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행자의 사랑방, 함부르크 한인민박

한인 여행자의 사랑방, 함부르크 한인민박

2020.09.13. 오전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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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밥 내음과 함께 지~글 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가족처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독일에서는 드물게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곳,

함부르크의 한인 민박입니다.

[최지혜 / 음악강사 : 혼자 오게 됐을 때는 다 외국인이 있는 민박집에 가면 조금 외로움을 가지고 소외감이 들 수도 있는데 여기는 다 한국 사람이시고 지나다니면서 정말 인사도 친절하게 잘해주시거든요. 다른 사람들 다. 그런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권석진 / 식당 운영 : 보통 독일 친구들이랑 같이 살거나 독일에서 방을 얻으면 한국같이 정겨운 분위기가 없는데 민박집에서는 사장님께서 맛있는 음식, 한국 음식 같은 거 쉽게 못 먹으면 챙겨주시고 그렇게 잘해주세요.]

함부르크 여행자들의 사랑방으로 통한다는 한인 민박집! 어떤 모습일지 함께 떠나볼까요?

이른 아침 독일 함부르크.

민박집 사장님인 방미석 씨는 아침부터 쉴 틈이 없습니다.

어질러진 침구 정리부터 바닥 청소까지, 구석구석 미석 씨의 손이 미쳐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바쁜 아침에 미석 씨가 놓치지 않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집밥처럼, 손님들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아침 한 끼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방미석 / 함부르크 한인민박 : 우리 집은 출장자들이 많아서 아침, 저녁 식사를 해줍니다. 가능하면 해주려고 노력해요. 한국 음식을 외국에 나오면 먹기가 힘든데 이걸 일일이 국하고 음식을 챙겨주니까 매우 좋아하고 행복해하십니다.]

독일에 온 지 올해로 35년이 된 미석 씨.

파독 간호사인 큰언니와 광부인 작은아버지가 독일에서 기반을 잡자 새로운 꿈을 품고 이곳에 왔었습니다.

가족이 함께한 생활이었지만 낯선 땅에서 뿌리를 새로 내리고 정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방미석 / 함부르크 한인민박 : 처음에는 언어, 문화, 음식 때문에 많이 고생했고 울기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적응하기 참 힘들었어요. 초창기에는 옛날에는 한국 음식이나 한국사람 만나기도 참 힘들었어요. 지금과 같지 않고 그것도 많이 힘들었고 어떨 때는 또 외국인이다 보니까 외국인이잖아요, 제가. 독일 사람들한테 많이 어떨 때는 안 좋은 경험도 있었고 근데 뭐 사람 사는 데니까 어디든지 그런 게 있으니까 그러면서 또 많이 성숙한 것 같아요.]

이민자라면 한 번쯤 느끼는 외로움도, 미석 씨에게는 한인민박을 운영하기까지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방미석 / 함부르크 한인민박 : 제가 독일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4명을 연년생으로 키우다 보니까 너무 외롭고 그랬어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그립고 아는 한국 사람도 초창기에는 없었고 그래서 저희 아이들 한국말도 배울 겸 해서 한국에서 학생을 들여오게 됐어요. 그래서 학생들을 한두 명 데리고 있으면서 그게 시초가 된 것 같아요.]

물론 이런저런 고생도 많았습니다.

한국과 다른 문화와 법 때문에 이웃과 갈등도 종종 있었습니다.

[방미석 / 함부르크 한인민박 : 전에 그런 일이 많이 있었어요. 옆집에 나이 든 분이 살고 계시면 우리 집에 되게 여름에 젊은 분들이 여행을 오거나 또 정원에서 많이 고기도 구워 먹고 늦게까지 놀기도 하는데 소란이 있어서 문제가 된 적이 많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잘 좋게 독일분들하고 이야기해서 해결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민박집을 운영할 때 꼭 등록하고 해야지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신고도 하고 어려운 점이 많아요. 독일은 뭐든지 법에 맞게 거기 정책에 맞게 해야지 아니면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움에서 시작한 민박 운영도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세월만큼 이곳을 거쳐 간 손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졌습니다.

[방미석 / 함부르크 한인민박 : 여기 오셨던 분들이 한국에서 또 저를 잊지 않고 편지도 보내오시고 또 선물도 보내오시고 또 가족들을 보내시고 또다시, 또 찾아왔을 때도 행복했고요. 또 한국에 갔을 때도 우연히 민박집에 오셨던 손님을 길에서 만났을 때 정말 놀랐어요. 반갑고 놀랐고 그분도 너무 놀라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길에서 손님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만큼 많은 손님이 저희 집에 방문하셨단 증거겠죠. 여기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가신 교수님들, 또 가족들이 와서 1년간 있다가 가신 분들, 또 갈 때 또 저희 집이 떠나기가 힘들어서 초상화도 그려주시고 저희 집도 스케치해서 주시고 또 한국 가면 공항에 마중도 나오시고 꼭 식구같이 가족같이 대해주시니까 정말 반갑고 계속 또 연락하고 또 명절 때나 이럴 때 안부 인사 전하고 그럽니다.]

한인 여행자의 쉼터이자 유학생들의 사랑방이었던 한인민박도, 올해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는데요.

언젠가 코로나19가 사라진 그 날, 다시 손님들로 북적이는 사랑방이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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