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터르 반 부클 / 큐레이터 :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물'입니다. 전시 작가들에게 지금은 섬이 아닌 이곳에 '물'을 느낄 수 있는 시적인 설치 예술 작품을 요청했어요. 은영 씨의 작품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볼 수 없지만, 작품 속에 이번 전시의 주제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신비를 가진 작가입니다.]
나뭇잎과 다양한 색감의 실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
앙상한 나뭇가지에 무려 20km가 넘는 실을 감은 이 작품의 제목은 '나무 고치'입니다.
[롭 페르퍼 / 관람객 : 네덜란드에는 상당히 많은 나무가 있고 애벌레들 때문에 고통을 겪는데 이 나무에서는 색다른 냄새가 납니다. 보자마자 바로 느꼈어요. 이것은 우리(네덜란드의) 색깔이 아니에요. 새로운 세상의 색깔이죠. 이 나무를 감싸고 있는 실의 길이가 20km라는 것에 놀랐어요.]
지난 1981년부터 파리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는 이은영 씨,
한국을 떠난 지는 벌써 4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네덜란드에 정착한 뒤에도 시카고와 런던,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작업하며 이방인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은영 / 예술가 : 한국 가서 두 달 있다가 보면 네덜란드 오고 싶고. 여기 오래 있다 보면 또 가고 싶고. 한국 가도 거기 속한 사람 같지가 않아요. 한국 가도 이방인.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저는 어디에 속하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게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