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죽음…한인 학살

기록되지 않은 죽음…한인 학살

2019.03.17. 오전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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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 1932년생 : (러시아 정부에서 준) 명예훈장이라고. 78년도인가, 87년도인가 그때 받았습니다.]

- 1932년 경북 안동 출생 1942년 징용된 아버지 찾아 사할린행 해방 이후 38년 동안 탄광 노동

[조영제 / 1932년생 : 그저 이제는 뭐 다른 데 나올 데가 없지. 일 할 데가 없거든요. 그래 거기서 뭔가 기계로 석탄 파내는 거 기사장으로 있었고, 운전도 하고, 폐가 나빠서 탄광에서 일하는 전기부, 거기서 마감으로(은퇴할 때까지) 일하다가. 전기부에서 반장을 했죠.]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전했다.

소련군의 사할린 진격

혼란에 빠진 일본 군경은 한인 학살에 나섰다

[조영제 / 1932년생 : (일본) 사령부에서요. 사령관이 명령을 내렸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스파이 짓 한다고. 그래서 '그 사람들을 갖다가 북에 니시사쿠탄, 보시니아코보(에 사는) 사람들부터 먼저 죽이라'.]

레오니도보 1945년 8월 18일 한인 18명 학살

포자르스코예 1945년 8월 20~25일 한인 27명 학살

확인된 학살은 일부일 뿐이다

기록되지 않은 죽음

[조영제 / 1932년생 : 타코베야(문어방)라고 했습니다. 타코베야. 한국 사람을 거기로 모두 몰아넣었단 말이에요. 몰아넣은 그 날 저녁에 우리를 죽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우리에게 한글 배워(가르쳐)주던 염성보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의 친구가 와서 '염 동무, 오늘 저녁에 조선 사람들 몰살하고, 몰살해 모두 죽인다'고.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피하라'고. 그래 그 염 선생님이 (우리에게) 다 발표했잖아요. '그러면 염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우리가 그러니까(물어보니) '다 같이 죽자. 나 혼자 당신들 두고 내가 어디로 가겠느냐'고. 그래 같이 있었지. 같이 있는데 (PD: 왜 그때 (할아버지는) 바로 도망가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혼자) 도망가요? 한 사람, 두 사람도 아니고. 아이들이지 뭐 이런데. 60명가량 있었는데.]

한인 학살의 이유는 군사 시설 보안 때문으로 추정될 뿐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의 증언만 남아있다.

[조영제 / 1932년생 : (일본이 학살을) 저지르려고 했는데 (그날 소련) 군함들이 와서 총을 쏘는 그 바람에 일본인들이 (학살할) 시간이 없었지. 그래 해방 후에는 러시아 군대들이 (사할린에) 들어섰단 말이야. 배에서 내려와서 막 들어서 버렸지. 그러니 언제 (일본이) 터뜨릴 여력이 있겠는가. 시간이 없었지. 그래서 우리가 살았단 말이에요. 그 날 저녁에 한 이틀 밤만 지났으면 우리가 학살되고 다 죽었을지도 모르겠지.]

러시아 포자르스코예 추모비

한인 피살자 27인 추념비

학살의 고비를 넘기고 꿈에도 고향을 그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조국도 아픔을 보듬어주지 않았다

[조영제 / 1932년생 : 91년도 3월에 (한국에) 갔다 왔지요. 서로 (친척과) 마중해서 인사하고 울고불고했지만, 집에 와 보니까 한 이틀 후에 보니까 덜 좋아 보입디다. 왜 그러냐면, 내가 솔직히 말합니다. 사할린에서 나가면 우리가 아주 상거지인가 싶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고, 사할린 사람들은 감자, 빵만 먹고 산다'고. 그런 말 들리더라고. 아주 못 먹고 산다고. 그래 그때 (그런) 말 들으면 내가 기분이 좋겠습니까? (이제) 내 자손들을 놔두고 (한국에) 갈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 이산가족을 만드는 게, 나는 그게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제 잠들어도 원이 없어요. 한국도 구경했지. 그렇습니다.]

우글레고르스크의 정치경제 지표 (1946년 소련 정부 보고서)

"전쟁 전후 '한인 인구가 줄어든 이유'는 사할린 남쪽과 일본으로의 철수 및 자발적 피난, '일본 군대에 의한 한국인 학살'에 기인한다"

[조영제 / 1932년생 : 여기 (사는) 한국 사람들은 오늘 죽었어야 했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해방 뒤에 저질러진 일본의 만행

혹한의 땅에 묻힌 잔혹사

밝혀내고 기억해야 합니다.

사할린 1세의 기록 제작진:이현수 류종원 김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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