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유리천장 깨뜨린 1%의 한인 여성들!…캐나다&미국

북아메리카 유리천장 깨뜨린 1%의 한인 여성들!…캐나다&미국

2019.12.22. 오전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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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캐나다 하원 의원에 한 여성 의원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캐나다 한인사회 최초로 하원 의원에 당선된 넬리 신 씨.

지난 2008년 캐나다 상원의원이 된 연아 마틴에 이어 동포사회의 새로운 역사를 알리는 순간이었죠.

[연아 마틴 / 캐나다 한인 최초 상원의원 : 넬리 신 의원은 저와 함께 한국계 캐나다인이자 동포 의원입니다. 캐나다 한인 최초로 연방 하원 의원으로 (지난 10월에) 당선된 분이시죠. 신 의원과 저는 대한민국의 딸이자 캐나다인으로서 함께 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땅거미가 진 밴쿠버 한인타운.

넬리 신 의원이 바쁜 걸음을 재촉합니다.

오늘은 모처럼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저는 딸만 셋이 있는데 (한인 여성이 당선돼) 더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

선거 유세 때도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이렇게 지역 주민과 만났는데요.

이곳 코퀴틀람시는 캐나다에서 인구대비 한인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납니다.

그래서일까요?

한인 최초로 하원의원인 넬리 신에 대한 주민의 기대감도 무척 큽니다.

[송요상 / 밴쿠버 동포 : 우리 1.5세대들, 2세대의 앞으로 활약에 더욱더 큰길을 열어놓으셨고 또 한국사람을 위해서, 소수민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감동적이고 기분 좋은 일입니다.]

1971년 출생 넬리 신, 한국 이름은 신윤주.

신 씨가 5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캐나다에 이민을 왔습니다.

1세대의 삶이 대부분 그러하듯 낯선 타지에 정착하기 위해 부모님은 온갖 궂은일을 마다치 않았다는데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목격한 신 씨.

우리네 이웃을 위한 삶을 꿈꾸게 됐습니다.

[넬리 신 / 캐나다 한인 최초 하원의원 : 저는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영어와 음악을 가르쳤어요. 전문적인 음악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가족의 해체로 인한, 또는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인이 되려고 계획한 적도 없고 정치와 상관없는 삶을 살았어요.]

하지만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 이웃을 위한 수많은 일을 해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빈곤과 가정 해체 위기 등 온갖 사회문제 앞에서 신 씨는 개인의 무력함을 느껴야만 했죠.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하려면 정치인이 되어야겠다!'

신 씨의 결심은 그렇게 시작됐답니다.

[넬리 신 / 캐나다 한인 최초 하원의원 : 제가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사람들을 돕는 일은 모두 한 개인을 인식하는 것, 한 개인을 진심으로 아는 것에 있었습니다. 정치인의 길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한 개인의 가치, 각 개인의 존엄함을 인식하고 그 개인이 잘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제 마음은 언제나 사람에게 향해 있습니다.]

누군가는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일을 이뤘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신 씨가 깨뜨릴 수많은 유리 천장 중에서 고작 첫 번째일 뿐입니다.

[넬리 신 / 캐나다 한인 최초 하원의원 : 멘토로서 젊은 동포들을 돕고 싶은데 특히 캐나다 사회에서 리더를 꿈꾸는 젊은 한인을 돕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부모님 세대의 많은 한인을 돕고 싶어요. 이분들은 캐나다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신 분들이죠. 훗날 진심으로 사람을 도우려 애썼고, 그러면서 기존하는 것들을 깨고 이로 인해 변화를 가져온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민사 소송이 한창인 조지아주 치안 법원.

판사가 법정 출석에 늦은 피고를 따끔하게 질책합니다.

[한나 정 / 조지아주 유일 한인 여성 판사 : 스미스 씨, 재판 시작은 10시 30분부터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시간에 왔습니다. 제가 평소였다면 이렇게 늦은 사람에게 아무런 벌도 주지 않고 넘어가진 않습니다. 평소라면 여기 남아있지도 않았겠죠.]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하나하나 들어주는 판사의 표정이 단호합니다.

조지아주에서 유일한 한인 여성 판사, 한나 정 씨입니다.

[카산드라 컬크 / 풀턴 카운티 치안 법원 수석판사 : 한나 정 판사는 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법무관으로도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형사법원에서의 경험은 현재 민사법원의 일을 처리하는데 완벽하게 맞습니다. 우리 치안법원은 모든 분야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 정 판사는 우리가 찾던 판사의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서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미국 토박이지만, 사실 정 씨는 전형적인 한국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높은 학구열과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열망,

경제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정 씨도 당연히 경제학자의 길을 걸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법률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우연히 법조인이라는 새로운 길에 눈을 떴다는데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명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었죠.

[한나 정 / 조지아주 유일 한인 여성 판사 : 판사에게는 두 가지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모든 사건을 경청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법원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할 기회를 주고 그들의 말을 듣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이렇게 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경청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법에 따른 판결을 하는 것입니다.]

조지아주 동포사회에서도 유일한 한인 여성 판사로서 주목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 정 씨.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지만, 정 씨는 멘토로서 후배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라 박 / 귀넷 카운티 제1지구 보좌관 : 꾸준히 묵묵히 어떤 한 분야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나가는 그 경험치가 다음 차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주시는 게 되지 않을까 싶고요. 또 여성으로서도 쉽지 않은 자리에서 있어 주시고 또 대표성을 띔과 동시에 또 그 길을 계속 가고 있다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한인사회에도, 또 차세대에도 많은 의지 그리고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정 씨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앞날이 당장 보이지 않을지라도,

스스로 옭아맨 고정관념을 버리면 새로운 길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겁니다.

한인이냐 여성이냐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그저 좋은 판사로서 노력하는 자신처럼 말이죠.

[한나 정 / 조지아주 유일 한인 여성 판사 :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좋아요. 제 개인적인 경험상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경험들은 언제나 나를 다음 단계로 데려다주었거든요. 지금의 자리로요. 현재 유일한 한국인 판사라는 점이 스스로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법원에 출근하면 그저 판사 중 한 명으로 제 업무에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그저 좋은 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판사로 일하면서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나중에 한국인 여성으로서 훌륭한 판사였다고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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