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함을 기부하세요.'... 거리의 옷장

'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함을 기부하세요.'... 거리의 옷장

2016.02.27.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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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 거리에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자선냄비가 등장하는데요,

터키에서는 이번 겨울부터 거리에 옷장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빈민층과 따뜻한 겨울을 나누기 위해 탄생했다는 거리의 옷장, 안승훈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기자]
터키 이스탄불의 우스큐다르 광장, 유리로 된 설치물이 눈길을 끕니다.

내부에는 옷가게 마냥 다양한 옷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옷을 고르고 가져가는 사람은 있는데 옷값을 치르거나 판매를 관리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 이상해 보입니다.

[곽한 / 거리의 옷장 이용객 : 저는 길거리에서 사는데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몇 달 동안 못 씻어서 많이 힘드네요. 얼른 씻고 이 옷을 입을 거예요.]

사실 이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옷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이름하여 '거리를 따뜻하게 하는 옷장'입니다.

이 옷장을 가득 채운 옷과 신발들은 모두 이스탄불 시민들이 기부한 것들입니다.

거리의 옷장이 등장한 것은 지난 12월, 이 기부 운동을 기획한 인권단체는 부자들이 빈민들을 위해 돌 그릇에 돈을 담아 거리에 두던 사다카라는 옛 전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야부즈 데데 / IHH 사무국장 : 거리를 따뜻하게 해주세요라는 이 기부 운동은 과거 전통을 현대식으로 바꾼 겁니다. 사람들이 자기한테 필요 없는 의류를 옷걸이에 걸어두면 가난한 사람들이 옷과 신발을 가져가는 것이죠.]

옷장에서 잠자는 옷으로 이웃을 따뜻하게 하자는 기부 운동이 알려지자마자, 나눔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셀림 씨 역시 소식을 듣고 입지 않던 옷가지를 꺼내 들고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셀림 귀나이 / 의류 기증자 : 제가 안 입는 옷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다니 좋은 거 같아요. 게다가 형편이 안 좋으신 분들이 이 옷을 가져가 입는다고 하니 더 좋은 거 같아요. 저는 이 옷장을 응원합니다.]

올해 첫 등장한 이 거리의 옷장은 모두 11개, 이스탄불을 비롯한 4개의 도시에서 12월 초부터 2월 말까지 석 달 동안 운영됩니다.

기대 이상으로 기부 열기가 뜨거워 앞으로 이 옷장은 터키 주요 대도시 곳곳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야부즈 데데 / IHH 사무국장 : 현재 부르사와 볼루에서도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다른 대도시에서도 구체적인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스탄불 겨울 길거리를 덥혀주는 거리의 옷장이 터키 전역에서 겨울 추위를 녹이는 나눔의 상징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터키에서 YTN 월드 안승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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