고 우리 집사람하고 약혼했을 때…. 이때가요, 내가 서울대 3학년이고 이 사람이 이대 3학년 때입니다."
(대학 3학년 때 약혼하셨어요?)
"네, 결혼을 너무 빨리 했죠."
(결혼했을 때 프러포즈를 하셨을 거 아니에요?)
"글쎄, 그거, 그거는 다 보통 사람 하는 식으로 했죠."
(보통 사람 하는 식으로, 어떤 식으로 하셨어요?)
"뭐, 결혼하자든지 사랑한다든지 이런 말 하지 않았겠어요."
(제가 얼굴이 빨개지시는 걸 처음 뵀어요.)

김 전 대통령은 집안 어른들 소개로 하루 사이 세 명의 여성과 선을 봤는데, 손 여사는 세 번째 맞선 상대였답니다.

문학 얘기를 하는 모습이 참 멋있었고 이후 잡혀 있던 다른 맞선은 취소해버렸습니다.

두 사람은 1951년 초봄 결혼식을 올리고 이후 65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시대를 풍미한 정치가이자 전직 대통령도 집에서는 늘 아내 이름을 불러주는 다정한 남편이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2003년 YTN 단독 인터뷰 당시)]
(요즘도 손명순 여사께 애정표현 하세요?)
"그렇죠, 그런데 지금도 내가 이름을 부르거든요."
(어떻게 부르세요?)
"명순이라고 그래요. '명순아' 이렇게 불러요. 그때 불렀던 이름이니까."
(그럼 손여사는 어떻게 부르세요?)
"아, 그거는 뭐 그냥 나한테는 적당히 부르지요. '영삼아' 이렇게는 아니고…."

서로의 애칭을 묻자 쩔쩔매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 다시 보니 참 애틋하기만 합니다.

퇴임 후에도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책을 하던 김 전 대통령 내외.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서로를 보살피던 부부의 깊은 정이 인터뷰 내내 묻어났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2003년 YTN 단독 인터뷰 당시)]
(요즘도 주무실 때 잘 자라고 말씀하세요?)
"아 물론이죠. 명순이 잘 자라, 그러죠."
(점점 더 애틋해지시나 봐요.)
"그건 비밀이에요."
(어떻게 하시는데요?)
"더 이상 묻지 마세요. 하하"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다녀온 손명순 여사.

"춥다"는 말로 남편의 빈자리를 슬퍼했다고 하죠.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명순이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넬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나연수[ysna@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