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 1세의 기록] 사할린이 맺어준 '南과 北 할머니' 반세기 우정

[사할린 동포 1세의 기록] 사할린이 맺어준 '南과 北 할머니' 반세기 우정

2019.01.27. 오전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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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는 예전에 공장이 많았단 말이야. 일 할 데도 많고 남한에는 그 전에 공장이 없었어. 그저 쌀이나 많이 심고 농촌이지 농촌지방이니까

그래 공장 따라서 우리 아버지가 나를 (북한으로) 데리고 갔단 말이야.

아버지는 42년도에 모집으로 끌려와서 (사할린) 탄광에서 오래 일했지 탄광에서 일하고 해방되고 고향도 못 가고 항상 한탄…

아버지께서 2년 기한으로 (징용) 왔는데, 모집으로 2년 기한 끝나`도 안 보냈어. 자기 고향으로 보내지 않았어 2년 되도 안 보내니까 도망쳤대요. 셋이서 짰대요

도망치다가 어디까지 가는데 뒤에서 말소리가 나더래 붙들러 벌써 뒤에 따라왔어 그렇지, 그렇지. 일본인들 그런 거 빠르지 뭐 그래서 (아버지가) 조금 늦었대요. 둘은 도망가고

아버지 혼자 잡혔대요 그리고 (우리가) 아버지를 찾아와서 그때 우리 (사할린에) 안 왔으면 아버지 만나지 못했어요 44년도 동짓달에 우리 왔는데

우리 오고 반년도 안 돼서 해방됐는데, 그때 그래서 우리 친정아버지 탄광 일하면서 고생도 했어

(아버지가) 왜 북한으로 나갔느냐 하면, 고향 빨리 가려고 그래서 나간 사람들 많지, 뭐 통일되면 빨리 가겠다고. 그렇게 다 나갔어 나만 하나 여기 두고

나는 시집갔으니까 천천히 나오라 하고 먼저 나갔어, 싹 다. 그렇게 고향도 못 가고 끝끝내 90년대 다 돌아가셨지 그때 나간 사람들 많았소 러시아 사람들도 민족 차별하지만

같은 조선 사람들끼리 민족 차별하는 게 많았어 우리 북한에서 왔다고 얼마나 예전에 여기 있던 사람들이 북선진(北鮮人), 북선진이라고 얼마나 그랬다고 말도 마요.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은 아주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그렇게 된 게, 일제강점기 들어온 한인들, 또 (해방 후) 북한에서 들어온 조선 사람, 그다음에 큰 땅(중앙아시아)에서 오신 큰 땅배기들,

다른 민족들이 그렇게 (차별)하는 건 일 없는데 같은 민족끼리 그렇게 하는 건 정말 막 부아가 올라와 그렇게 아이들끼리도 북선(北鮮) 사람이요, 남한 사람이요, 아이들끼리도 서로 또 투쟁(다툼)이 나지

(나무) 한 묶음에 30kg은 나갔어. 그걸 어깨에다 나무를 어깨에다 메다 날랐어 메고 다니다 다쳤단 말이야. 다쳐서 뼈까지 나왔어 널(널빤지) 묶은 걸 내려놓고 딱 세워놓고

이 발로 ’탁’ 치면 올라간단 말이에요. 어깨 위로 (사람들이) ’일 해먹게 생겼다, 일 해먹게 생겼다’고 사람이 일이라는 걸 꾀로 해야 해요. 힘으로 하면 안 돼 통을 만들면 밑에는 작고, 중간에 올라가면 조금 벌어지고

위에는 작고 뚜껑 그거 자르는 걸 내가 했단 말이야 여자들 노동일이 헐지(쉽지) 않소. 남자들이 하는 일인데, 그게 다. 우리 하는 일은 남자들이 하는 일인데 거기서 일하던 사람은 전부 귀머거리가 다 됐어

귀먹어서 지금 말 잘 못 듣잖아요 통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여자든 남자는 귀 다 먹었어 기계 소리 말하면, ’뭐?’ 그래. 아이고 우스워 죽겠어

거기서 일한 사람들 다 귀먹었어 그래도 그때 시절이 좋을 때. 그렇게 일이 힘들게 해도 힘든 줄 모르고 집에 오면 빨래도 하고 바닥도 데우고 밭에 심을 것은 심고.

그래도 힘든 걸 모르고 살았단 말이야, 그때는. 아이들이 언제 커서 출세하겠는가 그 생각만 머릿속에 있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온갖 고생 다 하고 이제는 내 시대가 돌아왔는데 나이가 이제 80 넘어서 이제 병도 생기고 안 앓던 풍도 다 오고, 말도 잘하던 게 말도 못 하게 되고, 머저리 되어 버렸어

머저리는 무슨 머저리. 아이들 그 댁은 다 잘해주지 않는가! 이제 나도 나이고. 아이들이 같이 옆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 그게 제일 좋지 그건 그렇지 뭐

아이고, 지금 (한국에) 가서 혼자 가서 또 뭐하겠나 여기도 혼자, 거기도 혼자 어디 가도 그저 자기 정든 데 제일이라여기서 제일 많이 살았는데. 여기가 내 고향이지, 뭐

어디 고향 갈 때 었어? 한국 가도 그렇고, 북에 가도 그렇고, 뭐다 그저 내가 난 고향이라 할 뿐이지, 고향이 여기지 여기서 다 세월이 갔는데, 뭐 하도 세월이 오래갔어

통일되면 내가 먼저 (고향에) 발을 밟고, 깃발, 우리 공화국 깃발, 한국 깃발, 딱 우리 집에 꽂아놓고 기다려요 언제 통일됐다 하면 간단 말이야

그거 두 개 들고 가요? 그래, 그거 두 개 들고 가지 아이고, 할머니도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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