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상처는 남과 북 모두의 아픔"… 사진작가 이토 다카시

"위안부 상처는 남과 북 모두의 아픔"… 사진작가 이토 다카시

2019.04.11. 오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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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토 다카시 / 사진작가]
"같은 민족의 기자가 취재하는 것이 아무래도 잘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인인 제가 취재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믿습니다."

이토 다카시 (67)
- 일본 사진작가
- 38년 동안 일제의 피해자 800여 명 취재
- 92년 이후 북한 위안부 피해자 14명 취재
- 저서 <평양에서의 고발>(2001), <히로시마·평양>(2010) 등

<1> '가해자' 국민으로서 '피해자'를 기록하다

[인터뷰: 이토 다카시 / 사진작가]
"일본에서는 8월 15일 등 특별한 날에나 전쟁 피해자가 출연해 여러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공습이나 원폭 피해를 입은 일본인입니다. 일본인 피해자의 이야기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기록을 '가해' 당사자인 일본도 해야 하고, 또 그 내용을 일본 사회에 전해야 한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2> 식민지배 피해자, 북한에서 만나다

[인터뷰: 이토 다카시 / 사진작가]
"저는 많은 한국의 피해자를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기자 역시 그들을 취재했고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거주하는, 남한 주민과 마찬가지로 식민 피해자인 그들에 관한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991년 북한에 취재 요청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북한에 여러 번 오고 갈 필요 없이 석 달 정도 북한에 머물면서 북한 내 피해자를 취재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피해자를 만나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당위가 생겼고, 그러면서 북한에 가는 횟수가 잦아져 결국, 모두 40여 차례 북한에 다녀오게 됐고 그 가운데 30여 차례는 여러 피해자를 직접 만나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원폭 피해자나 전쟁터로 끌려간 조선 군인들 또 강제징용된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게 위안부 취재에 도움이 됐습니다. 취재하면서 피해자의 분노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힘이 생긴 거죠. 위안부 취재 과정에서 물건을 던지는 할머니도 계셨고 싸울 듯 격앙돼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취재는 힘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3> 취재가 어려운 북한에서 할머니와 쌓여 온 유대

[인터뷰: 이토 다카시 / 사진작가]
"북한에는 취재에 제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섭외나 취재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또 취재한 지 얼마 안 돼서 돌아가신 할머니도 많습니다. 할머니가 건강상태가 안 좋아 간신히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취재는 한 번에 길게는 못하고 취재한 다음 날 할머니를 또 찾아가거나. 아니면 일본에 돌아왔다가 바로 북한을 다시 찾아 이야기를 듣거나 했습니다.
곽금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제가 곽금녀 할머니를 꼭 만나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할머니를 아주 많이 만난 건 아니고 여섯 번 정도 만났습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양에서 아주 먼 함경남도 단천이라는 곳에 있는 묘소까지 갔다 왔습니다. 이렇게 취재 제약이 있는 속에서도 최대한 노력을 했고, 조금이라도 여러 번 취재를 해 왔기 때문에 이런 기록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4> 여성 몸에 새겨진 일본 식민지배의 폭력

[인터뷰: 이토 다카시 / 사진작가]
"문제는 성적 피해를 본 여성이 해방 후에도 피해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지금까지 당시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군이 만들어낸 일본군 위안부제도는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가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옥순 할머니는 몸 전체가 상처투성이인데 일본군이 새긴 문신이 가슴과 배와 등,
심지어 입안에까지 있습니다. 일본군은 위안소를 피해 달아났다 잡혀 온 여성에게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몸에 낙서했습니다. 그래서 생긴 문신입니다. 이 정옥순 할머니는 해방 후에도 자기 몸에 남아 있는 문신 때문에 가까운 이이게도 자신의 몸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끔찍한 고통을 저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

<5> 과거사 외면하는 일본, 식민지배 책임을 져야

[인터뷰: 이토 다카시 / 사진작가]
"과거사 문제를 놓고 지금 한일관계에는 여러 갈등이 있습니다. 이유는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후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베 정권은 너무도 민족 배타적인 정권입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집권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심하고 이상한 비판을 지속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은 북한을 넘어 한일 관계, 또 중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맺은 (1965년의) 한일협정은 '불평등한 조약'입니다. 그래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역사'라는 측면에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 각국을 다시 한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사회는 지금 북한 위안부 피해자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에 관해서도 사진전은 비롯해 어떤 형태로도 알리기가 더없이 힘든 상황입니다.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일본은 가해자'라는 이야기를 사진전이나 다큐멘터리, 그리고 잡지 등에서 밝히려고 해도 지금 거의 못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나마 제 기록을
자주 발표하는 기회를 만들어 적극 활용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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