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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1년 살기 하던 한인 가족, 코로나19로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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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1년 살기 하던 한인 가족, 코로나19로 연장

2020년 08월 09일 02시 51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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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뒤덮은 감염병 코로나19.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유학생, 단기 여행자처럼 짧은 해외 생활을 계획하던 이들에게는 더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정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뉴질랜드.

이곳은 어디를 가나 배움터입니다.

작은 텃밭에서는 식물의 푸름을 느끼고, 난생처음 맛본 꿀의 달콤함에 흠뻑 취해도 봅니다.

[황록원 (13세) : 엄청 맛있어요!]

[김지우 (10세) ;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아.]

한국에서는 선행학습과 학원 일정에 쫓겨 고된 일상을 보내던 아이들의 얼굴에도 어느덧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황록원 (13세) : 한국에서는 이런 데 찾기 힘들어요. 조금 길 걸어가면 공작 같은 것도 막 있으니까, 양도 있고 소도 있고 말도 있고 다 있으니까 동물들이랑 교감을 좀 더 할 수 있어요.]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발 여러 개 달린 벌레는 무조건 싫다던, 전형적인 도시 사람, 세연 씨!

뉴질랜드 살이를 시작해봤더니 인간도 결국, 자연의 한 부분이란 걸 알았답니다.

네, 그렇습니다.

세연 씨네 가족은 뉴질랜드 자연 속에서 1년째 살아내는 중입니다.

[강세연 / 뉴질랜드 1년 살기 도전 중 : 한국에서는 작은 어린이집 운영하고 있었어요.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잘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남편이 한 10년 전부터 그런 얘기를 했지만 아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덜컥, 출국하기 몇 개월 전에 우리 뉴질랜드 가자 해서 아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오게 됐습니다.]

[김창규 / 남편 : (학원에서) 아이들 과학 가르치는 이런 일을 했는데 한 10년을 넘게 하다 보니까 생활이 좀 쳇바퀴 굴러가게 이렇게 되는 것 같기도 해서 아내랑 나이 먹으면 외국 가서 좀 살아볼까? 이런 얘기도 많이 했는데 더 나이가 많아지면 절대 못 움직이겠다 싶어서 (결심했습니다.)]

서로 바쁘게만 일하다 보니 가족인데도 함께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다르게 살 수 있겠지.' 그 마음 하나로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강세연 / 뉴질랜드 1년 살기 도전 중 : 아이가 학교를 무료로 갈 수 있는 걸 찾아보니 남편이 학교를 1년 다니면 아이가 학비가 도네이션으로 다닐 수 있고 저도 동반자 워크 비자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나오는 게 있더라고요. 내 아이의 일곱 살, 내 아이의 여섯 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엄마 아빠가 필요한 시간에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거든요.]

막상 첫발을 내디딘 타지에서의 삶이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세연 씨에게 처음 한 달은 매일같이 한국행 항공권을 알아볼 정도로 우리나라가 그리운 시간이었습니다.

[강세연 / 뉴질랜드 1년 살기 도전 중 : 이게 외국인과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게 있었어요. 근데 또 다 되더라고요.]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요?

이웃들과 교류하면서 뉴질랜드 한인사회에 적응해가고, 어린이 교사라는 전공을 살려 주변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돌봐주다 보니, 이곳 생활도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한국에서보다 금전적으로 더 여유롭진 않지만, 어쩐지 마음이 팍팍했던 그때와 달리 정신적으로는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강세연 / 뉴질랜드 1년 살기 도전 중 : (아이 학교에) 엄마들이 유니폼을 입고 오시고 아빠들이 일하던 현장에서 현장 옷을 입고 오시고, 페인트 일 하시는 분은 페인트 옷 입고 오시고 아무도 그거에 대해서 저 아빠 저런 일 하다 오셨나 봐, 저 아빠 뭐 하시나 봐 아무도 그렇게 하시지 않아요. 이런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것들은 정말 감동이었거든요.]

"뉴질랜드에서 1년이나 이렇게 가족이랑 함께 하고 자연과 벗 삼아 학교 끝나고 이렇게 놀이터에서 놀고, 집에서 10분~20분이면 해변에 가서 아이들이 수영하고 노는 이런 것들이 앞으로 남은 제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갈 때 빛나는 보석이 될 것 같아요. 힘들 때 하나씩 꺼내먹을 거야. 뉴질랜드에서의 1년,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너와 나 모두에게 축복이었다."

축복처럼 1년 살기를 하던 세연 씨 가족에게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찾아왔습니다.

학업을 마친 뒤 일자리를 알아보던 남편에게는 취업 시장의 벽이 높아졌고, 이제 막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렇게 즐거워하는 학교에조차 한동안 갈 수 없게 됐습니다.

[강세연 / 뉴질랜드 1년 살기 도전 중 : 1년 살기는 차질이 생겨서 1년 반을 살고 있고요.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이후에 달라진 삶을 저도 뉴질랜드에서 겪게 됐는데 록다운(봉쇄령) 하면서 이 4주를 어떻게 보내지? 하는 고민이 많았는데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이 나름대로 이 안에서도 또 재밌는 놀이를 찾게 되고 동병상련이라고 타국에 떨어져 있다 보니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가족처럼 친척처럼? 명절에는 같이 음식 해먹고 이렇게 지내던 분들이 한 가족 한 가족 한국으로 떠나가게 됐어요.]

당장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체류에 제약이 생길 테고 현실적 어려움도 생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연 씨는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에 고민만 하기보다는, 그저 오늘을 충실하게 살고자 합니다.

[강세연 / 뉴질랜드 1년 살기 도전 중 : 영주권 뭐 이런 건 먼 미래인데 너무 매몰 되지 말고 만약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더라도 이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기서 우리가 최저 임금 받고 살았는데 한국에서 최저임금은 안 받을 것 아니에요? 약간 동전의 양면 같은데 불안정한 미래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가족이 함께 모여서 가족이 저녁 있는 삶을 즐기잖아요? 식사를 2끼 이상 같이하고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고 산책 나가고 이것도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저는 모든 일에는 기회비용도 있지만 등가 법칙도 적용되기 때문에 불안한 미래와 현재의 행복을 맞바꿨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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