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헌혈하는 강아지를 아시나요?

호주의 헌혈하는 강아지를 아시나요?

2020.02.08. 오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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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려견들도 사람처럼 응급상황에 처하면 수혈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피를 제공하는, 이른바 '공혈견'의 도움을 받지만 호주에선 동물을 위한 혈액은행이 있습니다.

화면으로 확인해보시죠.

[기자]
호주 빅토리아주에 있는 유벳 동물병원.

헬렌 앨런 씨가 두 살 된 반려견 '말리'를 데리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간호사가 청진기로 진찰해 보더니 결국, 피까지 뽑는데요.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걸까요?

알고 보니, 말리는 헌혈을 하기 위해 병원에 온 겁니다.

[헬렌 앨런 / 말리 보호자 : 이번이 세 번째예요. 말리가 헌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반려견이 헌혈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정한 자격이 있는데요.

건강하고 온순해야 하는 건 기본, 생후 1년에서 5년 사이, 그리고 몸무게는 25kg 이상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다양한 기초검사 결과를 보고, 최종 결정은 의사가 내립니다.

검진 결과, 말리는 헌혈을 해도 괜찮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고양이의 경우 보통 마취를 한 뒤 채혈하지만, 강아지는 다릅니다.

[케리 보지세비치 / 유벳동물병원 동물헌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 강아지들은 따로 마취할 필요 없이 깨어있는 상태로 피를 뽑습니다. 보호자가 강아지를 잡고 있으면 돼요. 그래서 1시간에서 3시간 사이면 충분하죠.]

피를 뽑는 동안 앨런 씨의 품에 꼭 안겨 있는 말리.

심리적 안정을 위해 편안한 음악도 틀어놓습니다.

한 번에 기증할 수 있는 혈액의 양은 성인과 비슷한 450ml 정도.

말리의 피는 혈액은행에 보관됐다가 갑작스레 사고를 당하거나 급히 수술이 필요한 다른 강아지를 돕는데 쓰입니다.

[헬렌 앨런 / 말리 보호자 : 저도 말리를 키우기 전까지는 헌혈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전에는 작은 강아지를 키웠거든요. 제 아들이 키우는 말라뮤트 강아지가 죽을 때 혈액이 필요했는데 그때 반려견 헌혈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평생을 오로지 다른 강아지들을 위해 혈액을 뽑고, 또 뽑으며 살아가는 공혈견이 더는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케리 보지세비치 / 유벳동물병원 동물헌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 (이렇게 하면) 지역 사회 내에서 충분히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어요. 많은 보호자들이 자신의 반려동물과 흔쾌히 헌혈하러 병원을 찾아요. 혈액 채취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강아지가 있을 필요가 없죠.]

대형견 한 마리의 헌혈은 소형견 네 마리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헌혈문화가 자발적으로 뿌리내려 가능한 일.

공혈견에 의지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케리 보지세비치 / 유벳동물병원 동물헌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 이곳에 오는 보호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혈액을 기증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작은 것이지만 나에게 해가 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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