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프랑스에서 독립만세 외친 한인들

100년 전, 프랑스에서 독립만세 외친 한인들

2019.11.17. 오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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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파리 동포들이 하나둘 버스에 오릅니다.

도착한 곳은 파리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작은 도시 쉬프.

시민들은 궂은 날씨에도 한국인 손님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이 땅을 처음 밟은 우리 선조들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입니다.

[유제헌 /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 : 1919년 11월 19일 프랑스 쉬프라는 지역에 35명의 한인이 오셨습니다. 그분들이 오셔서 (1차 세계대전) 전쟁 후 복구, 어려운 노동을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주시고 3.1운동을 펼치시는 등 대단히 많은 업적과 일을 하셨습니다.]

프랑스 한인 이주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세워졌습니다.

먼 이국에 건너온 한인들이 조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김기주 / 프랑스 한인회 사무차장 : 날개가 한쪽밖에 없는데 원래 두 쪽이 다 있어야 하잖아요. 한쪽은 고국을 잃은 슬픔, 타향에 온 슬픔과 그것을 이겨내고 날아가려는 형상을 나타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꿈을 안고 만주와 러시아, 영국을 거쳐 프랑스까지 건너온 서른다섯 명의 한인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한인들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복구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현장에서 전사자 유골을 안장하고 망가진 도로를 정비하는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카르멘 발레 / 쉬프 시민 :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힘 써준 한국인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장 레이몬드 에곤 / 쉬프시 시장 : 앞으로 한국과 프랑스는 많은 일을 함께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양국 우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관광,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힘들게 일해 번 돈은 임시정부 파리 위원부에 보내 독립운동 자금을 보태는가 하면, 유럽 최초 한인회, '재법한국민회'를 결성해 한국인의 뿌리를 잊지 않았는데요.

1920년 3월 1일에는 유럽 각지 동포들을 불러 모아 조국 독립 만세를 외쳤지만…

그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한우성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그분들이 받은 급여의 반을 털어서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태거든요. 독립운동이라는 게 어느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뛰어난 독립운동가 한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초창기 유럽 한인 이민자들이 다 독립운동가라고 말할 수 있죠.]

다음 날, 파리에서 다시 모인 동포들.

100년 전, 돌아갈 나라 없는 설움과 독립을 향한 한인들의 열망을 한목소리에 담아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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