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금 제일주의'에서 탈피할까?

일본, '현금 제일주의'에서 탈피할까?

2019.09.08. 오후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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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많은 선진국이 현금 없는 사회로 성큼 진입했지만 예외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현금 선호 문화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는데, 과연 성공할까요?

[리포트]
일본 도쿄의 아메요코 시장입니다.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신선한 식자재가 사고 팔리는데요.

모두 현금이 오갑니다.

전통시장이라 현금 결제가 활발한 걸까요?

그럼 이번엔, 식당을 찾아가 보죠.

그런데? 이곳 분위기도 시장과 다르지 않네요?

취재진이 지켜본 손님 5명 모두가 현금으로 결제했습니다.

[와니구치 마리코 / 소비자 : 현금 외에는 별로 결제한 적 없어요. 현금이 더 안심이 돼서. 인터넷상으로 신용카드 등록하는 게 귀찮아서요. 그냥 현금으로 하는 게, 은행에서 돈을 꺼내고 내 지갑에 현금을 넣고, 지불할 때 꺼내는 게 편하고 간단하니까요.\]

일본은 신용카드 결제율도 낮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은 현금 없는 사회 후진국, 즉 '캐시리스 후진국'이라는 자평이 나오기도 했죠.

[모리 마사토모/ 식당 주인 : (결제 비율은) 현금과 카드 반반 정도입니다. (요즘 모바일 페이가 도입된 가게가 많은데) 앞으로 도입을 하는데 어떤 게 좋을지 좀 더 알아보고 나서 도입하려고요.]

이른바 '장롱 예금'이란 말이 있을 만큼 지금도 은행이 아닌, 집 안에 돈을 보관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일본인들의 각별한 현금 사랑!

이유가 뭘까요?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 1990년대 말쯤에 버블 붕괴 이후 일본에서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 후로) 현금을 집에다가 보관하자, 이런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장기 불황 이후 일본에서 물가가 올라가지 않고 이에 따른 금리도 굉장히 낮은 수준을 유지되었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면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그런 관행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개인정보 유출과 낭비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다케이 한토 / 고등학생 : 카드면 너무 쉽게 써버리니까. 현금이면 내가 얼마나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모리이 나루미 / 대학생 : (요즘 모바일 결제 도입하는 곳들이 있는데?) 한 번도 써본 적 없어요. (모바일 결제 시도한 적 있어요?) 조금 무서워서. 현금이 가장 신뢰할 수 있잖아요. 어떤 게 무서워요?) 너무 많이 써버리는 것도 있지만, 제 정보가 빼앗길까봐….]

하지만 지폐를 찍어내고 운송하는 등 일본에서 현금 사용 유지를 위해 드는 비용만 우리 돈으로 연간 10조 원이 넘습니다.

결국, 현금 결제 비율을 줄이기 위해 나선 일본 정부.

2020년 도쿄올림픽 관광객을 위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고요.

야후와 소프트뱅크는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간편결제 시스템 확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뿌리 깊은 현금 선호 심리는 여전한 걸림돌입니다.

일본인 사이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습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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