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걸작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국영화 걸작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18.12.24. 오후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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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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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조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우화적으로 비판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가 바로 그런 우화적인 작품인데요.

초등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독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꿰뚫어 극찬을 들은 영화입니다.

이문열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입니다.

지금, 만나보시죠.

때는 자유당 정권 말기인 1959년.

서울에서 강원도로 전근 온 아버지를 따라 병태도 시골 마을의 한 학교로 전학 옵니다.

그런데 병태는 반장을 맡고 있는 엄석대라는 학생이 아이들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석대: 그만!

마치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엄석대.

게다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석대에게 먹을 것을 상납까지 합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여긴 병태는 그런 석대에게 저항합니다.

병태; 왜 내가 물을 떠다 바쳐야 돼? 급장이 뭐 선생님인가?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죠.

병태는 석대를 이기기 위해 아이들의 호감을 사는 작전을 짭니다.

병태: 너희들 이거 가질래?
아이들: 이거 잘 안 부러지는 연필이잖아

그런데 다음날!

그 연필들은 모두 석대에게 가 있습니다.

병태는 담임 선생님에게 이런 상황을 이르지만, 오히려 담임은 석대를 두둔하고 나서죠.

담임: 고자질을 하는 건 나쁜 짓이야. 게다가 넌 거짓말까지 했어.

병태는 점점 더 이 학교의 골칫거리로 전락해 갑니다.

반 아이들이 모두 석대를 우상처럼 떠받는 이 상황에서 병태는 결국 그에게 굴복하게 되죠.

병태: 이거 가져. 자!
석대: 아냐, 괜찮아
병태: 가져
석대: 빨리 가자
병태: 어이없이 끝난 싸움이었지만 굴종의 열매는 달았다.

그때부터 병태는 권력의 달콤한 맛을 알아 가게 되죠.

그러던 와중에 6학년으로 올라가고, 담임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엄석대의 왕국은 붕괴의 위기를 맡게 됩니다.

담임; 매사에 진실되고 늘 자유롭게 행동해라!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87년 8월 발표된 이문열의 소설을 영화로 각색했는데요.

소설이 독재를 만드는 것은 통치자뿐만 아니라 스스로 굴종하는 국민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을 통해 인간 사회의 보편적 부조리를 들춰냈다면, 영화는 자유당 독재가 막을 내린 1960년 4.19를 전후로 한 시대적 상황을 원작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우리 현대사에 대한 역사적 성찰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죠.

영화 내내 엄석대의 독재에 굴종하던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의 종용에 힘입어 엄석대의 모든 비리를 폭로하는 대목.

이 반에서 가장 어수룩했던 영팔이 울먹이며 소리 칩니다.

영팔: 니네들도 나빠!

독재는 누가 만드는 것일까요.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습니다.

글/구성/출연: 최광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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