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 '을씨년스럽다'

그날의 기억, '을씨년스럽다'

2019.09.11.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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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소식을 전하는 뉴스인데,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춥다? 무섭다? 의심스럽다?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사실 ‘을씨년스럽다’는 말에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1905년 11월 17일!
이날은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한, 정말 치욕스러운 날이죠.

지금 들어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그 당시 조선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우리나라가
일본의 속국이 된 거나 다름없었으니
국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고 흉흉했을지
짐작이 가고 남습니다.

그 해 1905년이 을사년이었습니다.

그 뒤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사람들은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말을 썼습니다.

실제로 1908년에 나온 이해조의 소설 ‘빈상설’에는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이 나오고요,

1920년판
‘조선어사전’에는 ‘을시년스럽다’로 표기되었다가,
1957년 ‘큰사전’에 지금과 같은 ‘을씨년스럽다’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을씨년스럽다’는
날씨나 분위기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것을 뜻하는 말로,

1904년 을사늑약(1905년야 4년야 확인)
이 체결되던 을사년의 침통한 분위기를 비유한 표현입니다.

아베 정부가 촉발한 갈등에
한일 두 나라의 관계마저 경색되고 있습니다.

을사년에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이 생긴 것처럼 올해는 '기해년'이니까
또 비슷한 '말의 역사'가 반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임진왜란을 빗댄
'기해왜란'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는데...

아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니들은 역사의 심판이 두렵지도 않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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