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유승민 원내대표의 '버티기'...깊어지는 친박의 고심

[뉴스통] 유승민 원내대표의 '버티기'...깊어지는 친박의 고심

2015.06.30.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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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최고위원회의가 두 번 열렸던 어제.

결코 흔한일은 아닌데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긴급 최고위원회가 열린 겁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저는 당 대표로서 어떤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얘기 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제가 오늘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잘 들었고, 제가 경청을 했고 제가 더 생각해 보겠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어떻게든 당의 파국을 막아보겠다고 말하고 있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을 그야말고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무슨 생각이기에, 아직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걸까요?

현재 정확한 속내를 알 순 없지만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보면 현재 유승민 원내대표의 속내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2012년 7월 13일 매일신문 인터뷰)]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할 때도 주군을 모신다는 생각은 없었다. (생략) '비서실장을 하더라도 할 말은 다 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지금도 나는 박 전 대표의 관계가 상하, 주종, 고용주와 피고용자 관계라고 절대 생각 안 한다. 정치권에서 '동지'라는 말은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인데 그런 '동지적 관계'라고 생각했고 도와드렸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상하, 주종,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유승민 원내대표.

지금의 행보를 미뤄볼 때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해 보입니다.

만약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주군으로 생각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바로 사퇴를 하고 물러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동지적 관계 설정'의 입장차는 현재의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런말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유승민, 원내대표(2012년 7월 13일 매일신문 인터뷰)]
박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할 때 '불통과 소신은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소신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친구끼리도. 부부간에도 그것 때문에 싸우지 않느냐. 민주정치에서 제일 기본적인 생각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도 당시와 같은 생각이라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현 상황이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우리가 얘기하는 게 수평적 당청관계를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이전에는 당청 관계가 청와대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관계가 너무 수직적이 아니냐. 정당이면서 또 국회의 일각이란 말이죠. 그런데 국회의 일각이라는 측면보다 지나치게 여권 내에 하나의 청와대에 부속 또는 종속되어 있는 이런 인상을 많이 줬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당청 관계를 수평적으로 가겠다는 것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계속 했던 얘기들이에요. 사실상 그런 징후가 많이 있었고요. 대표적인 게 4월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표 연설 때 하던 이야기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이런 것들은 사실 대통령의 공약을 정면으로 공격한 겁니다. 저는 사실 이런 것들을 너무 당청 관계의 갈등으로 보지 말고 당청 관계가 서로 길항 작용을 한다. 이런 게 상세함이 길항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를 망설이는 이유 여기에 있을 수도 있는데요.

[유승민, 원내대표 (지난 25일 국무회의 발언)]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고, 국민들께서 선거에서 잘 선택해 주셔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여권발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친박의 세력은 그다지 크지 못합니다.

만약 이번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김무성 대표 체제도 자유로울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내년 선거에서 친박 진영이 공천에 대한 지분을 얻어내며 상당수 비박 현역 의원들에게는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는 개인의 사퇴가 아닌 비박계 전체의 사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동우, YTN 정치담당 부국장]
"명분에 있어서는 아까 말씀을 드린 것처럼 수평적 당청관계. 이런 측면이고 또 민주발전 측면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명분을 쥐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정치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은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못 받을 수 있을지 하는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를들면 어제 20명 정도의 재선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성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그중 일부 의원들조차도 그거는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결국 이렇게 당청관계가 갈등 상황으로 가면 곤란하다. 어느 정도 시점에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게 정답이라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사석에서는요. 그러니까 현실 명분상으로 드러나는 것과 그 이면에서 드러나는 것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그걸 모를 리가 없을 겁니다"

현재 대부분의 친박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아름다운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 입니다.

그렇다면 친박이 더욱 강경하게 유승민 원내대표를 압박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부분 역시 분명하지 않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끝까지 버틸 경우 친박이 내세운 첫 번째 카드는 바로 '의총' 이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지금 의총을 개최를 하느냐, 마느냐. 원래 친박계 의원들이 16명에게 서명을 받아서. 왜냐하면 의원총회를 개최하려면 10분의 1의 서명을 받아야 해요. 160명이니까, 새누리당 의원들이요. 16명의 서명을 받아왔는데 의총 개최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의총에 가서 만약에 표 대결을 하게 된다면, 친박과 비박의 표 대결에서 친박이 승리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사퇴를 압박하자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소집요건까지 완비했지만 현재 소집은 보류한 상태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의총 소집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데다 소집한다고 하더라도 자칫 표 대결에서 유 원내대표 재신임으로 결론 날 경우 친박계는 물론 박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친박의 두 번째 카드, 바로 '최고위원 집단 사퇴'인데요.

이 부분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습니다.

만약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의 집단 사퇴나 당무 거부를 할 경우 당을 와해시키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 당 지도부 붕괴로 이어졌을 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나 전당대회를 통한 진용 재편에서 친박계가 주도권을 잡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사람은 바로 김무성 대표 일 겁니다.

김무성 대표에게 의원총회는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 없을 텐데요.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만약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게 되면 김무성 체제가 휘청이게 되고, 반대로 유승민 의원이 재신임을 받게 된다고 해도 여당이 대통령과 함께 가지 못한다는 의미가 되버려 결국 집안 망신이 되는 꼴이죠.

김무성 대표로서는 당연히 의총을 열고 싶어하지 않을것이 분명합니다.

현재 김무성 대표의 입장은 청와대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입장이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건지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수많은 정치적 계산이 난무한 가운데, 어느 때 보다 빛나는 정치력이 필요한 때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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