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걸작선] '서편제'

[한국영화 걸작선] '서편제'

2018.12.28. 오후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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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선] '서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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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단 한 개관에서 개봉해 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한국 영화, 혹시 기억하시나요?

소리꾼들의 이야기에 한국적인 한의 정서를 실은 탁월한 걸작이라는 호평을 들었죠.

개봉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다시 봐도 새록새록 감동을 주는 작품,

바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입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판소리로 생계를 잇는 소리꾼 유봉.

그는 남의 자식이지만 송화와 새로 얻은 처의 아들 동호를 데리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신세인데요

이런 와중에 동호 엄마는 출산 중 목숨을 잃고 맙니다.

다시 홀아비가 된 유봉은 두 아이를 친자식처럼 기르며 소리를 가르치는데요.

동호: 아라리가 났네, 에에에
유봉: 에에에가 아니고 헤에헤
동호: 헤에헤
유봉: 저리 가!

동호에 비하면 송화는 소리에 꽤 소질이 있습니다.

송화: 보고 지고 보고 지고 보고 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 지고

어느새 어른이 된 송화와 동호.

여전히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소리꾼으로 먹고 삽니다.

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판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이들은 약장수에게 의탁해 소리를 팔아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결국 동호는 가난한 떠돌이 생활에 신물을 내고 유봉과 송화의 곁을 떠나고 맙니다.

송화: 동호야, 너 왜 이러냐?
동호: 누님도 이 집구석 떠. 그게 사는 길이여. 모질게 마음 먹고 뜨란 말이여.
송화: 동호야

영화 '서편제'는 이렇게 의붓 아버지와 누나를 떠났던 동호가 세월이 흐른 뒤 누나를 다시 찾아 나서는 여정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 시킵니다.

이런 와중에 아버지 유봉이 한을 심어주기 위해 송화의 눈을 일부러 멀게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죠.

송화: 전 이제 하늘도 달도 별도 영영 못 보게 되나요?

점점 더 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동호.

동호: 그때는 그 가난이 너무도 지긋지긋했고 아버지도 죽이고 싶도록 미워서 떠났지만 세월이 지나니까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그 사이 유봉은 숨을 거두고 송화는 여러 곳을 전전하고 있다는 소식만이 들려올 뿐 행적이 묘연합니다.

두 사람은 과연 재회할 수 있을까요.

영화 '서편제'는 판소리와 어우러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천을 정일성 촬영 감독이 카메라에 담아낸 영상미로도 유명했죠.

특히나 언덕길을 내려오는 세 사람이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이 롱테이크 촬영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한국 영화의 명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세 인물이 펼치는 비운의 드라마와 한의 정서를
한 폭의 동양화처럼 담아내며 우리 판소리의 매력을 재발견한 영화.

'서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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