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순록들 모두 모이는 날

집 나간 순록들 모두 모이는 날

2018.01.01. 오후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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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에 한 번,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곳곳에는 루돌프 친척들 수천 마리가 모인다고 합니다.

지역 원주민이 숲에 있던 순록들을 모아 숫자를 파악하는 '뽀로 에로뚜스'라는 작업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좀처럼 보기 힘든 전통 작업 현장에 최원석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순록 수백 마리가 울타리에 모여 먼지를 일으킵니다.

한 방향으로 달리는 무리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신경전을 벌이는 순록들도 보입니다.

들판과 숲에 흩어져 지내던 순록들이 모인 이곳은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우츠요끼 마을 인근 들판.

핀란드어로 뽀로 에로뚜스 (poro erotus).

라플란드 지역 원주민 '사미족'이 순록을 한곳에 모으는 전통 행사입니다

여름에 태어난 어린 순록은 겨울이 되면 어미에게서 독립합니다.

그래서 겨울이 시작되기 전 한곳에 모아야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있습니다.

"여기 번호에는 엄마 순록을 적고 내일 다시 작업할 때 아기 순록 번호와 맞춰보는 거예요."

순록 입장에선 '호구 조사', 주인 입장에선 '재산 파악'입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일손을 보탭니다.

엄마 순록 등에는 주인 정보를 적고, 어린 순록에겐 번호표를 걸어둡니다.

[엘라 / 마을 주민 : 이제 저 울타리에서 순록 주인 이름을 소리칠 거에요. 그러면 우리 두 할머니가 여기다 적는 거죠.]

모인 김에 전염병 예방주사도 놓고 나이 든 순록은 따로 빼놓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바탕 저녁 작업을 마친 다음 날에는 넓은 울타리에서 마무리 작업이 이어집니다.

등에 표시한 이름과 번호표를 보고 주인들이 직접 어미와 새끼를 기록합니다.

[까이야 랜스만 / 마을 주민 : 옛날에는 아예 번호도 없었어요. 그래서 누가 같이 다니나 보고 새끼를 올무로 붙잡았어요.]

같은 일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야 한 마을 순록 수천 마리를 파악하고, 한해 수입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있습니다.

[야스꼬 랜스만 / 마을 이장 : 순록은 제 인생 전부에요. 모든 것이라고 해야겠죠. (조상들도 순록을 길렀고요?) 네, 모두가 길러왔어요.]

수천 년 동안 대자연 속에서 순록을 길러온 라플란드 사미족 전통 뽀로 에로뚜스.

가축도 물건 찍어내듯 하는 시대에 자연과 공존하려는 오랜 노력과 지혜를 봅니다.

핀란드에서 YTN월드 최원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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