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토리 13화. "창작의 원동력은 한국인 뿌리"…스위스 유명 소설가 로르 미현 크로셋

글로벌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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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3. 오전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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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로르 미현 크로셋입니다. 저는 스위스 소설가입니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제네바에 살고 있습니다."

친오빠와 함께 스위스로 입양

따뜻한 가족 만나 남부러울 것 없던 삶

[로르 미현 크로셋 / 스위스 한인 입양인 : 저는 매우 만족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부모님의 우선순위였죠. 인도에서 입양한 여동생을 포함해 우리 가족은 입양된 아이들 4명과 부모님 두 분이었어요. 도자기부터 음악, 스포츠 활동 등 창의적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정말 모든 것을 다 지원해주셨어요. 최근엔 결혼하고 4개월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리고 지금이 정말 좋아요. 곁에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죠. 남편은 예술과 음악, 편지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소설가인 저와 인연이 있는 건지 2년 동안 문학을 공부하기도 했죠.]

2012년, 자전소설 <폴라로이드> 스위스 로망드아카데미 '이브상' 수상

스위스 대표 작가 '로르 미현 크로셋'

[로르 미현 크로셋 / 스위스 한인 입양인 : 35살부터 책을 냈고 지금까지 7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 후 다른 사람들과 공동 작업도 많이 했죠. 지금까지 15권 정도의 책을 집필했고 단편 소설과 잡지에 기고한 작품이 30여 편 됩니다. 제 두 번째 소설로 상을 받았어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이야기이고 제목은 <폴라로이드>입니다. 이 작품으로 (작가로서) 가장 큰 성공 중 하나인 '이브상'을 받았죠. 이 책은 스위스 서점 등에서도 높이 평가됐다고 생각해요.]

[로르 미현 크로셋/ 스위스 한인 입양인 : 제가 입양되지 않았다면 전 지금과 같은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입양인이 아니었고 또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달랐을 거예요). 전 이미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다른 얼굴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약간의 편집증도 있었고 학교에서 친구들이 사용하는 언어 외에도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통합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고, 프랑스 언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기를 원했죠. (그런 덕분인지) 저는 감수성도 매우 풍부했고 예민한 면도 있어요. 때론 불안한 감정도 느끼는데 그런 점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감정이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 같아요.]

"부모로서 고통 안겨 미안하다 …한국에 다녀갔으면 한다"

입양되고 24년 후 친아버지에게 온 편지 한 통

[로르 미현 크로셋 / 스위스 한인 입양인 : 25살 생일 때쯤 친아버지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남매 소식을 듣고 싶다고 로잔에 있는 한 입양기관을 통해 연락이 왔죠./ 그리고 35살 무렵 또 편지 한 통이 왔어요. 아버지가 많이 노쇠하신데 우리 소식을 알고 싶어 하시고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는 소식이었죠./ 그런데 번역을 도와주던 친구가 이분은 친어머니가 아니라 새어머니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였던 거죠. (이분을 만나려고 한국에 가는 게) 사실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한동안 주저하다 안 가기로 하니 친구들이 그래도 가야 한다고 얘기해줬어요.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에 가기로 했죠. 그 후 한국과 정말 강한 유대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친가족보단 한국이라는 나라와 더 가깝게요. 한국 엄마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친부모님이 이미 별거 중이셔서 친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워낙 제각각이었어요. 친엄마의 소식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해요. 돌아가셨는지, 아프신지, 아니면 행방불명이신지… 정말 알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