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일에 사는 이유…독일 워홀러 이가연 씨

내가 독일에 사는 이유…독일 워홀러 이가연 씨

2020.02.01. 오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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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워킹홀리데이,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죠.

경제적인 어려움, 언어의 장벽.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나 힘든 일들이 닥칠 수 있는게 워킹홀리데이이기도 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워홀러의 삶, 지금 소개합니다.

[기자]
독일 함부르크 시내의 한 작은 카페.

영업이 끝난 이곳에서 묵묵히 청소기를 돌리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워킹홀리데이 4개월째인 이가연 씨.

한 달에 450유로,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60만 원 이상 못 버는 독일 워홀러 중에서도 가연 씨의 생활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가연 / 28살·독일 거주 4개월 차 : (450유로가) 최저소득이라 그거라도 벌고 싶은데, 많이 못 벌고 한 달에 한 300유로 정도 벌고 있는 것 같아요. 돈을 벌어오긴 했는데 생활이 사실 어려워요. 그래서 일을 단기 아르바이트 식으로 하고 있는데, 지인들 (가게) 아니면 직접 카페 같은 데 방문해서 청소 일을 하고 있어요.]

청소 일마저 간간히 들어올 뿐이라, 가연 씨의 생활은 불안정하기만 합니다.

하루 종일 바쁜 일과가 끝나고 밤이 되어야 밥을 한술 뜨는 가연 씨.

겉모습과 달리, 가연 씨는 씩씩합니다.

[이가연 / 28살·독일 거주 4개월 차 : 내가 누군가한테 나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들고 가려고 제작한 포트폴리오예요.]

패션 잡지와도 같은 이 두꺼운 책은 6년 전부터 가연 씨가 꾸준히 찍어 온 사진집입니다.

빈티지 가게에서 사 온 옷을 직접 가공해서, 모델이 되어준 사람들한테 직접 입혀주고 찍은 건데요.

언젠가 독일 빈티지 샵이나 패션 브랜드와 협력해서 이곳에서 사진 전시회를 여는 것이 꿈입니다.

[이가연 / 28살·독일 거주 4개월 차 : 옷을 스타일링할 줄도 알고 만들 줄도 알고 리폼할 줄도 알고 촬영도 가능해서 이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 그렇게 회사들한테 연락해볼 예정이에요.]

다음 날, 독일인 친구를 만난 가연 씨.

아직 독일어를 잘 못 해서 영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요.

언어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이가연 / 28살·독일 거주 4개월 차 : 언어 조금만 더 하고 조금만 더 준비해왔으면 이 프로젝트를 하는 데 한발 차 더 쉽게, 쉽지 않아도 조금 더 빠르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앞길을 막는 과제는 많지만, 가연 씨의 열정에 매료된 친구들이 스스로 모델이 되어주며 가연 씨의 꿈을 응원합니다.

[오리버 보스 / 가연 씨 친구 : 우리는 같이 사진 작업을 하는데, 정말 재밌어요. 가연이는 우리가 작업할 때마다 정말 많이 웃고, 친절하며 오픈마인드의 사람이에요. 몇 주 전에 가연이를 만나서 작업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이가연 / 28살·독일 거주 4개월 차 : 한국에서는 이제 내가 뭔가 도전하고 그게 무너졌을 때 '실패'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근데 전 그게 나한테 맞지 않은 걸 알게 된 결과라고 생각하고. 마음도 성숙하는 시기, 그리고 내가 삶을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 배우는 시기, 내가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와 닿는 시기, 그게 워킹홀리데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워킹홀리데이랑) 성장인 것 같아요.]

돈을 벌고 언어를 배우는 것만이 워킹홀리데이의 목적이 아닌 만큼, 그 결과 역시 성공 혹은 실패라는 기준으로만 나눌 수 없습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갈 계기가 된다는 것.

지금 가연 씨가 독일에서 분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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