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스위스 공식 언어로 인정될까?

'수어' 스위스 공식 언어로 인정될까?

2019.11.09. 오후 7:3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스위스의 공공기관에서는 농인이 원할 경우, 수어 지원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그만큼 손으로 소통하는 수어의 인식이 높은 편이죠.

더 나아가, 수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청각 장애인 센터.

이날 밤 특별한 무대를 앞둔 배우들이 준비에 한창입니다.

주최 측과 감독, 배우까지 모두가 농인으로 이뤄진 연극 무대인데요.

[안드레아스 얀너 / 취리히 오엘리콘 청각 장애인 센터장 : 아무래도 농인은요. 말로 하는 일반 공연을 즐길 때 아주 많은 벽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만큼은 농인들이 아주 편하게 공연을 즐기고 또 느낄 수 있길 바래요. 왜냐하면요. 바로 수어는 그들의 언어니까요.]

관객들도 비장애인 몇 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농인이었습니다.

[시몬 아티아 / 프랑스 출신 연극 감독 : 수어는 (그동안) 억압당했고 무시 받았어요. 손짓이라고 놀림 받았고, 언어도 아니라고 했죠. (하지만) 수어는 아름다운 거에요. 수어는 언어로서 농인들의 내면에 들어와 있어요. 청인들이 음성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처럼요.]

안무로만 진행된 첫 번째 무대.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큰 환호 대신 양손을 흔듭니다.

박수를 의미하죠.

이어서 열린 두 번째 무대! 스위스 공식 언어 중 하나인 프랑스 공연인데요.

배우가 수어로 얘길 하면, 프랑스 말로 다시 통역을 합니다.

이번엔 기립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무엇보다 농인 관객들에겐 벅찬 감동으로, 또 청인 관객들에겐 새로운 경험의 순간이 됐습니다.

[마리오 라르데 / 회사원 : 오늘은 이곳에서 (청인인) 우리가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우리와 다른 그들이 평소에 어땠을지 느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들 농인 역시 우리와 같으니까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예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수어는 아주 멋진 언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 공연은 수어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한 눈에 보이는 수어'라는 프로젝트 중 하납니다.

더 나아가, 스위스 농인 협회에서는 수어를 법적인 공식 언어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협회 회원들이 연방 의회를 찾았습니다.

[타타냐 빙겔리 / 스위스 농인 협회 회장 : 수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스위스는 수어를 아직 공식적인 언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농인 연맹과 함께 정치적인 권리 확보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일자리 등의 분야에서도 평등한 대우를 받고 싶습니다.]

의회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수어 가이드 투어에 함께했는데요.

의장도 수어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노력에 이미 동참을 했고, 법안 처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마리나 까르비오 / 연방 하원 의장 : 수어가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단계가 시작됐습니다. 스위스에는 4개의 언어가 있고, 의회나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그 모든 언어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어 역시 이 사회와 이곳 정치에 자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점이 잘 이해될 수 있을 겁니다.]

농인에게는 수어가 곧 모국어입니다.

모든 국민은 예외 없이 삶에 필요한 정보를 똑같이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지금 스위스가 다섯 번째 공식 언어로 수어를 지정하려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