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화려한 정원? ‘뒤안길’

부잣집 화려한 정원? ‘뒤안길’

2019.01.02. 오후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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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빈 곳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머언 먼 젊음의 ( )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이건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 인데요,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 뒤안길이 들어가야 시가 완성됩니다.

인생의 뒤안길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이렇게 좀 쓸쓸한 처지를 이야기할 때 많이 쓰죠? 뒤안길은 <뒤안>과 <길>이 합쳐진 합성어인데요. 늘어선 집들의 뒤쪽으로 나 있는 길을 뜻하고요. 다른 것에 가려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쓸쓸한 처지를 비유할 때도 쓰입니다. 그런데 <뒤안>의 본래 뜻은 지금과는 좀 달랐습니다.

<뒤안>은 큰 집의 정원에 만들어 놓은 작은 산이나 숲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사극에서 많이 본 궁궐이나 99칸 양반댁의 후원인 것이죠. 뒤쪽의 길, 쓸쓸한 처지와는 반대로 아주 호화스럽기까지 했네요. 그런데 어쩌다가 정반대의 뜻으로 바뀐 걸까요?

국어학자들도 정확한 이유를 밝히진 못했는데요. 19세기에 <뒤안>이 집 뒤에 있는 작은 길, 뒷길의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정주 시인 이 1936년에 발표한 시 <화사>에서 처음으로 <뒤안길>을 썼습니다. 이후 1960년대부터 <뒤안길>이 도심 속의 큰길에서 들어가 있는 좁고 후미진 골목길의 의미로 많이 쓰였는데요.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 쓸쓸한 처지의 의미로 파생된 것이 아닌가, 국어학자들은 이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늘 배운 재미있는 낱말, <뒤안길>입니다.
집 뒤쪽에 나 있는 길로 다른 것에 가려서 쓸쓸한 처지를 비유할 때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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