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소뿔' 때문에 국민투표까지

스위스, '소뿔' 때문에 국민투표까지

2020.02.08.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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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뿔을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

스위스에선 '소뿔'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국민투표까지 열렸는데요.

소의 존엄성과 행복을 둘러싼 진지한 공방,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기자]
푸른 들판 위를 한가롭게 거니는 소 떼들.

스위스 하면 대표적인 풍경이죠.

동물 보호에 있어서도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난데요.

엄격한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한 농부가 있습니다.

[아르맹 카폴 / 농부 : 이게 뿔이에요. 뿔 안에는 피가 돌고 있어서 따뜻하죠. 그래서 이걸 잘라내는 것은 아주 잔인한 일이에요.]

카폴 씨는 지난 2018년 국민 투표에 붙여진 이른바, 소뿔 법안의 최초 발의잡니다.

스위스에서 사육하는 소, 4분의 1만이 뿔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소는 태생적으로 뿔이 없거나 있더라도 제거됩니다.

[아르맹 카폴 / 농부·국민투표 최초 발의자 : 소한테 마취주사를 놓았어요. 당신도 봐야 합니다. 송아지가 엄마를 지키려고 공격해요. 송아지가 미친 게 아니라 인간이 미친 거예요.]

소뿔을 제거하는 사람들은 뿔을 그대로 둘 경우, 사람이나 다른 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카폴 씨는 뿔이 소의 의사소통과 골격 구조를 통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르맹 카폴 / 농부·국민투표 최초 발의자 : (뿔이 없으면) 소들이 서로 소통을 할 수가 없어요. 소가 뿔을 이렇게 움직이면, 다른 소한테 비키라는 뜻이거든요. 소들은 뿔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도 외양간에 잘 밀어 넣자고 뿔을 제거하는 겁니다.]

카폴 씨는 결국 소뿔을 제거하지 않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지는 법안을 발의했고, 동물보호단체도 힘을 보탰죠.

[기에리 볼리거 / 동물권재단 대표·변호사 : 오래전부터 스위스 법안에서 동물은 사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나 동물 보호와 어긋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 벌어지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을 때가 많고 처벌받지도 않습니다.]

결국 국민투표까지 열렸습니다.

하지만 그 과반 이상의 반대로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죠.

하지만 절반 가량의 찬성표는 소뿔을 지켜주려는 카폴 씨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줬습니다.

[아르맹 카폴 / 농부·국민투표 최초 발의자 : 우리는 모두 이 땅의 생물입니다. 자연의 일부를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 돌아올 것입니다. 뿔 달린 소들의 농가에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소에 뿔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존중받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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