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냉각, 남북관계 개선 걸림돌 되나?

북미관계 냉각, 남북관계 개선 걸림돌 되나?

2015.01.26. 오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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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북한 붕괴설까지 제기하면서 북미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투브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이와 같은 발언을 했는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요즘 세상에서 그렇게 잔혹한 독재정권은 유지되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정권은 붕괴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북한은 '망언' 이라며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대해 군사적 해결책은 답이 될 수 없다는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미국이 군사적 해결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비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통과로 악화됐던 북미관계는 최근 김정은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통해 갈등이 더 커졌습니다.

영화를 제작한 소니픽쳐스 해킹 사태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비례적 대응이라는 고강도 지시를 했고 실제로 이 발언 이후 북한의 인터넷망이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지난달)]
"(북한은 소니사에) 막대한 피해를 줬습니다. 우리는 장소와 시간, 방식을 택해서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국정 연설에서 사이버 안보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어 추가적인 대북 제재는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오바마의 북한 붕괴 발언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으로 북미관계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북미 관계 악화가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남북 관계가 개선될 움직임이 보이자 미국이 불편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 관계의 진전을 원치 않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인터뷰: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중간선거에 져서 레임덕 현상에 들어간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주도력을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고. 또 하나는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는데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매우 어려워진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 위원장이 연초부터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터라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최근 남북관계는 다시 냉랭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거듭 요구하며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은 급기야 설 맞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이 같은 관계 개선 노력에 도전할 경우에는 단호한 징벌로 다스리겠다며 위협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선제 조치는 없을 거라고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북미관계가 극대 극으로 맞서면서, 남북대화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황혜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유화 움직임을 보이던 북한이 지난 주말 사이 또다시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북전단과 한미군사훈련을 문제삼다가 갑자기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더니 이제는 '단호한 징벌'로 다스리겠다며 협박하고 나선 겁니다.

[인터뷰:조선중앙 TV]
"우리 군대와 인민은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오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에 계속 도전해나서는 경우 단호한 징벌로 다스려나갈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 전 먼저 이같은 전제조건을 들어주는 선제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조건들은 일단 대화를 통해 우리 정부와 협의해서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겁니다.

[인터뷰: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대화의 장이 개최되기도 전에 그런 부당한 전제조건을 우리 정부가 들어준다는 것은 앞으로 진정한 남북관계의 발전, 근본적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달 통일준비위가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1월'이 이제 막바지에 이른 만큼, 대화의 장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시한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 대비태세를 갖춘다는 것이 기본입장이고,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남북관계 진전 시 이를 보장하는 군사적 지원방안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도 아직까지는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제 설까지는 4주도 채 남지 않은만큼 설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YTN 황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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