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세 김기강, 연극의 힘을 말하다

재일동포 3세 김기강, 연극의 힘을 말하다

2019.12.12.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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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 在日

재일동포를 일컫는 말

일본에서 나고 자라
예술로 일본을 깨우다

자이니치 블루스

연극 공연 ‘캐러멜’

"창호 오빠 잊지 않을게. 그러니까 오빠도 옥순이 잊으면 안 되지!"

"선물 많이 갖고 올게. 돈도 많이 벌어서 올 테니까 영수도 집안일 잘 돕고 있어야 해."

꼭 다시 돌아올 것만 같던 고향

하지만 옥순에게는
해방 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사연이 있었다

옥순은 일본에서 세월을 보내고
세상을 떠난다

친구 숙기에게
마지막 소원을 남긴 채…

[김기강 / 재일동포 3세·극단 '돌' 대표]
재일동포로서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과정에서 당시 위안부 피해를 입은 소녀들이 10만 명에서 20만 명 있었다는 것에 주목했고요.
(일본으로 흘러와) 증언조차 못 하신 분들의 존재,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연극 '캐러멜'
일본인의 꾀임에 속아 위안부가 된
옥순과 숙기의 인생을 그린
김기강 씨의 1인극

(연극에는) 두 명 주인공이 있는데요. 한 명이 홍옥순, 또 한 명은 김숙기입니다. 서로 따로 위안소로 끌려가서 다른 방식으로 고향에 돌아오려 했지만 돌아갈 수가 없어서…
두 명은 오사카 이마자토라는 지역에서 재일동포 1세로 살아가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제 세상 떠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거죠.

어느 날 오사카 한복판에서 숨을 거둔 옥순

숙기는 독특한 방식으로 옥순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다

인생의 마지막만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겠다는 옥순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관객이) 제 연극을 무거운 이야기, 정치 이야기로만 보고 그런 연극은 보기 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벽을 넘어서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무겁기만 하지 않고, 동시에 이야기의 핵심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나와 옥순도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도 군인은 줄을 서서 방에 들어옵니다.
억울하고 아프고 눈물이 나고…그럼 또 불쾌하다고 (군인한테) 맞고…
나를, 내 인생을 돌려달라는 말이야! 청춘을 돌려달라는 말이야, 나쁜 놈! 나쁜 놈, 나쁜 놈들아!"

할머니 이야기를 만들 때 많은 증언을 읽어보고, 그걸 한 번 제 몸에 담고, 할머니 두 명의 이미지를 표현했기 때문에, 대사 곳곳에 할머니가 실제로 말한 것이나 몸짓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아직 나이가 젊어서 90살도 되지 않았어요. 제가 위안부도 아니었고, 그래도 여성으로서 아픔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너무 어려웠어요.

너무 울면 안 돼요. 너무 외치면 안 돼요. (할머니들이) 어떻게 눈물이 나오고 어떻게 깔깔깔깔 웃음이 나오는지 판단하기가 힘들죠.

재일동포 중에서도 고즈넉이 살아온 사람. 시대에 농락당하면서도 열심히 살아오고 아무도 모르게 죽은 사람을 대변하기 위해서 우리가 상상력을 키워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아주 고민했습니다.

(한국 사람은) 재일동포는 부자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일본 가고 일본 국적 없이도 부자로 산다고 생각하는데. 연극을 보면 재일동포들이 일본땅에서 우리 민족을 지키고, 어떻게 보면 한국 사람보다 우리가 더 조선사람답게 있는 거죠.

할머니는 그저
자전거 한 번 타보는 게 소원이다

"우리도 레볼루션(혁명)이야~~!"

위안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이기 전에 할머니였고, 조선인이기 전에 한 사람이었고.
생명의 무거움이라는 건 다 같은 거라고.

재일동포니까 재일동포의 이야기를 해야죠.
자기만 아는 역사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거기에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사람을 풀어내는 힘이죠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해야 합니다

증언을 못 했던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죠

-김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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