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과도 만들었다?! 팬플루트 전공생, 정종수 (feat. 세종대)

없던 과도 만들었다?! 팬플루트 전공생, 정종수 (feat. 세종대)

2020.08.09. 오전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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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이 악기의 이름을 아시나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돼 관악기의 조상이라 불리는 '팬플루트'입니다.

이 악기의 본고장은 동유럽 루마니아!

이곳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인 청년, 정종수 씨를 만났습니다.

[정종수 / 팬플루트 연주자 : 팬플루트가 루마니아 전통 악기라는 것을 한국에서는 많이 모르고 계세요. "팬플루트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거 아프리카 악기 아니야?" 또는 "페루 악기 아니야?" 이렇게 물어보시는데 지금 보시는 팬플루트는 루마니아 전통 악기이고….]

열두 살 무렵, 우연히 듣게 된 팬플루트 선율에 흠뻑 빠져들었던 소년.

팬플루트는 소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됐습니다.

음대에 진학해 제대로 배우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 팬플루트를 가르치는 학교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정종수 / 팬플루트 연주자 : 팬플루트 관련 학교를 계속 찾다가 제가 가고 싶은 대학에 전화를 해서 "제가 팬플루트를 전공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과가 없어서 제가 그 학교(국내 대학)에서 시험만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연락을 드렸더니 이틀 뒤에 이메일 답장이 왔어요. 그 악기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입학하게 된 팬플루트 전공생 1호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1호 팬 플루트 전공자가 됐지만 갈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장 팬 플루트의 본고장 루마니아행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부쿠레슈티 국립음대에 진학한 그는, 팬플루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학생으로 통합니다.

[달리나 체르나떼스쿠 / 부쿠레슈티 국립음대 교수 : 정종수 학생은 팬플루트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걸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조건이죠. 진지하고 재능이 있어요.]

루마니아에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악기를 새로 사기 위해 유명한 팬플루트 제작 장인을 찾아간 종수 씨!

[프레다 / 팬플루트 장인 : 4~5년 전쯤 정종수 씨가 제 작업실을 방문했습니다. 팬플루트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졌고, 연주도 정말 잘했습니다. 그의 소리에 감명을 받았어요.]

종수 씨의 팬플루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 덕분일까.

장인과의 인연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가져다줬습니다.

[정종수 / 팬플루트 연주자 : 내 꿈이 (루마니아 팬플루트의 거장) 게오르게 잠피르 선생님 만나서 같이 배우기도 하고, 연습도 하고 만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더니 "지금 한번 전화해보겠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전화해 보니까 바로 옆에 있는 연습실에 계시대요.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꿈에 그리던, '팬플루트의 거장'으로 통하는 게오르게 잠피르 선생을 만나게 된 겁니다.

현장에서 즉석 오디션이 펼쳐졌고…

그저 팬플룻이 좋아서 한국에서 루마니아까지 날아온 청년을 선뜻 제자로 받아줬습니다.

[게오르게 잠피르 / 루마니아 팬 플루트 연주자 :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는 정말 열정적이고 재능 있으며 매우 진지하고 세심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마음이 대한민국처럼 넓어요.]

[정종수 / 팬 플루트 연주자 : 세계 팬플루트의 권위자이시잖아요. 그런 분이 레슨비 얘기도 없으시고, 제가 조심스럽게 선생님 페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했는데 괜찮다고. 너가 나한테 주는 페이는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 자체가 나한테는 페이다. 네가 멋있는 무대에 서서 팬 플루트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의미 있는 페이다….]

팬플루트 선율을 처음 들었던 열두 살 소년 시절.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감동이 밀려옵니다.

종수 씨는 자신이 느꼈던 이 감동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정종수 / 팬 플루트 연주자 : 여기서 배운 음악을 한국에 가서 많은 대중에게 들려주고, 내가 알고 있는 이 소리를 많이 전파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팬 플루트를 하고 계신 분들과 만남을 계속 가져서 한국 팬 플루트 발전에 더 기여하고 많은 연주 기회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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