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세계로 가다] 아픔은 나의 힘…입양인 안무가 민희 베르붓츠

[청춘, 세계로 가다] 아픔은 나의 힘…입양인 안무가 민희 베르붓츠

2016.05.28. 오후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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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해외로 보내진 한인 입양아는 16만 7천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해외 입양아들은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비롯해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곤 합니다.

벨기에에는 이런 갈등과 아픔을 춤으로 표현해 스타 안무가가 된 한인 입양인이 있습니다.

화제의 주인공, 민희 베르붓츠 씨를 장혜경 리포터가 만나 봤습니다.

[기자]
네덜란드와 벨기에 젊은이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내로라하는 연예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사이에서 젊은 동양인 여성이 눈에 띈다.

벨기에 스타 안무가인 민희 베르붓츠 씨다.

민희 씨는 한인 입양인이다.

연예인으로 이뤄진 심사위원 사이에서도 빛을 발하며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출연자에게 독설도 서슴지 않는다.

[라우라 / 시청자 : 그 프로그램을 매주 보는데요. 민희 씨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프로그램에서는 아주 강한 심사위원으로 나오지만,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민희 씨는 지난 2009년 벨기에 신인 예술가 경연 대회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났다.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힘이 담긴 몸짓, 내면에 응어리진 감정을 꺼내는 듯한 동작, 벨기에 무용계는 이 독특한 신인의 무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지난 24년 동안 민희 씨가 그토록 말하고 싶던 자신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 첫 작품이었다.

[민희 베르붓츠 / 안무가 : 입양된 뒤 나의 어린 시절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그때 왜 내가 입양됐을까? 부모님이 그렇게 가난했을까? 어쩌면 지금 내가 하는 안무가 그때의 갈등 덕분에 더욱 열정적으로 표현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민희 씨는 생후 석 달 만에 버려져 벨기에 가정에 입양됐다.

자상한 양부모와 형제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버린 엄마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고 성장해야 했다.

어릴 때부터 춤에 재능을 보였던 민희 씨는 내면에 쌓여 있는 설움과 방황을 춤으로 표현하는 안무가가 되기로 했다.

[민희 베르붓츠 / 안무가 : 춤은 사람에 대한 표현입니다. 어떤 작품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춤을 추는 사람과 내 작품이 잘 맞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무용수의 취향과 생각을 모두 고려해야만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벨기에 무용계에서 입지를 쌓은 뒤 그녀는 방송 안무를 맡으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그녀의 안무 스타일이 젊은 세대들의 성향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느 / 수강생 : 현재 배우고 있는 작품은 민희가 직접 작업한 것입니다. 작품에 대해 아주 꼼꼼히 개개인에게 설명해주고 또 각자의 장단점을 지적해 줍니다.]

데뷔 6년 만에 벨기에를 대표하는 안무가의 자리에 오른 민희 씨.

이미 방송과 공연 등 수많은 화려한 무대에 오른 그녀에게도 꼭 한번 오르고 싶은 무대가 있다.

바로 고국의 무대다.

[민희 베르붓츠 / 안무가 : 나의 꿈 중 하나는 제 뿌리가 있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입니다. 한국 무대에 오른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한때 자신을 버린 나라라고 원망했던 한국.

지금 민희 씨는 한국을 고국이라 부르며 그 무대 위에 화해의 작품을 올리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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