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아버지' 된 비행기 정비사

'올빼미의 아버지' 된 비행기 정비사

2019.12.14. 오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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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직 비행기 정비사가 퇴직 후에 올빼미들의 아버지가 됐습니다.

자연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는데 어떻게 된 사연인지 함께 보시죠.

[기자]
독일 크리프텔의 한 작은 마을.

리햐르트 힐가르트 씨는 이곳에서 '올빼미 아빠'로 유명합니다.

[리햐르트 힐가르 / 올빼미 보호 활동가 : 지난해 설치한 건데요, 새끼 5마리가 태어났죠.]

나무 위에 원통 모양으로 생긴 게 바로 올빼미 집입니다.

길이는 약 1미터, 직경 20cm 정도 되는 크기죠.

새끼를 부화시키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2주! 그동안 이 원통에서 알을 품고 지냅니다.

새끼가 태어난 뒤에는 먹이 창고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일부러 길게 만드는 배려도 잊지 않죠.

[리햐르트 힐가르 / 올빼미 보호 활동가 :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죠. 알이 있는지 아니면 벌써 새끼가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알이 아직 흰색이라면 그러니까 탁구공처럼 보이면 2~3 주를 더 기다려야 합니다.

올빼미 집을 새로 달아주는 힐가르트 씨.

나뭇가지 사이로 원통을 잘 넣은 뒤, 단단히 고정을 시킵니다.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받치기도 하는데, 보온을 위해서 원통 안에 굵은 톱밥을 넣는 것으로 설치가 마무리됩니다.

[리햐르트 힐가르 / 올빼미 보호 활동가 : 올빼미 집을 만들어 줌으로써 우리는 자연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올빼미 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인데요. 둥지를 지어주면 올빼미들이 살아 남아요. 여기 바로 이 지역이 아주 좋은 예죠.]

[리햐르트 힐가르 / 올빼미 보호 활동가 : (당신은 올빼미 아빠시네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제 동료도 있어요. 저 혼자가 아닙니다.]

독일의 유명 항공사에서 비행기 정비사로 근무했던 힐가르트 씨.

3년 전 정년퇴직을 한 뒤 우연히 올빼미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그때부터 올빼미 집을 설치하고 관리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힐가르트 씨는 관리하는 지역의 올빼미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습니다.

꼼꼼하게 정리된 이 자료는 독일 자연보호협회에서도 요청할 정도인데요.

[리햐르트 힐가르 / 올빼미 보호 활동가 : 각각의 올빼미 집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다리에 인식표를 달아줬는지를 표시한 겁니다. 여기는 우리가 사는 크리프텔(Kriftel) 지역 올빼미 집들인데요, 아까 우리가 가봤던 725번도 있고요, 3마리가 태어났네요….]

힐가르트 씨는 자신이 만든 올빼미 집에 새끼들이 가득 차 있는 걸 볼 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그에게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죠.

[리햐르트 힐가르 / 올빼미 보호 활동가 : 나이가 들지라도 발전을 추구해야 합니다. 생각이 정지해 있으면 몸도 정지할 것이고 그러면 건강도 정지되고 결국 모든 것이 사라질 거예요. 항상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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