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위한 영화 만드는 영화감독 이길보라

사회적 약자 위한 영화 만드는 영화감독 이길보라

2019.08.23.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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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이렇게 풍차 모양을 그리는 거거든요. 네덜란드가 풍차로 유명하니까 이게 네덜란드고요.

한국은, 한국 수화로 이게 한국이고, 국제 수화로는 이렇게 갓 쓴 모양이에요. 옛날에 갓을 썼잖아요? 그래서 조선의 갓 쓴 모양을 따라 해서 한국이에요.

[인터뷰: 이길보라 / 영화감독]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고 영화 만드는 이길보라 이고요. 농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 자질이라고 굳게 믿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1> '농인' 부모님,
말 대신 배운 '세상을 바라보는 법'

저한테는 항상 영화뿐만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한다는 걸 엄마 아빠로부터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저희 엄마, 아빠가 농인 인데, 수화를 사용해야 하는 농인인데 그래서 전 어렸을 때부터 제 모어가 저는 수화로 옹알이를 하고 음성 언어 대신 수화로 옹알이를 하면서 세상을 만났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 즉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랑 비교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아요. 항상 농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 걸까? 그 두 개의 차이는 뭘까 이런 걸 생각하면서 자라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만드는,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저는 한국에서는 그게 소수자로 분류되잖아요. 여성, 청각장애인, 나이가 어린, 나이가 어린 여성, 여기서는 아예 아시아인으로 불리고 그런 것들이 사실 저는 어렸을 때 그것들이 한국에서는 소수자, 혹은 약자로 불리기 때문에 제가 그런 것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 혹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지금 소수자라고 불리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누가 다수지? 누가 소수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럼 그 다수와 소수를 누가 결정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 말고, 그러니까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잖아요? 애니메이션 말고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왜냐면, 다큐멘터리가 항상 저한테는 세상의 창,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창 같은 거였거든요.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뭔가를 배우고 누군가를 만나고 그랬기 때문에 되게 자연스럽게 커서 나도 저런 걸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 운명처럼 시작한 네덜란드 생활
"영화를 꿈꾸다"

(네덜란드에서는) 그렇게 라벨을 붙이는 걸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요. 왜냐면, 구분 짓기 혹은 너는 내 편, 쟤는 내 편이 아니다, 쟤는 남의 편 이런 식으로 구분 짓는 걸 덜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연히 이제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다가 필름 아카데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우연히 면접을, 모의 면접 같은 걸 보게 됐어요. 학장님이랑. 그래서 학장님이랑 이렇게 얘길 하다 보니까 이 학교에서 '아티스틱 리서치'라고 영화를 통한 예술적 연구라는 마스터 코스를 석사과정을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고 나니까 되게 뭐랄까, 제가 전통적인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럼 이 학교가 내가 하는 거랑 되게 잘 맞겠다고 생각해서 여기 오게 됐어요.

저는 그게 다양성 안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단순히 한국에서는 구분 짓는 게 되게 명확했던 것 같거든요. 이쪽이 다수, 이쪽이 소수라고 해서 이쪽은 장애인, 여성, 그다음에 뭐 장애인의 딸? 이렇게 해서 나이 어린 사람 이렇게 해서 소수자로 분류됐다면 여기서는 하나의 그런 것들이 누가 다수고 누가 소수자가 아니라 그냥 모든 사람이 다양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사실은 이제 소수자라는 말이 되게 불편해요. 예전에는 제가 소수자라는 말을 썼어요. 저는 소수자에 대해서, 인권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소수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누가 다수고 누가 소수자라고 결정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측면에서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는 것이 그런 것들이 저한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3> 사회에서 소외된 이의
생생한 목소리 담는 꿈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손으로 말하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고요. 저희 엄마 아빠와 그 아래에서 자란 남매, 저랑 제 동생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사적 다큐멘터리, 에세이 필름이라고 할 수 있고요.

한 5년 동안 제작해왔던 영화, 기억의 전쟁이라는 작업을 최근에 부산국제영화제,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를 했고, 6월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았어요.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 당시에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담은 영화고요. 이 영화 안에서 이제 여성, 장애인의 시선으로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혹은 우리는 지금 그 기억을 그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저는 앞으로 공적 언어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은데요. 저한테는 그게 (첫 번째 영화) '로드 스쿨러'였고 저희 엄마 아빠, 농인이고 그다음에는 베트남전 당시에 피해 입었던, 혹은 생존을 했던 사람이었고, 여성이었고, 저희 할머니였고, 할아버지였고, 그리고 동시에 저 자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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