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한국인 농사꾼, 이종수 씨

루마니아의 한국인 농사꾼, 이종수 씨

2020.02.09. 오전 03:4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추운 날씨에도 건강하게 자란 속이 꽉 찬 배추.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난 덕분이다.

농사일 10년 차, 이종수 씨.

이 씨의 비닐하우스에는 사시사철 싱그러운 채소가 자라고 있다.

다른 농사와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는 한국에서 약 8천 Km 떨어진 동유럽 루마니아 땅이라는 것.

[이종수 / 루마니아 한인 농사꾼 : 저희가 납품하는 데가 비엔나, 독일, 영국, 벨기에 다 하거든요. 주로 많이 하는 품목 중에 배추, 무, 참외…. 한국하고 사계절이 똑같거든요. 거기다가 땅이 좋다 보니까 잘 되는 것 같아요. 약을 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거든요. 그냥 잘 자라니까. 땅이 좋아서 그런 것 같고….]

루마니아는 유럽에서도 땅이 비옥하기로 유명하다.

집집 마다 텃밭을 일궈 웬만한 농산물은 직접 재배해 먹는다.

20년 전 루마니아에 이민 와 중장비 일을 하던 종수 씨 역시, 그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이종수 / 루마니아 한인 농사꾼 : 제가 몸이 아파서요. 한국에서 위암 수술을 했어요. 힘든 일을 하는 건 안 좋다 그래서 제가 하우스 몇 동 지어서 농사를 쉬엄쉬엄 해보려고 했는데 비닐하우스 열 동 해놓으니까 주위 사람들이 자꾸 하우스를 지어달라고 하는 거예요. 자기네도 똑같은 걸 사고 싶다, 짓고 싶다 그래서 하우스를 20동 한국에서 자재를 가져다 지어주니까 또 옆 동네에서 지어달라 그러고….]

이른 아침부터 비닐하우스 시공을 하느라 바쁘다.

워낙 문의가 많이 들어와 요즘은 하루 이틀꼴로 비닐하우스를 짓는다.

[이종수 / 루마니아 한인 농사꾼 : 매일 해요. 하루도 안 쉬고. 쉬는 날이 거의 없어요. 하루에 하나씩 이렇게 지으시는 거예요? 네. 거의 매일 하루에 하나씩은 매일 지어요.]

쇠 파이프부터 비닐까지.

모두 한국에서 들여온 자재로 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종수 / 루마니아 한인 농사꾼 : 자기네가 비닐하우스 만들면 보통 시간이 3년이나 2년에 한 번씩 비닐을 바꾸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보통 배 이상 가니까요 수명이. 우리나라 제품이 다 좋아요. 우리는 한국에서 이 부품 하나까지 전부 다 한국 제품이에요. 볼트 하나에서부터 비닐까지 전부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한국산이라 그러면 좋아하거든요.]

종수 씨에게 시공을 맡기려면 최소 한 달 전 예약해야 할 정도다.

[줄리안 라두타 / 루마니아 고객 : 정말 전문적인 팀이에요. 결과물도 마음에 들어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 하루도 쉬지 않는 아버지가 아들은 내심 걱정이다.

틈만 나면 현장에 나와 아버지 곁을 지키는 든든한 아들 은행 씨.

[이은행 / 이종수 씨 아들 : 연세도 있으신데 아직도 건강하게 저렇게 현역으로 계시는 모습이 저희도 많이 본받아서 이렇게 일궈놓으신 것을 더 활성화해서 한국의 기술이나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아들 며느리 내외가 운영하는 한국 마트.

규모는 크지 않지만 루마니아에서 접하기 힘든 한국 식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종수 씨가 직접 키운 농산물과 두부는 들여놓기 무섭게 팔려 나간다.

[박 새누리 / 이종수 씨 며느리 : 여기에 채소를 항상 진열해두니까 한국 분들이 굉장히 반응이 좋으시고, 루마니아 분들도 저희 농장에서 직접 키우는 채소라고 하면 반응이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백우진 / 손님 : 한국 채소를 한국 사람들이 느낄 수 있고 맛볼 수 있게 되어서 루마니아에 계시는 한국 사람들이 참 감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농사꾼에게 겨울은 쉬는 계절이라는 말도 종수 씨에게는 예외다.

시간이 나면, 그는 산으로 간다.

자연에서 얻은 선물을 지인들과 나눌 때 가장 행복한 요즘이다.

[이종수 / 루마니아 한인 농사꾼 : 뽕나무에서 딴 뽕나무 상황버섯이에요. 자연산 뽕나무 버섯은요. 한국에서 1kg에 백만 원 씩 간대요. 근데 여기는 제가 한 달 전에 가서 5kg 정도? 10kg 가까이 땄어요. 말리니까 5kg 정도 되더라고요. 이거를 루마니아 아는 친구들에게 절반을 선물을 줬습니다. 한국 분들이 여기 오면 제가 이 버섯을 많이 줘요. 이건 분비나무 상황버섯인데요. 이렇게 크려면 제가 알기로 몇십 년 돼야 하는데….]

쉰 넘어 시작한 농사.

큰돈은 벌지 못했다.

아니, 큰돈을 벌 생각도 없다.

지금처럼 흙냄새 맡으며 정직한 땀으로 일구는 인생을 살고 싶다.

[이종수 / 루마니아 한인 농사꾼 : 몇 년 있다 오면 제가 배나무로 (가득 차서) 여기가 과수원이 된 걸 보여드릴게요!]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