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소 350마리의 아버지, 청년 농부 최민수

뉴질랜드 소 350마리의 아버지, 청년 농부 최민수

2019.06.09. 오전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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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안개가 자욱한 새벽.

민수 씨의 하루는 간밤에 소들의 안부를 물으며 시작된다.

이젠 눈망울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단다.

[최민수 / 36세·뉴질랜드 농부 : 제왕절개수술을 한 자국이 있어요. 반대편에. (특별히 신경 쓰시는 거예요?) 예. 아니면 살릴 방법이 없거든요.]

먼동의 햇살이 안개를 걷어내자 푸른 초원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민수 씨의 일터.

그는 젖소 350마리의 아버지다.

[최민수 / 36세·뉴질랜드 농부 : 요즘에는 비료를 주거나 송아지 젖 먹이거나 아니면 울타리를 두르죠. 지금은 한 50시간 정도 일해요. (안 힘드세요?) 맨날 하는 일이라서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죠. 지금은 10년. 딱 10년 정도 되거든요 (시작)한 지가. 지금은 이제 적응이 됐죠.]

축산 농부 10년 차.

처음부터 농부가 될 생각은 없었다.

스물다섯, 새로운 삶을 위해 건너온 뉴질랜드에서 신문도 배달하고, 잔디도 깎아봤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농장에 취직했고 이곳에서 '천직'을 찾았다.

[최민수 / 36세·뉴질랜드 농부 : 농부라는 직업 자체가 하루에 날씨나 동물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그날, 그날 자기가 계획을 세워서 그날, 그날 바뀌죠. 아무래도 딱 짜인 근무 환경보다는 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죠. 그게 제일 매력적인 부분 같아요.]

뉴질랜드 인구는 479만여 명.

젖소는 500만 마리에 달한다.

그러니까 사람보다 젖소가 더 많은 나라.

민수 씨는 축산업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뉴질랜드는 인구 증가율이 높아 우유 소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최민수 / 36세·뉴질랜드 농부 :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아기들도 많아지고요. 그래서 우유 소비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리고 우유가 마시는 우유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파우더나 과자, 화장품, 웰빙 제품 쪽으로도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직업군이죠.]

나라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인만큼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짐 체임버스 / 농장주 : 축산업은 뉴질랜드 농업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분야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망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는 현재 양질의 농부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력 면에서는) 같은 성장세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온 인력들이 부족한 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메우고 있습니다.]

노력과 성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년 전, 민수 씨는 뉴질랜드 낙농협동조합이 선정한 '최우수 축산 농부'로 선정됐다.

누구보다 소를 건강하게 키웠다는 뜻이다.

엄격한 테스트에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어서 축산 농부들에게는 '최고의 훈장'이다.

[최민수 / 36세·뉴질랜드 농부 : 1년 동안 가장 깨끗한 우유를 납품했다는 뜻이에요. 자부심 있죠. 왜냐면 뉴질랜드에서도 10% 정도밖에 못 받아요. 쉽지 않아요. 많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쉬운 것도 아니죠. (비결이 뭐예요?) 비결이 절차대로 하는 거죠. 다른 비결 없어요.]

땅을 벗해 소를 키우는 삶.

더러 어떤 이는 부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땀 흘린 만큼 거두는 정직한 농업이야말로, 단 한 순간도 여유로울 수가 없다.

[최민수 / 36세·뉴질랜드 농부 : (뉴질랜드) 북쪽 지방에 저는 다른 농부 아무도 모르는데 다른 농부들은 저를 다 알아요. 왜냐면 한국 사람이 저밖에 없거든요. 제가 굳이 한국인이라서 안다는 게 아니라 제가 한국인이라도 열심히 안 했으면 몰랐겠죠. 제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 축산업의 미래가 청년 농부, 민수 씨의 어깨 위에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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