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섬...지정학적 대변화

인공섬...지정학적 대변화

2015.11.01. 오후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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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구축함 '라센'의 진입으로 긴장이 한층 높아진 남중국해 갈등의 핵심은 인공섬이 초래할 지정학적 대변화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전략적 중립'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주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해양지정학 창시자였던 니콜라스 스파이크맨은 이미 20세기 초에 남중국해를 가리켜 '아시아의 지중해'라고 불렀습니다.

일찍이 로마가 지역 패권을 위해 지중해를 장악하려 했던 것처럼, 이 해역을 장악하는 국가가 역내 패권을 차지할 수 있다고 예견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격돌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 건설하고 있는 인공섬 위치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 난사군도 내 피어크로스 암초에 군사시설로 쓸 수 있는 항만과 활주로, 유류 저장고를 갖춘 인공섬을 건설했습니다.

지난 5월 미군 P-8 초계기가 촬영한 곳도 바로 이 섬입니다.

이곳에서 중국의 핵 잠수함 기지가 위치한 하이난 섬 인근의 시사군도까지는 900㎞, 그리고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사 군도까지는 700㎞에 불과합니다.

삼각형 각 변의 길이가 650~900㎞ 정도이기 때문에 유사시 중국 전투기들의 작전반경 내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시사군도 내에도 중국 공군의 활주로가 있고, 중사군도의 매립도 시간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오면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완벽한 영해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미국은 냉전 시기, 소련이 발트 해를 자신들의 영해로 삼기 위해 인공섬을 건립하려 하자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발트 해에서 'BALTOPS'라는 군사훈련을 감행함으로써 이를 저지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이 내세운 명분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항해의 자유'였습니다.

남중국해가 명백한 공해인 만큼, 특정 국가가 영해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
"남중국해에서 자유무역과 항해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전 세계 경제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문제는 미국과 안보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입니다.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우리 정부와 같은 '전략적 중립' 입장입니다.

당장 미·중 두 나라로부터 직접적인 입장 표명 요청은 없었지만,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개연성도 없지 않아 남중국해 문제가 우리의 외교력을 시험하는 관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YTN 김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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