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영화로 남북 소통 물꼬 트는 조성형 영화감독

일에서 영화로 남북 소통 물꼬 트는 조성형 영화감독

2020.09.13. 오전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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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 교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재독감독 조성형 씨가 2015년에 만든 '남북 미생'과 2016년에 제작한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을 보기 위해서인데요.

영화가 시작되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북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부터 집 안에서 식사하는 모습까지-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의 실생활 모습이 담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남북 미생'과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은 북한의 이면의 모습을 담았다는 평을 받으며 현지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안나벨 / 베를린 거주 독일 학생 : 이 영화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는 가끔씩 북한에 대한 왜곡된 그림이 우리 머리 속에 그려집니다. 예를 들면 아주 나쁘다거나, 평범한 일상생활이 없다거나...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영화가 (북한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이고 일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평범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북한을 더 친숙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조성형 감독은 고향인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북한 관련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공영방송의 제안으로 북한에 가서 직접 찍은 영화는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는데요.

북한에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독일 국적을 선택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북한 사람의 실생활이 자세하게 찍힌 영화는 독일 현지와 일본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습니다.

[김민경 / 캠니츠대학교 교수 : 북한에 대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조성형 감독님의 영화를 통해서 꾸미지 않은 북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북한 관련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조성형 감독은 지난 2006년, 독일 시골 마을의 헤비메탈 축제를 주제로 한 영화 '풀 메탈 빌리지'로 처음 이름을 알렸습니다.

'풀 메탈 빌리지'는 독일 북부의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헤비메탈 축제를 주제로 한 영화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인기에 힘입어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독일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막스오퓔스 영화제에서도 다큐멘터리 영화 최초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조성형 / 영화감독 : 상을 엄청 많이 받았는데 그게 전부 다 ‘풀 메탈 빌리지'에요. 제가 거주하고 있는 헤센주 영화상 대상을 받았고, 슐레지엔 홀슈타인이라는 주가 있는데 거기에서 기록영화상을 받고, 그리고나서 2007년 1월에 막스오퓔스영화제, 거기서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기록영화를 가지고 대상을 받았다해서 그 때 난리가 났었죠.]

조성형 감독은 '풀 메탈 빌리지' 이후, 북한 관련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파독 간호사와 광부의 고향 이야기부터 동독과 북한 이산가족이 겪는 이산의 아픔까지 여러 주제를 가지고 활동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만들어진 조성형 감독의 영화는 보는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들고, 눈물과 감동을 주기도 하는데요.

조성형 감독의 영화를 보고 삶의 전환기를 맞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성형 / 영화감독 : 정말 뿌듯하고 보람이 있었던 경우는 ‘평양연서'에 나오는 북한 유학생과 동독 여자분들이 자식들이 정말 아버지 없이 크면서 외국인이 별로 없는 동독에서 혼혈아로 크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거든요. 아버지 없이 크면서 설움을 받으면서 평생을 보냈는데...그런 사람들 중에서 제 영화를 통해서 자기 힐링을 한 거에요.]

지난 2월에 베를린 영화제 '한국 영화의 밤'에 초대된 조성형 감독.

지금은 독일과 한국 영화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처음 독일에서 외국인으로서 영화감독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독일 내 권위가 있는 일부 영화제에선 예선 심사조차 들지 못하며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현지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좋은 평을 받았던 영화였던 만큼 속상한 마음도 컸습니다.

[조성형 / 영화감독 :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는 예를 들어서 독일 영화 아카데미가 있어요. 독일 영화상 대상들을 주는데 제 영화들이 그렇게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선에도 올라가 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독일 사람도 안 믿어요.]

차기작으로 북한의 조선중앙TV방송과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런 모든 것들이 통일을 위한 '선행 학습'이라고 생각하는 조성형 감독에겐 한가지 꿈이 있습니다.

[조성형 / 영화감독 : 원래 남북이 만나서 같이 영화를 만들면 얼마나 좋겠어요. 지금은 그럴 상황이 못되니까 나라도 조선중앙TV방송이랑 같이 하는 건데...언젠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 같아요. 남북이 만나서 같이 좋은 영화 만들어서 세계 시장을 휩쓰는 영화를...제가 만들 수는 없을 거 같고 그런 영화 만드는 분이 있으면 제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요.]

영화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향의 그리움을 표현하는 조성형 감독.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더 나아가 남북 영화와 문화 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봅니다.


1. 풀 메탈 빌리지 https://www.youtube.com/watch?v=uZjNhF-HPsE

2.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 https://www.youtube.com/watch?v=VKvTTp0GVL0&t=35s

3. 평양연서 https://www.youtube.com/watch?v=TQAjMnfBJ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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