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녀의 이야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 소녀의 이야기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9.08.11. 오전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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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내려앉은 정원, 그 한가운데 오롯한 소녀.

한 노신사가 평온한 이 소녀를 찾아왔습니다.

애틀랜타에 사는 박수목 씨입니다.

지난가을이었죠.

소녀의 얼굴엔 낯선 생채기가 여럿 났습니다.

그걸 발견한 수목 씨는 미술을 전공한 딸과 함께 상처를 말끔히 지웠는데요.

[박수목 /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회원 : 누가 고의로 긁어놓은 거죠. 어떤 애들이, 여기 동네 사는 애들인지 누가 이런 건지 우리는 알 수 없고. 누가 이런 장난을 했나 싶어서 아, 괜히 공원에 해서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그죠?]

건권 씨도 틈만 나면 소녀상의 안부를 챙기러 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블랙번 공원엔 화려한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그 벚꽃을 즐기러 재미 일본인이 애써 찾아오는 곳이 이 공원인데

그런 곳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라니.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합니다.

[박건권 /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회원 : 저희가 해야 할 도리를 한 것뿐이니까 (재미 일본인들이) 우리를 저지하려고 많이 애를 썼는데 우리가 정치 색깔을 띤 것도 아니고 우리는 순수하게 모여서 한 것이기 때문에 더는 그들이 방해공작을 하는 게 진전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이제 소녀상을 지켜내는 일은 동포 모두의 일이 되고 있습니다.

김지연 씨가 걸음을 재촉합니다.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지연 씨.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날입니다.

'위안부'의 존재를 알긴 했지만 무관심했던 날들.

아픈 역사를 알리기 위해 소녀상까지 세운 이웃이 있다는 것도 물론 알지 못했습니다.

[김지연 / 오페라 '그 소녀의 이야기' 공동 기획자 : 애틀랜타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감동적으로 취재했던 부분이 브룩헤이븐시 소녀상이 세워졌다는 이야기였어요. 굉장히 극적이었고 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였어요. 이 멋진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뮤지컬 아니면 오페라가 좋을 거로 생각했고….]

지연 씨의 뜻에 공감한 소프라노 윤현지 씨도 힘을 보탰습니다.

[윤현지 / 오페라 '그 소녀의 이야기' 공동 기획자 : 저는 사실은 이제 위안부의 가슴 아픈 사연은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이번에 같이 연주한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미국 친구들이 껴 있었어요. 한 분은 위안부가 뭔지를 처음 들어보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이런 분들에게 우리나라 사람 아닌 분들에게도 이걸 다 알려야 하는 역사잖아요?]

중국 상하이에 온 열여섯 소녀 점례와 영자.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본인이 소개해준 일자리를 얻은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를 감쪽같이 속인 그 일은 일본군 '위안부'.

몸이 상한 점례 대신 일본군에 맞서던 소녀 영자는 끝내 죽음을 맞이합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던 점례,

70년이 흘러 영자와 꼭- 닮은 애틀랜타 소녀상 앞에서 새 각오를 다집니다.

"여보시오. 이 소녀상은 수많은 내 친구들이오." "소녀상은 내가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 지켜줄게."

미국에서 초연한 이 오페라를 관객들은 어떻게 봤을까요?

[존 박 / 브룩헤이븐 시의원 :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는 오페라도 많이 봤는데 그게 재밌고 기술적으로 좋아도 이렇게 심장을 움직이는 (감동을 주진 못했습니다.)]

[안경자 / 애틀랜타 동포 : 노래하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린들리 존슨 / 브룩헤이븐 시의원 : 내용이 무척 비극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페라 감상하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역사적 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대도 매우 훌륭했고 이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이였고, 친구였던 소녀들.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그 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백규 /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회장 : 역사를 참고해서 후세들이 이러한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역사적인 교육을 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김지연 / 오페라 기획자 : 저는 이 이야기가 꼭 전해져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잊히면 안 되는 이야기고 (이번 오페라가) 그 역사를 전하는 데 사용됐다면 저희는 오늘의 목표를 이룬 것이라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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