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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로빈! 1부. 증발해버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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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9-05-05 03:49
시원하게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라톤 레이스!

이 가운데에는 미국에서 온 한인 입양인, 로빈이 있습니다.

멀고 먼 모국에서 로빈이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라톤 대회 출전을 위해 로빈 박 씨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짐을 다 풀기도 전에 갖고 있던 입양 기록부터 꺼내 보여주는데요.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아이, 박주영

32년간 로빈은 이 이름이 자신의 것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더 이상 로빈의 이름이 아닙니다.

[로빈 조이 박 / 미국 한인 입양인 : 2006년도 가을에 입양 기관에서 제 서류에 명시돼 있던 친모를 찾아냈어요. 아직도 기억해요. 미국은 추수감사절이었는데 제가 하느님께 친엄마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어요. 이듬해인 2007년 4월, 서울에 있는 입양기관에서 친엄마를 만났죠.]

또렷한 눈매가 로빈과 무척이나 닮았던 사람.

동생 준영 씨도 만났습니다.

그러나 4년 뒤 실시한 DNA 검사 결과는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나온 겁니다.

로빈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건 다른 사람의 기록이었습니다.

무용지물이 된 서류를 볼 때마다 여전히 마음 아프다는 로빈.

자신이 겪은 이 비극을 더는 다른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로빈은 마라톤을 통해 DNA 검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로빈 조이 박 / 미국 한인 입양인 :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모국 땅을 달린다는 생각을 하니 힘들어도 동기부여가 됐어요.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뛰는 게 사실 귀찮기도 했어요. 그래도 준비하면서 벅찬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는 날.

양오빠 크리스 씨도 로빈과 함께 마라톤 대회 출전 준비를 합니다.

크리스는 어릴 적부터 로빈을 무척이나 아꼈습니다.

[크리스 슐츠/ 로빈의 양오빠 : 로빈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재미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제게는 아기 같은 동생이에요. 로빈이 찾고자 하는 걸 꼭 찾았으면 좋겠어요. 늘 로빈을 응원하고 사랑해요. 언제나 제 동생이죠.]

뜻이 맞는 오빠와 함께 달릴 수 있어 로빈은 외롭지 않습니다.

"입양인인 제게 달리기는 여러 상징적 의미가 있어요. 언제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달렸어요. 지금은 친가족을 다시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죠. 마라톤 대회는 단순히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주가 아니라 가족을 찾기 위한 저의 여정이에요."

간절한 마음으로 가족을 찾고 있는 건 로빈 씨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76살인 이호현 씨는 49년 전 입양 보낸 딸 병옥을 찾고 있습니다.

입양 기록이 전무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방법은 DNA 검사.

"30초 정도 잇몸에 긁어주시면 돼요. 뾰족한 면봉이 볼 쪽으로 가게 해주세요."

잇몸에서 추출한 DNA는 유전자 검사 기관의 DNA 은행에 보내집니다.

만약 딸도 자신의 DNA 정보를 은행에 등록했다면 두 사람은 꿈만 같은 재회를 할 수 있죠.

가족을 찾기 위해 DNA 정보를 등록한 한인 입양인은 5천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DNA 테스트를 통해 친부모를 찾은 입양인은 80명에 불과합니다.

[헬레 토오프 / 입양인 유전자 검사 단체 ‘325Kamra' 대표 : 5천 명이 넘는 입양인들이 DNA 정보를 등록했어요. 입양인들은 계속 가족을 찾고 있는 거죠. 친가족은 자식을 입양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질 거란 두려움에 용기를 선뜻 못 내시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았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친부께서 오신 것이 저희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이호현 / 입양 간 딸 찾는 친부 : (딸) 이병옥이가 태생이 1970년도 4월 20일생인데요. 고부 갈등이 좀 생겨서 우리 처가 집을 나가버렸어요. 어머니가 또, 제가 일하러 이제 강원도를 갔다 오니까 아기가 없어졌어요. 이웃 사는 아주머니한테도 들었지만 잠깐 아기가, 병옥이가 (입양 보내려는) 할머니 안 따라가려고 하는 그런 얘기까지 하는 걸 보고는 마음이 아팠지만 말을 못하고 있었죠. 만약에 이제 DNA 검사가 잘 이뤄져서 서로 연대가 생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최선을 다해야죠.]

새벽 안개를 뚫고 로빈의 든든한 지원군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고마운 친구들에게 로빈이 선물을 나눠주는데요.

유전자 검사를 홍보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티셔츠입니다.

경쾌한 총성과 함께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나갑니다.

지난 여섯 달 동안 오늘만을 기다린 로빈.

심장이 터질 듯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로빈 화이팅. 노력한 만큼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로빈, 크리스를 응원합니다!"

마침내 시작된 마라톤 레이스!

로빈은 완주할 수 있을까요?

그리던 친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로빈의 한국 여정,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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