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법으로 제정된 '수어의 가치'

브라질, 법으로 제정된 '수어의 가치'

2019.11.09.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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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브라질에선 한국에 앞서 지난 2002년 '수화 언어법'이 공포되면서 수어가 공식 언어의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브라질 사회에서 수어가 갖는 위상! 함께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올해 초, 브라질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선 파격적인 장면이 나왔습니다.

대통령보다 영부인이 먼저 연설을 한 건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수어로 진행이 된 겁니다.

전직 수어 교사였던 영부인은 소수자를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죠.

브라질은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농인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수어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에 따라 법원이나 행정기관, 병원은 물론이고요.

공연이나 운동 경기까지, 모두 수어 통역사가 있어야 하는데요.

수어의 중요성은 학교 교육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한 특수학교.

이곳에서 수어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헤나또 씨와 학교를 둘러봤습니다.

입구부터 농인을 위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데요.

각 지하철역 이름을 수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헤나또 호드리게스 / 수어통역사 : 이 학교는 일반적인 고등학교와 교과과정이 다 똑같습니다. 다만 제1 언어가 수어이고 수어로 수업을 한다는 점이 다르죠.]

200여 명의 장애 학생이 다니는 이 학교엔, 95% 이상이 농인인 만큼 수업은 수어를 통해 이뤄집니다.

수어로 능숙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 알고 보니 농인이 아닌 청인, 즉 비장애인입니다.

이 학교 교사들은 단 두 명을 제외하곤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청인인데요.

그들은 직접 수어를 배워 농인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특수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수어는 기본이고, 대학원까지 나와야 합니다.

[마갈리 데니노 / 헬렌켈러 다중 장애인 학교 교사 : 법이 제정되어 많은 부분이 좋아졌습니다. 교육도 그렇고 농인의 삶도, 물론 과학의 발전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지속적인 투쟁을 하고 있고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마르씨아 끄루스 / 헬렌켈러 다중 장애인 학교 교사 : 우리 영부인 미쉘리 보우소나루가 농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이런 관심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 올지 우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져다 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에 청인 교사가 수어로 수업하는 학교는 여섯 곳, 브라질 전역에는 50여 개가 있습니다.

법과 제도로 농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수어 교육의 질도 높이는 브라질 사회.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산드로 산투스 / 학생 주임 : 법원에서는 통역이 단어 하나만 잘못 전달돼도 농인은 소통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단 하나의 잘못된 통역으로요. 판사는 이를 잘못 받아들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에는 4,000개의 도시가 있는데 4,000명의 수어 통역사가 있어야 하지만 그 수는 현저히 부족합니다. 2,000명의 수어 통역사를 늘여서 도시의 수와 동일하게 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브라질이 수어 통역과 교육에 힘쓰고 있는 가장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헤나또 호드리게스 / 수어 통역사 : 우리는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일반 시민들과 똑 같은 자신의 삶을 설계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그들의 권리입니다. 운전도 하고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과거처럼 주눅들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삶 말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던 그곳까지 우리가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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